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가방을 둘러맨 이방인의 방문에 몇몇 교우들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임 목사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본 그들은 이내 경계의 수위를 낮추고 미소로 맞아준다.
드디어 예배 시작시간인 11시가 되자 어느새 예배당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가 100여명 정도로 불었다. 자신의 전 재산이 든 배낭을 짊어지고 온 사람은 노숙자가 분명했다.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행색으로 보아 평범한 직업을 갖지는 않았을 것 같은 사람들. 제법 쌀쌀해진 날씨임에도 맨발인 사람이 여럿 보인다. 모든 것이 여느 교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임명희 목사의 인도로 예배가 시작된다. 묵도 후 교회의 거룩한 회복과 주의 성령 충만함으로 하나님 앞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수 있도록 통성으로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찬송과 이성실 전도사의 기도, 성가대의 찬양, 임 목사의 설교, 축도 순으로 이어진다.
임 목사는 '신자의 삶'이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우리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선택받은 사람들로 하나님의 원리와 방법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계속해서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가 받을 영광과 비교할 수 없다"면서 "성령의 능력으로 하나님의 뜻을 좇아 살아가는 성도들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설교 후 봉헌 순서가 이어진다. 헌금함에 손을 내미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과부의 정성에 버금가는 정성들이 모여진다. 드디어 광고시간. 개인용 앉은뱅이 의자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임 목사는 광고를 통해 임영신 집사와 조남월 장로의 헌금으로 개인용 의자를 마련했다면서 "따뜻한 바닥에서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예배를 드리니 좋지요. 그런데 예배시간에 조는 사람이 몇 명 있었습니다" 이내 폭소가 터져나온다. 임 집사와 조 장로는 광야교회 성도는 아니다. 광야교회 형편을 듣고 도움을 준 사람들이다.
광고가 끝나갈 무렵 예배에 참석한 교우들에게는 여의도고등학교에서 보내온 양말 한 켤레씩이 전해진다. 교회에 처음 나온 사람들에게는 양말이 한 켤레씩 더 주어졌다. 양말 한 켤레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다. 예배 후 임 목사와 몇몇 성도들은 노방전도를 나갔고, 나머지 교우들은 함께 식사를 하며 교제를 나눈다. 양말 한 켤레를 받고 한 끼 식사를 때워서가 아니라 성도들의 표정에는 어느새 평안함이 배어 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결코 한끼 식사를 해결하고 하룻밤 기숙을 위해 광야교회를 찾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변화된 삶을 체험하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