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을 한다. 최전선 연대장 시절 1993년도 1월 1일 저녁 이등병이 자살했다는 보고를 사단장 공관에서 저녁 만찬도중에 받았다. 그 날은 눈이 무척 많이 내리던 밤인데 군의관과 함께 사고현장인 수리봉 정상까지 눈길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신을 후송시키러 갔다. 나는 부대로 복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착찹한 심정에 밤을 지샜다.

전선을 지키는 병사가 적과 싸워 용감하게 산화를 못할 망정 스스로 목숨을 끈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여겨지기에.....

그후 부터는 이등병이 전입을 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의 훈시를 하였다.

"여러분 군 복무중 아버지는 사업이 부도가 나고, 어머니는 병으로 쓰러지고, 동생은 가출을 하고, 애인은 변심을 할 때......이게 현대판 사면초가다. 죽어야 하는가? 죽고 싶으면 죽으라. 그런데 죽는 방법을 이렇게 해봐라......동료 전우를 대신해서 밥도 먹지 말고 잠도 자지 말고 죽을 때까지 보초를 서다가 죽어봐라, 그런데 너무 추워서 죽기가 힘들면 전역후 공부를 하다가 죽어봐라, 나는 공부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면 운동을 하다가 죽어봐라, 운동 신경이 발달되지 않았다면 돈벌다가 죽어봐라. 화장실 냄새나는 곳에서 군화끈으로 목 메달아 죽지말고....."

그후 부터는 자살사고 한 건도 없이 연대장 임기를 마쳤다.

자살사이트로 귀중한 목숨을 헛되이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각성할 필요가 있다. 짧은 인생을 우리는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미워하고 희망적인 꿈을 꾸고 열심히 살아도 부족한데 허망한 곳에 소망을 두고 절망하고 살 시간이 어디 있을까?

자살하고 싶은 분들은 자살여행을 이곳으로 와서 1시간이나마 좋은 일하고 그래도 자살하고 싶다면 자살을 해야지...이곳에는 자기 스스로 음식도 못 먹고 용변도 못 보는 200 여명의 중증 장애인들이 그래도 목숨을 부지하고 꿈도 키우면서 하나님도 찬양하면서 사는데....

육신이 멀쩡하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싶다면 자살여행지를 이곳으로 선택하여 한번 들러주기 바랄 뿐이다.

우리들이 위인으로 존경하는 분들은 그들이 비록 태어날 때는 잘 태어나지 못하였지만 인생을 살면서 남에게 도움을 크게 주었고, 죽을 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고 남을 위하여 귀한 생명을 값있게 바쳤기 때문이다.

인류의 죄를 대속하고 우리들에게 영생을 주기 위하여 택하신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은 세상 어떤 죽음보다 더 위대하게 기록된것이 아닐까? 진정 잘 죽는 것이 인생의 진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문혜5리 문혜장애인 요양원 원장 박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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