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1권의 책을 읽고 서평 하나와 자유 주제의 칼럼 혹은 에세이를 제출하는 1년 과정의 글쓰기 학교에서 가장 즐거워하는 것은 좋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건 서적만 읽던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양한 책을 읽어서 행복하다 말한다.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깊이, 심리학적 통찰, 영성의 힘을 고루 갖춘 책을 읽으면서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맛본다는 것이다. 책 읽는 재미가 글을 써야 하는 부담 때문에 반감된다는 말도 대개 덧붙이곤 한다. 그러면서 또 따라오는 말은 서평 때문에 책을 제대로 깊이 읽게 되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지금껏 꽤나 많은 서평을 써 왔고, 숱한 서평을 첨삭 지도하면서 느끼는 것은 너무나 자주 저자를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가 쓴 책인지,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정보가 미흡하다. 읽고 평을 하는 이는 자명하게 저자를 알고 있다. 하지만 책의 독자가 아닌 서평의 독자는 저자를 모른다고 잠정적으로 전제해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서평이 독자들이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슬쩍 넘어간다.

서평에 작가를 간략히 소개해야 할 이유는 서평의 특성 때문에 그렇다. 서평은 말 그래도 저자의 책(書)에 대한 나의 평(評)이다. 독후감이나 독서 일기가 책을 읽은 주체에 방점이 있다면, 서평은 읽은 이와 더불어 쓴 이에 대한 관심을 요구한다. 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서평의 의무이다. 그 정보에 저자도 응당 포함된다.

그러면 어떻게 소개할까? 방법을 말하기 전, 서평 하나에 어느 정도의 분량이면 될까, 라는 질문에 대답부터 하고 넘어가자. 분량은 한 문단이면 족하다. 원고지 10매(A4 1장 가량)의 글을 기준으로 해서 그렇다. 원고지로 1매 어간이면 된다. 저자 소개를 안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할애할 필요도 없다.

첫째, 출판사 글 인용

소개하는 첫 번째 방법은 책의 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를 그대로 혹은 약간 수정해서 옮기는 것이다. 그곳에는 저자의 이력과 학력, 직업 등이 적혀 있다. 대략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마지막은 그의 저술 목록이다. 지금 곁에 책이 한 권 있다면 펼쳐서 저자를 어떻게 출판사에서 설명하고 있는지를 보면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부하는 자리에서 가까운 자리에 꽂혀 있는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와 A. W. 토저 마이티 시리즈를 꺼내 보아도 그렇다. 루이스는 우리 시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기독교 변증가라는 인물평과 함께, 나고 자란 이야기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했고 가르쳤다는 이력과 학력, 마지막으로 루이스의 저술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다. 간단히 이력과 저서만 적은 것도 없지 않다. 그런 경우 저자가 익히 알려진 경우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출판사가 소개한 저자 모습을 그대로 서평에 카피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니만큼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재차 말했듯이, 서평은 책에 대한 평이다. 그렇다면 저자에 대한 나의 평이 서평에 실려야 마땅하다. 서평이 책의 요약에 그쳐서는 안 되듯, 저자 소개도 마찬가지다. 책을 다 읽었으니 자기 나름의 인상과 느낌,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것을 책날개의 저자 소개와 잘 섞어야 한다.

아래 인용한 글은 제임스 스나이더가 쓴 <A. W. 토저> 전기에 대한 서평에서 발췌한 것이다. 전기라는 특성상 저자인 스나이더보다는 토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안내한다. 그의 삶의 이력을 군더더기 없이 적었다. 그리고 그것은 책날개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토저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표현해 주어서 후한 평가를 해 준 글이다.

"토저는 1897년 4월 21일 호세라고 불린 서부 펜실베이니아 구릉 지대의 한 작은 농촌에서 태어났다. 공식적인 신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던 그는 1919년, 그가 회심한 지 5년이 지났을 때 기독교선교연합 소속으로 자신의 44년간의 사역을 시작했고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연합교회에서 목회하는 동안 그의 명성은 널리 퍼졌다고 전해진다. 그는 목회자, 작가, 편집자, 강사, 교단 지도자로 봉사했으며, 많은 기독교 선교 연합 교단지인 <주간연합>의 편집자로 일했다. 잡지는 1987년 <연합생명>으로 바뀌었고, 그는 이 잡지를 통해 미국의 수많은 복음주의 교회들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둘째, 글쓴이가 이해한 대로

두 번째 방법은 자기 나름대로 소화를 해서 저자를 소개하는 것이다. 내 책, <가룟 유다 딜레마>와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예배, 인생 최고의 가치>에 대한 서평에서 몇 개 뽑아 보았다.

