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할렐루야 기도원 ⓒ뉴스앤조이 김승범

공중파TV 사회고발 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문제점을 파헤친 대표적인 종교단체가 있다면 바로 할렐루야기도원(원장:김계화)과 JMS(교주:정명석, 현 CGM, 기독교복음선교회)다. 모두 기독교계 이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기독교 이단 논란에 어떤 관심도 없는 공중파 TV가 할렐루야기도원과 JMS를 다룬 것은 이 두 단체가 공통적으로 종교가 지녀야할 윤리는 물론 상식조차도 초월해 사회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93년 3월 MBC는 할렐루야기도원 내에서의 매독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 보도했다. 손톱으로 환부를 긁어 암을 치료한다는 김계화 원장의 성령수술을 통해 매독이 전염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 보도 후 기도원측이 5000명 이상의 신도들을 동원하는 인해전술을 펴 MBC 사옥을 봉쇄하자, MBC는 기도원측에 사과를 하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MBC 매독감염 보도 후 7년이 지난 2000년 12월, 이번에는 SBS가 매독은 물론 외화 밀반출과 불법건축물 등 더 심각한 기도원 비리 사실을 고발했다.

MBC 보도로 김계화 원장의 성령수술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 포착됐지만 할렐루야기도원은 여전히 건재했고, 도저히 의술로 치료받을 수 없는 말기 환자들이 실낱같은 생존의 희망을 품고 찾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SBS는 7년 전에 비해 매독환자가 더욱 늘어났으며, 일반 치료를 받지 못해 증세가 악화된 환자들이 마침내 목숨을 읽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더욱이 외화 밀반출과 불법건축물에 대한 제보까지 추가돼, 할렐루야기도원이 명성을 이용해 찾아오는 환자를 대상으로 부를 축적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사회고발프로그램으로서는 획기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이 보도 후 수많은 시민들은 할렐루야 기도원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런 사태에 대해서 정부와 수사기관이 과연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됐다. 또 보도 당사자인 SBS 또한 수사기관에서 철저하게 모든 의혹을 파헤쳐 줄 것을 기대한다고 천명한바 있다.

MBS 보도 후 10년째 그리고 SBS 방송이 나간지 3년째인 현재 할렐루야기도원을 향한 의혹들은 과연 속시원하게 규명되었을까.

올 2월 할렐루야기도원 피해자대책위원회 회장 이선자씨(51)와 이선규 목사(백운성결교회)는 약 2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대통령직속 부패방지기구인 부패방지위원회 현관을 들어섰다.  

이선자씨는 1985년부터 1996년까지 약 12년간 기도원을 출입하며 김계화 원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열성신도다. 그러던 이씨는 기도원에서 매독에 감염됐고, 김계화 원장의 실체에 대해서 강한 회의를 느끼던 중 과거의 행적을 반성하며 피해자대책위를 구성해 기도원 비리를 고발하는 대열의 선두에 나섰다.  

이런 이씨는 기도원을 탈퇴한지 6년만에 부패방지위를 찾아가 "서울지검 의정부 지청 고OO 검사가 할렐루야 기도원 관련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며 "이는 현 정권 핵심 실세와 사정팀의 압력으로 인한 것으로 본다"고 기염을 터트렸다. 그리고 200페이지가 넘는 신고내용을 접수시켰다.

이씨가 부패방지위까지 찾아간 이유는 SBS 보도 후인 2001년 2월 청와대측에 진정된 할렐루야기도원의 각종 비리의혹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에 착수한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이 지난해 11월 매독환자 2명에 대해서만 기소하는 선에서 기도원 관련 모든 의혹 사건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매독으로 심한 흉터를 가진 전 기도원 신도
ⓒ뉴스앤조이 이승균

당시 검찰은 기도원에서 매독에 감염됐다는 피해자와 외화 밀반출에 참여한 신도들의 진술이 김계화 원장의 혐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으며, 불법적인 집회나 폭력사건 등도 시효가 넘어 공소권이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이 김계화 원장의 소위 '성령수술'을 받은 후 매독에 걸렸다는 수십명에 이르는 환자들의 진술은 물론 피해자대책위 이선자씨 혼자만 20억원이 넘는 외화를 밀반출 했다는 주장까지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사가 다소 미흡했다는 여운을 주고 있다. 더구나 이씨 외화 밀반출의 경우는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또 전 기도원 신도 10여명도 일본이나 미국 방문시 기도원측으로부터 50만엔이나 4000달러가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았으며, 현지에 도착해서 기도원측에 다시 돌려주는 행위를 여러 차례 반복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 수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할렐루야 기도원측은 이런 혐의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해 왔으며, 김계화 원장의 안수 기도 후 사망한 사건이나 매독 감염에 대해서도 안수가 직접적인 사망이나 감염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검찰에서 대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기도원측은 언론이나 기독교계에서 자신들을 비난하는 일이 발생할 때마다 수백에서 수천명의 기도원 환자와 신도들을 동원, 대규모 항의집회를 개최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가 불법적인 양상으로 번지거나 물리적인 충돌로 인한 불상사가 심심찮게 발생했다.  

