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약 해석자로 알려진 미국 트리니티대 신약학 교수 그랜트 오스본의 강해설교 세미나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석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오스본 교수는 한국을 떠나면서 "다음에 올 때는 강의제목에다 꼭 교회성장이란 단어를 삽입해야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세미나 기관들에 모두 해당된다. 다양한 세미나를 주최하고 있는 두란노바이블칼리지의 경우 일반 세미나들이 정원을 웃도는데 비해 강해설교 세미나는 정원미달이란다.
세미나 기관 관계자는 이 현상에 대해 "목회자들의 관심사가 달라졌다. 이제 목회자들은 강해설교 세미나가 아닌 교회성장 관련 세미나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번은 세미나를 주최측에서 잘 아는 교회 전도사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큰 맘 먹고 무료로 세미나 참석을 권유했단다. 그러나 그 전도사님의 대답은 "시간이 없다"였다는 것. 5만원을 내야만 들을 수 있는 강의를 무료로 해준대도 거절당할 만큼 강해설교는 인기가 없다.
그러나 교회성장 관련 세미나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실질적으로 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성장 프로그램들이 목회자들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가령 김포의 어느 교회가 주최하는 '교회성장 세미나' 참석자는 기본이 천명 단위다. 또 성장과 관련한 셀, 자연적교회성장(NCD), 주일학교의 성장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세미나들 역시 이른 바 '호황'이다. 목회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교회가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국내외 프로그램들을 섭렵하는데만 바쁘다.
그러면 성경강해와 교회성장은 반비례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 둘은 어쩌면 동반자 관계에 있다. 성도들의 삶을 살찌우는 성경강해를 외면한 채 교회성장을 위한 프로그램 익히기에만 관심을 둔다면 그러한 성장이 치달을 종착점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물론 성장 관련 세미나들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장으로 교인들은 많아지는 반면에 말씀의 깊이는 얕아지기만 한다면 그 또한 양적 성장주의에 집착하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충분한 말씀의 토양을 일군 후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이 바른 순서다. 물론 '나 홀로' 열심히 말씀을 묵상하시며 설교를 고민하실 목사님들 또한 어딘가에 칩거하고 있으리라 믿으면 성급한 판단이 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 한국교회가 '말씀으로부터' 자유하려는 이 현상은 결코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