'제자 훈련'. 옥한흠 목사는 그 사역에 평생을 매진했다. 제자 훈련은 교회를 평신도 체제 중심으로 바꾸고 교회의 교회됨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내용에서 이원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개인 신앙 중심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뉴스앤조이>는 제자 훈련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사례를 소개한다. - 편집자 주

"한계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제자 훈련 정신을 잘 계승하라." 사랑의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기도 했던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는 예수의 제자로 사는 게 뭔지 치열하게 고민하라고 했다.

또 교인들이 예수의 제자가 되도록 돕는 것을 교회의 사명으로 여기고 그 이후에 한계를 극복하라고 했다. 이전 세대의 한계를 이 세대가 극복하고, 다음 세대는 이 세대보다 발전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제자 훈련에서 이전 세대가 극복하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사랑의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일하다가 현재 각자의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형국·최현락 목사는 기존의 제자 훈련이 '개인주의 영성'에 집중하고 있고, 제자가 제자를 낳는 재생산 구조를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두 목사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교재를 새로 만들거나 교회 구조를 새롭게 하는 등 '교인을 예수님의 제자로 훈련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씨름하고 있다.

"현대 도시 사회에 적합한 가정 교회"

▲ 김형국 목사는 "사랑의교회 제자 훈련이 핵심 교리는 잘 설명하지만 하나님나라에 대한 가르침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김형국 목사는 "사랑의교회 제자 훈련이 핵심 교리는 잘 설명하지만 하나님나라에 대한 가르침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26년 전 교재가 만들어질 당시의 한국교회의 시대적인 한계, 얕은 복음주의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김 목사가 생각하는 하나님나라는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이 다스리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긴 역사적 안목으로 지금 시대를 바라보면서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실제 삶이 변하게 된다. 반면 하나님나라를 생각하지 않으면 개인주의 영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나들목교회는 하나님나라를 강조하기 위해 자체 성경 공부 교재에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세상살이' 과정을 넣었다. 이 과정에서 '공의와 사랑', '노동' 등에 관해서 성경을 토대로 고민한다. 나들목교회 훈련 과정에서 읽어야 할 필독서도 하나님과 관계, 자신과의 관계, 공동체와 관계, 세상과의 관계 네 분야에서 고루 선정했다. 주일 말씀에도 그동안 한국교회에서 간과했던 부분에 대해 설교한다. 9월에는 노동에 대해 설교하고 있다. 어떻게 일할 것이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정의를 구현하며 살지를 같이 고민하기 위해서다.

또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쓴다.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이 사회에 무관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외된 자들을 돌보기 위해 나들목교회는 공부방과 어린이집을 지원한다. 통일을 대비해 중국 동포 교회를 지원하고 국내에 수해 등의 재해가 나면 가서 일손을 돕기도 한다. 교인들이 자신의 것을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바나바 헌금과 바나바 하우스 기금도 마련했다. 바나바 하우스 기금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거주지를 마련해 주는 헌금으로 지금까지 6호를 지원했다. 바나바 기금은 나들목교회 내에서 갑작스레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헌금이다.

기존 제자 훈련의 또 한 가지 아쉬움은 제자를 재생산하지 못하는 것이다. 제자 훈련을 시키는 주체가 목사기 때문이다. 결국 사역은 목사가 하고 교인들은 단지 그것을 돕는 형태가 되었다. 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목사가 하지 말아야 하는데, 교인들이 해야 할 돌봄, 제자 양육 등을 목사가 다했다.

나들목교회는 가정 교회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한다. 8~10명의 교인들이 한 가정 교회로 모여서 서로를 돌보다가, 사람이 많아지면 다시 분가한다. 가정 교회로 묶인 교인들이 제자 훈련을 서로 하면서 재생산을 하는 구조다. 각 가정에서 벌어지는 대소사도 목사 대신 가정 교회 리더가 책임진다. 개업 예배 등도 가정 교회에서 챙긴다. 김 목사는 "복음에 걸맞은 삶, 제자다운 삶을 살려면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현대 도시 사회에 가장 적합한 공동체가 가정 교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동체여야 제자 훈련 가능"

▲ 최현락 목사는 기존 제자 훈련은 교회론, 공동체론이 약하고 사회 참여에 대한 부분들도 거의 없다고 평가한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최현락 목사(역삼청년교회)는 사랑의교회 청년부에서 5년 동안 사역했다. 최 목사 역시 기존 제자 훈련 교재가 개인의 신앙생활에 초점이 맞춰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론, 공동체론이 약하고, 사회 참여에 대한 부분들도 거의 없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기존의 제자 훈련은 기독교 문화관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길러 주지는 못했다. 사랑의교회에서 북한 선교 팀을 담당할 때부터 이 부분을 고민했던 최 목사는 기존의 제자 훈련 교재에 '사회 정의와 통일' 부분을 추가했다.

성경을 가지고 이 부분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지만 아직 역삼청년교회 내에는 사회 참여에 대해 갈등이 있다. 지난해 부활절 헌금이 문제가 되었다. 헌금의 반을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데에 쓰고 반은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보냈는데, 난민을 돕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 없던 교인이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 보낸 헌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사회의 구조악을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교인들에게 성경적으로 사회를 보는 관점을 심어 주고 싶다. 지금은 그 과정 중에 있다.

최현락 목사는 현재 교인들과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제자 훈련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세 시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제자 훈련이 될 수 없다. 일련의 과정을 마쳤다고 제자가 되었다고 보는 것은, 모든 사람을 같은 컨베이어 벨트에 넣고 32주 후에 제자가 되어 나오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것만으로는 생각이나 습관, 행동이 변할 수 없다.

최 목사는 제자 훈련을 하는 32주 동안 변하지 않는 청년들이 4주 동안의 비전 트립을 통해 변하는 것을 많이 봤다. 그것을 보고 무엇보다 같이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 부인이나 죄 죽임의 교리 같은 것은 예배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같이 살아야 자기가 다듬어질 부분이 보인다. 그 부분이 해결되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야 한다.

최 목사는 적어도 제자 훈련 과정을 밟는 동안만이라도 교인들이 생활 공동체로 같이 살고, 또 그 기간 동안 NGO 등에서 무급으로 자원 봉사하면서 사회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아직은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역삼청년교회는 <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 <바울의 공동체 사상> 등 공동체 관련 책을 같이 읽으며 이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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