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국시(國是)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  

이 말은 16년 전인 1986년 10월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던 유성환이 국회 대 정부 질문을 통해 제기한 것이다. 이 발언으로 전국이 국시논쟁으로 시끄러웠던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6.25전쟁의 비극적 참상을 경험한 국민의 감정을 바탕으로 정권을 유지해오던 당시의 군사정권으로서는 용납하기 힘든 말이었다.

같은 민족인 북한이 어떻게 우리의 적일 수 있느냐는 주적론(主敵論)이 폭넓게 국민의 설득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고 보면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의식이 이렇게까지 변했나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50여 년 남북 분단의 세월 속에서도 남북통일에 대한 우리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른다. 남북한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고 만났다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에 손잡고 목청 높여 통일을 노래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고 말이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이 통일 노래도 원래 일제 말엽에는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란 노랫말로 불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북한이 통일이 되면 우리는 또 노랫말을 바꿔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꿈속에서도, 온 전성을 다 해서 이룩해야 할 통일, 그리고 이 겨레를 살릴 수 있는 그런 민족의 소원이 이렇게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일민족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남북통일에 대한 어떠한 이론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통일이 이 민족의 이름을 내걸고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인가 하는데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짧은 인생을 놓고 봐도 그렇다. 상급 학교에 진학을 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해야 하는 일은 성장과정 속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때그때 바라고 추구하는 것을 그 인생의 최종 목표요, 소원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같은 통일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사람들의 생각은 제 각각이다. '우리의 소원'을 교가(敎歌)처럼 부르는 통일교 교인들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남북통일을 기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세계기독교가 문 교주의 교리대로 통일되기를 꿈꾸고 있다.

눈물을 글썽이며 통일을 노래하는 남북한의 통일 일꾼(?)들도 그들의 머리 속에 그리는 통일의 방법은 같을 수가 없다. 북한 사람들은 노동당 규약에 제시한대로 북한 주도의 혁명통일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남쪽 사람 역시 통일지상주의자가 아니라면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은 아니더라고 최소한 북한이 주장하는 적화통일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이 통일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동상이몽이다.

하나되는 것은 아름답다. 그러나 남북이 하나되는 통일, 그 자체가 민족이 추구하는 영원한 소원일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방법으로든, 어떤 체제로든 통일만 하면 된다는 통일지상주의를 경계하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경도 하나됨을 아름답다고 노래하고 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시133:1)

그러나 하나됨 자체가 그 목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나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나님께서는 오 천년 동안 이 한반도를 우리 민족이 거주할 경계로 한정하시고 함께 살도록 하셨다. 우리에게 이러한 은혜를 허락하신 것은 그저 하나되어 살라고 하신 것이 아니다. 분명한 목적이 있으시다. "사람으로 혹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게 "(행17:27)하시려고 우리를 한 민족으로 이 땅에 살게 하셨다.

통일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되는 것이다. 1985년 쿠바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 때 우리 팀을 안내하던 쿠바 여인이 우리를 보고 신기한 듯 물어 온 것이 한 가지 있다.  "당신네들은 머리카락이 모두 까맣냐?"는 것이다. 또 "왜 남자들 모두가 수염을 기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 때 단일민족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였지만 그 여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다양한 민족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단일민족의 정서 속에 살아왔기 때문인지 우리는 하나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때로는 나와 똑같지 않다는 이유로 상대를 투쟁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다.

금년도 우리 교회의 표어는 "우리는 하나"(We are the one)이다. 하나됨 보다 하나되어 추구할 목표의 제시가 아쉽다.

남북한이 하나되어야 하는 것이 북한 동포의 영혼을 구원하고, 땅 끝까지 하나님의 통치영역을 넓히기 위함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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