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향린교회는 5월 5일 공동의회에서 분가선교와 목사·장로 임기제를 전격적으로
결의했다. 사진은 공동의회에서 투표하는 모습이다. (강남향린교회제공)

"교회를 개혁하고 건강하게 하며 올바른 성장을 가져오는 새로운 대안으로 분가선교를 제안한다. 분가선교란 '교회 공동체가 좋은 의지로 공동의 합의를 통하여,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공동체로 나눈 후, 나누어진 공동체가 각자 본래 공동체의 목회의 질과 양적 규모를 회복할 때까지 서로 돕고 기도하며 책임지는 선교의 방식'이다.

교회는 개혁교회의 전통에 따라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 분가선교는 자신이 작아지고 선교현장에 가까이 가려는 의지의 표명이며, 분가된 교회가 서로 돕고 성장하면서 교인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교회의 질적·양적 역량을 키우는 역동적인 교회구조다. 우리는 목회팀을 양성하고 파송하며 새로운 교회를 세우는데 주인으로 참여하며 세상에 흩어져 나누고 섬기고자 한다.

분가선교에 의한 교회의 자기 나눔과 선교 현장으로의 다가감은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교회가 일정한 역량을 확보했을 때 스스로 나눔으로써 건강한 교회가 확대 재생산되고 상호 교류와 연대사업을 할 수 있는 분가선교를 지향하며 이를 실천할 것을 결의한다."
강남향린교회(김경호 목사) 교회갱신 선언의 한 페이지다.

강남향린교회는 5월 5일 공동의회에서 분가선교와 목사·장로 임기제를 전격적으로 결의했다. 두 개의 안 모두 찬성 90% 반대 10% 정도의 비율로 통과됐다. 위에서 밝힌 선언을 기초로 해서, 2004년에 지금 담임을 맡고 있는 김경호 목사가 교인의 15% 정도 되는 20여 명과 재정의 20% 정도 되는 4천만 원을 들고 나가서 새로운 교회를 하나 세운다는 것이 분가선교의 골자다.

모(母)교회는 자(子)교회에 2년간 재정지원을 하는데, 처음 해에는 교역자 사례비의 2/3를, 다음 해에는 1/3을 지원하고, 3년째는 독립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당장 시행해야 하지만, 임대한 지금 예배당을 올해 비워주고 다른 처소를 마련해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시행일자는 연기했다.

▲교회갱신선언 자료집
역사 9년, 장년출석교인 130명 안팎, 예배당 임대료 2억 원. 제 한 몸 건사하기에도 빠듯해 보이는데 교회를 분가하겠다는 게 왠지 만용처럼 느껴진다.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쉽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선택임에 틀림없다. 아무튼 이들의 결행은 결코 만용도 장난도 아니다. 2000년 7월 '작으므로 아름다운 교회'라는 설교에서 김 목사는 분가선교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을 출발로 그 동안 12명의 평신도로 구성된 교회갱신위원회가 연구의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번에 옥동자를 낳은 것이다.

이들은 외국의 교회성장학자들이 쓴 논문과 서적은 물론, 국내 대형교회가 분가하거나 개척한 사례들(예를 들어 잠실중앙교회·동안교회·서울영동교회 등)도 나름대로 꼼꼼이 분석했다. 그리고는 강남향린교회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분가선교의 의미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들은 이런 연구자료들을 모아 66페이지 짜리 책자로 만들었다. 평신도가 살아있는 교회의 역동적인 현장 이야기다.

이들은, △ 현재 상태에 안주하려는 경향 △ 교회의 집단적 실천력 부족 △ 평신도의 주인의식 부족 △ 뚜렷한 공동목표가 없는 성장정체 현상 △ 관념적 진보주의의 조짐 △ 신앙의 성숙도와 헌신도 제고 필요 △ 진보성향을 가진 교회로서 적정 인원에 대한 하향 조정 필요 등을 제기하면서, 분가선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무슨 얘긴가.

이미 5년 전부터 안정적인 구조를 갖췄고 나름대로는 지역에서 다양한 사역을 벌여왔지만, 아무래도 현실에 안주하면서 자족하려는 유혹이 스멀스멀 공동체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현실을 그저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극복할 것인가. 축 늘어진 아랫배에 뭉쳐 있는 지방 덩어리를 빼고, 늘씬하면서도 탱탱한 몸매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말이 쉽지 그게 어디 간단한 문제인가. 아무리 건강을 생각한다 해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널려 있는 음식 앞에 견뎌낼 장사가 얼마나 있는가.

저마다 '성장'이라는 허상(虛像)을 좇아 교회의 본질을 내팽개친 한국교회 앞에 강남향린교회는 '성장'의 실상(實像)을 제시하고 실천하려 했다. 내 한 몸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이냐는 도전이다. 살이 찔 대로 쪄서 똑바로 서서는 배 밑에 숨어 있는 제 발등도 제대로 보지 못할 만큼 비만한 것이 과연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뜻이다.

또 하나는, 정말 비만해질 정도로 많이 먹으려 해도 막상 그렇게 되더냐는 것이다. 교인 1천 명 넘는 교회가 한국교회의 1%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저마다 1% 안에 들어가려고 몸부림치다가 정작 교회로서 해야 할 사명은 도무지 감당하지 못하는 모순을 빨리 깨달으라는 것이다. 물론 몇 킬로그램이 적정선이냐고 했을 때 엄격한 기준을 세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교회가 스스로 진단한 몇 가지 증상을 기준으로 각자 교회의 건강성을 체크해볼 필요는 있다.

저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 교회 덩치 키우기를 허구적인 성장으로 판단한다면,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건강한 체세포가 분열되듯이 작고 건강한 교회들을 꾸준히 만들어 퍼뜨리는 것을 말한다. 20년이 지났을 때 이렇게 분가한 교회들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진정한 건강성이라고 보는 것이다.

분가선교가 2년 뒤의 일이라면, 목사·장로 임기제는 당장 적용된다. 담임목사의 경우 임기는 7년으로 하고 취임 후 6년 동안 계속 시무한 후 7년째는 1년간 유급안식년을 갖는다. 또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으며, 투표수 5분의 3 이상을 얻어야 한다. 암만 잘해야 그 교회에서는 14년 이상 있지 못한다는 '야박한' 원칙이다.

장로 임기 역시 7년이고 7년째는 안식년으로 사실상 휴무한다. 휴무한 장로가 공동의회에서 투표수 5분의 3 이상 가표를 얻으면 시무를 재개한다.

목사·장로 임기제는 99년에도 제안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교회 여건이나 분위기로 볼 때 무리였다. 임기제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인데, 장로 하나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이 당시 교회에서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도 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논의 과정에서 상심한 장로 두 명이 다른 교회로 옮겼다. 개혁의 과정에서 불가피한 상황인지는 몰라도 교회로서는 매우 아픈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강남향린교회의 분가선교와 목사·장로 임기제는 한국교회의 허리축을 형성하는 중소형 교회들의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5백 명, 1천 명은 되어야 교회를 분가하든지 말든지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는 아예 안 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한 교회를 5백 명, 1천 명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1백 명 교회 다섯 곳, 열 곳 세우는 것이 훨씬 성경적이고 인격공동체적이며 역동적인 교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강남향린교회의 교회론과 목회철학을 냉정하고 진지하게 곱씹어야 할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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