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기도회로도 영성 충전이 안 되니,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잠시 텔레비전 앞
에 앉은 뒤, 중국 상해에서 영성 재충전을 하려는가 보다.

국내에서 가장 교세가 큰 교단으로 평가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이 2002년 7월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전국 교역자(목사·사모) 하기수양회를 개최한다. 5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전국 목사·장로기도회를 연데 이어 2개월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수양회를 갖는 것이다. 스스로 '장자교단'이라고 일컫는 자부심에 걸맞게 꽤 많은 시간을 말씀과 기도에 바치면서 영성을 다지려고 하는 것 같아, 겉만 보면 대견하게 여겨진다.

전국 목사·장로기도회는 올해로 39회를 맞을 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하기수양회 역시 33년 역사를 자랑한다. 이 정도 역사를 갖고 있으면 철도 제법 들만 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영 아니니 답답한 노릇이다.

올해 기도회 주제는 '공법과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게 하라.' 구약성서 아모스서 5장에 나오는 이 구절은 공법과 정의에 도무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예장 합동의 평소 행보에 어울리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주제에 걸맞은 메시지와 기도 내용은 도통 들리지를 않는다. 평소 눈길도 안 주던 주제를 갖고 어깨에 힘 좀 주려 했나 본데, 역량은 영 안 되나 보다. 워낙 훈련이 안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법하다.

▲호텔 안에는 사우나·스커시·수영장·실내테니스장·포켓볼·실내체육관과 각종 식당가
가 상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선교보고 및 선교현장을 통한 목회자 영성 재충전'을 목적으로 7월에 열리는 하기수양회 장소가 '중국 상해'란다. 장소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거대 도시 상해의 무역 전시관 지역에 있는 객실수 8백여 개의 호텔. 중국 경제의 중심지이자 중국 화중 지방 관광 요지로, 유럽이나 미주 및 전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곳. 호텔 안에는 사우나·스커시·수영장·실내테니스장·포켓볼·실내체육관과 각종 식당가가 상주하고 있다. '선교보고와 선교현장을 통한 목회자 영성 재충전'에는 그야말로 '딱 걸린' 장소인가 보다.

나흘간의 기도회로도 영성 충전이 안 되니,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잠시 텔레비전 앞에 앉은 뒤, 중국 상해에서 영성 재충전을 하려는가 보다. 그런데 '소주 관광 및 상해 황포강 유람선 상선, 야경 관람'을 통해 도대체 어떤 영성이 충전될 수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참가비는 49만5천원
1인당 49만5천 원의 참가비를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인원을 제한한다. 그것도 서울 3백 명, 부산 120명, 대구 45명, 광주 45명 등 모두 510명이다. 희한하기 짝이 없는 지역 안배다. 하긴 총회장도 수도권·경상도·전라도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눠서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뽑는 별세상이니 무슨 코미디인들 못하겠나. 1만 원씩 내고 기도회에 참석한 2천9백 명 중에서 50만원 가까운 돈을 내고 수양회에 참가할 인원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 나머지 2천 4백 명은 어디 가서 영성 재충전을 해야 좋을 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되나.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99년, 2000년에는 제주도와 강원도에서 수양회가 열리더니, 작년에는 태국 파타야에 있는 호텔에서 닷새 동안 열렸다. IMF 위기를 넘기고 나니 교회마다 헌금이 꽤 들어왔나 보다. 기도회가 기도회 같지 않듯이 수양회가 수양회답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단체 해외여행이 다 그렇듯이 작년에도 비싼 옵션 관광이 말썽을 빚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참가자 중 한 사람은 “타종교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목회자들이 수련회를 하다 보니 은혜 받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영적 방해 공작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성서를 해석해서 설교를 하니 오늘의 한국교회가 요 모양 요 꼴이 된 것은 아닐까 싶어 한숨이 나온다.

남의 집안 잔치에 재를 뿌리려 하냐고 나무랄 독자가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기독신문> 게시판에 실린 교단 소속 네티즌들의 주장을 몇 개 옮긴다. 단, 독자의 피곤함을 덜어주기 위해 문장을 약간씩 교정했다.

"전국 교역자 여름수양회가 진정 전국 교역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힘있고 돈 있는 자들만을 위한 것인가? 선착순으로 510명을(사모 포함) 교역자(약 255명 정도)를 전국 교역자라고 할 수 있는가? 가고 싶은 사람이 1,000명이 된다면 그 대책은 있는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수양회 장소가 해외밖에 없는가? 국내에서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척교회 및 약한 교회 교역자들 위하여 총회 차원에서 배려할 계획은 해보았는가? 지금이라도 계획을 바꿀 마음은 없는가? 고집한다면 총회 때 노회가 문제제기하여 따질 때 대답할 용기가 있는가? 제한된 인원이 해외로 갈 때 총회서 지원하는 찬조금 받지 아니할 용기는 없는가? 해외로 수양회 가는 것 전국 목회자들의 뜻인가? 아니면 교육국의 결정인가? 교육부장의 생각이 모자란 것이라고 사과할 마음은 없는가? 목사답게 총회 교육국 부장답게 떳떳하게 답해주기를 바란다."

