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워드 매스킹'이란 테이프를 빨리 감아 다 돌리고 이를 반대편에 걸어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이야기해 레코드판을 역재생하는 것이다. 음악을 뭐 이런 식으로 듣느냐고 문제 삼을 사람들이 있을 거다. 사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그렇게 듣는 사람들이 있고, 이 사람들이 '접해보니 사탄의 음모가 서려 있음이 확인됐다'며 종교적 낙인을 박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 보자. '소녀시대' 및 손담비의 노래를 거꾸로 재생하면 음란한 메시지가 들린다는 논리이다. 이는 지난 5월30일 강남의 한 대형 교회에서 영화 <회복>의 조감독 박성업 씨가 '현대 미디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나온 것이다. 이 메시지는 29살의 프리랜서 웹 콘텐츠 디자이너에 의해 동영상으로 촬영 제작돼 인터넷에 퍼졌다.

강사는 소녀시대 등 인기 대중 가수의 노래는 음란한 메시지로 점철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모든 미디어 콘텐츠는 영감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노래를 듣는 이들로 하여금 음란의 영이 활개 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논란은 커졌다. 그러자 웹 콘텐츠 디자이너는 인터넷 신문 <민중의소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중가요 속 음란성을 정면으로 공격했더니 사단이 마구 일어나 믿지 않는 수많은 대중들을 충동해 강연했던 사람과 나의 미니 홈페이지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문화에 조금이라도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1994년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소동'을 떠올릴 것이다. 당시에도 3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 <교실 이데아>를 역방향으로 재생할 때에 특정 부분에서 '피가 모자라' 등의 가사가 들린다는 소문이 봇물처럼 터졌다. 이에 대해 당시 서태지는 괴소문을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4개 음반 중 가장 적은 판매량을 나타내는 비운을 맛봤다.

실제 백워드 매스킹을 통해 특정 종교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전했던 아티스트가 있었을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실질적 물주인 <국민일보>는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논란이 커질 때, "실제 외국의 그룹 중에 이글스, 레드 제플린, 비틀스는 거꾸로 돌려 들으면 메시지가 나오는 '백워드 매스킹' 기법으로 녹음을 했으며 그중에는 '사탄이 하나님이다'. '거꾸로 돌려라',  '내속에 있는 사탄을 믿는다' 이런 말이 들어 있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 개신교회 내부에서는 서태지의 노래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아티스트 입장은 황당하기만 하다. 가수 신해철 씨가 관련해서 당시에 남겼던 글이 있다. "내가 만든 노래, '날아라 병아리'를 거꾸로 들으면 '병아리 내가 죽였다'하고 나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 단체라면 마땅히 사회를 안정시켜야 할 텐데, 사실도 아닌 것을 왜곡해서 선교에 활용하려는 태도는 문제가 많다." 그러면서 이런 해석도 내놓았다. "종교는 거의 대부분 기성세대에 의해 주도된다. 보수적인 사고를 정당화하고 젊은이들의 순종을 요구한다. 당연히 당시 록 뮤지션에게 공격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회 내부에서도 '백워드 매스킹 음란성 폭로'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개신교 음악 분야에서 20여 년간 비평 활동을 해 온 유재혁 씨는 "요즘같이 표현의 자유가 사실상 무한대 보장되는 세상에서 뭐 하러 백워드 매스킹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반 대중음악을 하는 뮤지션 중에 '내 노래를 백워드 매스킹해서 들어보면 모종의 메시지가 나온다'라고 주장했다는 사람을 여태 본 기억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개신교 대중음악 그룹인 페트라가 한때 백워드 매스킹에 도전한 일이 있었는데 소득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역주행 음악을 만들려면 정주행 음악도 거기에 맞춰 제작해야 하는데 누가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겠느냐 이 이야기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몇몇 종교인들이 가공한 이슈로 국한해서 봐야 할까. 그러나 우리는 혼란을 직시해야 한다. 사회 도처에 정직과 신뢰가 무너진 탓이 크다. 사실 이 때문에 음모론은 수시로 출몰하지 않았던가. 소녀시대 및 손담비 노래 백워드 매스킹 논란 또한 이 관점에서 봐야 한다.

안타깝다. 이제는 이젠 종교마저 불신 조장의 한 축이 된 듯해서 말이다. 사회 불안은 이로써 촉발된다. 대중문화를 있는 그대로 누리고 즐기는 아량과 여유조차 우리 사회에서는 사치일까. 답답하다.

김용민 / 시사 평론가

* 김용민 님의 개인 블로그(http://newstice.tistory.com/)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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