한편 기도원 문제를 보도했던 SBS 모 제작진은 "매독에 걸린 사람과 외화 밀반출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검찰의 수사 의지가 단호하지 못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이선자씨는 단호하지 못한 검찰 대신 기도원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헤치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부패방지위를 찾게 됐다. 더구나 검찰이 진정인인 자신에게는 어떤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참고인에게만 무혐의처리 사실을 통보한 것도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더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씨의 신고를 접수한 부패방지위가 심사 결과 검찰 수사의 허점을 발견하는 경우나 고위층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정식으로 검찰 수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이 사건에 고위층이 개입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 부친을 비롯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 등 옷로비에 연루된 고관 부인과 임창렬 경기도지사 부인 주혜란씨,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 부인 등이 기도원에 자주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기도원에서 봉사자로 있다가 불과 11개월 전 기도원을 나온 김 모씨는 "SBS 보도가 있기전만 해도 고관대작 부인들은 맨 앞자리에 앉아 김계화 원장의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1999년 옷로비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을 당시 연정희씨가 문제의 옷을 입고간 곳이 바로 할렐루야기도원이다. 연씨는 물론 김홍일 의원 부인 등 당시 우리나라 특권층 부인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할렐루야기도원은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이 매주 한번씩 열리는 마산 등 영남지역 집회에 대개 참석했고 김 원장은 그 사실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으로 알려진 것을 참고하면, 당시 할렐루야기도원의 그 위세는 상상할만하다.

할렐루야기도원의 위세가 더욱 막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전국 어떤 종교단체도 따르지 못할 만큼의 방대한 재산 규모다. 현재 기도원에 속한 부동산은 전국에 약 100여곳이 넘는다.이중 100억원대에 이르는 3공화국 시절 국내 최대 요정 중 하나였던 '선운각'터를 비롯해 국제극장 건물 등 수도권의 부동산뿐만 아니라 전국에 수십억대 부동산 등 대충만 잡아도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모 국가기관 관계자는 기도원의 재산규모와 관련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규모다"고 표현하고 있다.

결국 피해자들은 이런 재력과 특권층 인사들의 빈번한 출입 등이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으면서도 기도원이 공권력의 수사망에서 안전거리에 있을 수 있는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들 특권층이 할렐루야기도원 문제에 개입했는지 혹은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입증자료는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지 막연한 '심증'에 그치고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할렐루야기도원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단체로 지목된 JMS의 경우도 이렇다할 제재를 받지 않고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SBS의 사회고발프로인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매우 드물게 1999년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JMS 교주 정명석의 여신도 성추행과 신도들의 앵벌이를 통한 노동력 착취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JMS 정명석 총재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1999년 3월‘구원의 문인가, 타락의 빛인가-JMS’ 편을 통해 국제크리스천연합의 정명석 총재가 자신이 재림예수라고 주장하며 여신도들과 집단으로 성관계를 갖고 신도들에게 불우이웃 돕기를 빙자한 앵벌이를 시켜 교단의 재정을 충당해온 사실을 밝혀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후 4개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정명석 총재에 얽힌 또 다른 여성 제보자의 고백과 최고의 간부의 양심선언 및 정명석 교주의 홍콩 잔류 내막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JMS의 비양심성을 또 한번 고발했다. 아울러 모든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두 차례 충격적인 보도 이후 JMS는 당시 교세가 조금 위축되긴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해외에 체류 중인 정 교주의 원격조종 아래 조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엔 젊은 층 대상의 활발한 포교활동 속에 과거의 위세를 회복해 가고 있는 중이다.

정 교주는 지난해 12월 대만에서 여대생 성추행 문제를 일으켜 현지 언론의 집중 비난을 받는 등 해외에까지 성 편력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또 JMS 탈퇴자 모임인 엑소더스 전 회장 김영수씨에 따르면 국내 여성신도들 중에서 해외로 불려가 성추행 당하는 여성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 교주로 인한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JMS가 안고 있는 심각한 위험성에 비해 공권력의 힘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할렐루야기도원과 마찬가지다. JMS는 탈퇴 목회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치계와 법조계 특히 대전지역 유력 인사들과 광범위한 유대를 맺어 오면서 나름대로 탄탄한 배경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엑소더스 전 회장 김영수씨는 "대전 지역 전직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가 JMS와 수시로 연결되었으며 선거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갔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교계 인사로는 전 월간현대종교 이사장 심영식씨와 JMS간에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