"매년 이 맘 때면 우리 교단에서는 목회자 수양회가 연중행사가 되어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항상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수양회가 열리고 있다. 그것도 올해에는 인원제한을 두고 실시하고 있지 않은지. 교육국에서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서 인원제한을 두고 실시하는 지는 모르지만, 우리 교단의 주장은 정말 장자의 교단이라며 늘 떠들고 있으면서 일하는 것 보면 정말 한심하기가 짝이 없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정말로 어렵고 힘들게 주님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시는 분들도 우리 주위에서는 너무나 많다. 흔히들 가는 여름휴가 한번 가지 못하고 목회지에서 수고하시는 목회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총회에서 정치하시는 분들은 돈 많고 큰 교회에서 사역하시니까 정말 어려운 분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지. 나는 지금까지 해마다 목회자 수양회는 실시하면서 농촌교회에서 어려운 미자립교회에서 수고하시는 목회자들을 위해서 총회에서 하는 행사는 별로 보지를 못한 것 같다."

"해도해도 너무들 합니다. 꼭 비행기 타고 중국에 가서 수양회를 하여야 합니까. 누구를 위한 수양회 하는 것입니까. 그러면서 세속정치권 보고 회개하라고 할 수 있소."

"해마다 1회씩 하는 전국 교역자 하기 수양회 그 자체를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해외로 나가면서 그럴듯한 주제, '선교현장을 통한 목회자 영성 재충전'이라는 구실하에 수양회가 여행으로 바뀌게 되어, 국내에서 수양회를 개최하여 전국에서 농어촌이나 도시 할 것 없이 교역자들이 모여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들도 만나 보고 목회현장에서 고달파서 심신이 지친 상태에 있던 목회자들이 회포도 풀고, 많은 경비도 들지 아니하면서 만남의 장으로 삼는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전국 교역자들이 모이는 수양회라는 말을 하면서 많이 모여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겨우 510명으로 제한을 하여 그것도 선착순이라는 단서를 붙여서 접수하라고 하는 앞뒤가 맞지 아니하는 불합리한 계획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510명이지만 사모까지 포함하면 교역자는 255명밖에 더 되는가? 그러고도 전국 교역자 수양회라고 할 수 있는가? 총회장과 교육부장은 머리가 나쁜 것인지 수학을 몰라서인지, 아니면 알고도 고의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든다. 적어도 총회를 이끄는 총회장과 총회 산하 교육을 담당한 교육부장이라면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총회다워야 하지 않겠나. 차라리 전국 교역자 수양회라고 하지 말고 여행에 관심 있는 자들 중국 여행 가자고 광고를 내는 것이 더욱 낫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수양(修養)이라는 말은 심신을 닦아 지덕을 개발하는 것인데 여행과 수양이 걸 맞는 말인가? 우리 총회는 한국에서 장자교단이라고 하면서 하는 일은 장자교단이라고 하기에는 좀 문제가 있다. '선교보고 및 선교현장을 통한 목회자 재충전'이라고 하지만 그곳이 자유민주주의라 자유롭게 신앙생활 하는 곳도 아니고 선교비를 전해도 떳떳하게 전하지 못하는 속사정은 누구보다도 총회에서 잘 알고 있으면서 여행이면 여행이지 선교를 빙자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말 전국 교역자 수양회를 개최하려면 국내에서 하라. 아니할 말로 설악산이나 경주에서나 좋은 호텔을 잡아 전국에서 고생하는 목회자들 특히 농어촌에서 고생하는 이들에게 방이라도 좋은 것 잡아주고 잘 먹여주며 총회에서 한번씩 교역자들 위하여 재정을 지출하여 좀 쉬고 재충전하여 목회에 새 힘을 얻도록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단체로 잡으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정도로 호텔이 비싼 것은 아니다. 약 5만원이면 가능하다. 그렇다면 총회에서 지원하고 개인들이 중국 가는 여비 반만 부담해도 멋지게 즐겁게 쉴 수 있지 않겠나. 무슨 해외여행 병이 들어 몇몇 사람들만 여행가는 것으로 전국 교역자 수양회라고 할 것인가? 전국에 목회자가 250명 정도밖에 아니 되는가? 제발 총회는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고 교육부장은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작년 교역자 수양회를 태국에서 가진 바 있다. 여행사를 통하여 갖은 수모를 당했고, 옵션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 당한 느낌 같이 들게 했고, 쇼핑센터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여 말을 많이 만들었던 것이 멀게도 아닌 지난해였다. 가진 자들의 잔치라는 말을 들었던 수양회였는데, 이번에도 가진 자들의 잔치를 또 할 것인가? 개척교회를 시무하는 목회자들이나 농어촌교회에서 어렵게 목회하는 목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비행기 한 번도 타보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나 된다. 이들을 위한 배려는 없는 것인가? 이들을 참석케 하여 같이 수양회를 개최할 용의는 교육부에서는 없는 것인가? 어쩌다 미자립교회 목사가 어렵사리 도움을 받아 해외에서 개최하는 수양회를 참석하였는데 그 반응은 냉대 그 자체였고, 그 다음 달부터는 생활비 보조가 끊기는 상황이 현실이다. 금년에 상하이에서 한단다.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상해임시정부 있었던 곳이나 보고 공원이나 가서 그리고 사찰들을 보며 올 것인가? 얼마나 많은 쇼핑을 하게 할 것인가? 정말로 전국 교역자 수양회라면 전국에서 목회하는 목사들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것도 인원수 제한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참석하여 같이 교제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한다. 자립교회 목회자들은 기회가 되면 개인으로라도 외국엔 얼마든지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기회가 되도 나갈 수 없는 현실을 바로 보았으면 한다. 교육부에서는 다시 한 번 재고해 보기를 부탁한다. 1년에 한 번 모이는 귀중한 시간을 진정으로 목회자의 재충전의 장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교육부장은 자신의 재임 시절에 상하이에서 교역자 수양회를 개최하였다는 이력을 남기기 바라서 결정하는 누가 되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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