"저자 김기현은 우리 시대에 기독교에 도전하는 난제들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성경적이고 복음적이면서, 그러나 억지가 아닌 이성과 논리로 믿는 사람뿐 아니라 믿지 않는 자들도 수긍하도록 글을 쓰는 작가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기독교 권위에 도전한다고 하여 사탄이나 적그리스도라고 하며 신앙적이지 않다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차분하게 근거를 가지고 자세하게 서술해 나가고 있다. 윽박지르는 것은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외부적으로 더 큰 반발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들이 순탄하지 못했던 시간들과 복음의 진리와 역사의 진실 사이의 괴리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신학적인 물음들, 그리고 상처 입은 자들과 함께 시작한 개척 목회 현장에서 저들에게서 얻은 깊은 상처들을 경험하면서 악과 고난의 문제에 몰두한다. 그의 마음의 흔적들이 이 책의 많은 부분에 젖어 있다. 저자는 하박국을 통해 자신과 하나님 사이에서 여기저기 침몰되어 있는 질문과 생각들을 끄집어내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김기현은 고통을 경험한 사람이다. 가정에서 일찍 아버지의 죽음을 보고 이후 어머니를 비롯하여 온 가족이 고통을 받는다. 목회 현장에서 자신감을 갖고 개척하지만 상처 입은 사람들을 만나 상처들을 전가(轉嫁)받는다. 신학을 공부하며 '복음의 진리'와 '역사의 진실'이 연결되지 않는 신앙의 현실을 본다. 신앙하는 자가 말씀대로 살지 않는 모습이다. 신앙생활을 오래하며 자신의 삶의 안녕을 추구하지만 고통 받는 이웃과 민족을 외면한다. 왜 그럴까? 이런 질문이 고통에 대해 살피게 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목회자이다. 서두에서 이 책을 펴낸 이유가 바로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예배와 성도를 도우려고 매주 주보에 연재한 글을 묶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성도들을 향한 목사의 마음이 많이 담겨 있다. 그리고 실제적인 현장감을 감지할 수 있다."

"김기현 목사는 예배와 성도를 돕기 위해 매주 주보에 연재한 글을 모아 이 책을 펴냈고 평소 이해를 돕고 소통하는 것을 지향하는 목회자이다. 이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책을 참고하며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해결해 온 목회자로서 지금까지 복음을 증언하는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각각의 글에서 한 사람을 소개하지만 책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글은 질문에 대답하는 변증에 관한 책이므로 저자를 따뜻한 논리를 전개하는 이로, 두 번째와 세 번째 글은 고통에 관한 책이므로 저자가 겪은 이러저러한 고통의 측면에서 설명한다. 네 번째와 마지막 글은 목회자라는 점에 포인트를 두고 소개한다. 여기서 첫째, 자기 언어로 저자를 표현하도록 노력할 것, 둘째, 같은 저자라도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한 저자라 하더라도 다른 책이면 달리 소개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제럴드 싯처의 책을 서평한다고 해 보자. 그의 <하나님 앞에서 울다>, <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 <하나님의 뜻>은 연작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한꺼번에 교통사고로 어머니와 아내, 딸을 잃은 슬픔으로 울며 고통의 의무를 물었던 책이 <하나님 앞에서 울다>이고, 그토록 가족을 위해 기도했건만 하나님은 침묵하시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하나님에게 묻고 따진 책이 두 번째이고, <하나님의 뜻>은 동일 사건을 기도가 아닌 하나님의 뜻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한 책이다. 이 책들을 서평할 때, 저자의 그런 점을 부각시켜 소개해야 한다.

무릇 모든 글에는 글쓴이의 냄새가 묻어나기 마련이다. 한편, 저자의 위세에 기가 죽을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저자를 뭉개고 내 마음대로 읽어서도 안 된다. 서평이 책에 대한 평가라는 간략한 정의를 기억한다면, 저자를 소개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저자에 대해 자기만의 언어로 서술해 보는 것은 글 쓰는 훈련으로도 좋고, 독자를 배려하는 고운 마음이고, 좋은 서평이 갖추어야 할 미덕이기도 하다.

김기현 / 부산수정로침례교회 목사 · <글쓰는 그리스도인> 저자 (www.logosscho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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