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에 대한예수교장로회 어느 교파에서 총회가 열려 총회장을 뽑았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대의원 중에 한 사람이 이 선거는 무효라며 '총회장직 부존재 확인청구 소송'이라는 걸 법원에 냈습니다.

판사가 보기에 판정은 쉬웠습니다. 문제가 제기된 그 총회장 자리는 뽑힌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임기가 끝나 버렸기 때문에 1년 여가 지난 지금에 와서 총회장 자리가 부존재인지 아닌지 따져 봤자 입만 아프지 재판의 실익이 누구에게도 있지 않으니 재판할 것도 없어 재판 청구 자체를 기각시켰습니다.

판사의 고민은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겨우 한 달 남짓 임기가 남은 총회장 자리에 오르느라 절차상 문제 있다며 아우성 치는 이의제기를 묵살하고 악착같이 총회를 치룬 사람들이나, 문제의 총회장 임기가 이미 끝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단이 어떤 혼란에 빠지든 개의치 않고 끝까지 싸워 결판을 짓겠다고 소를 취하하지 않는 사람... 이대로 재판을 끝내면 또 싸우고 볶아댈 것이 뻔해 다음과 같이 당부를 덧붙였습니다.

우선 판결문을 소개하고 제 나름대로 쉽게 통역해 보겠습니다.
"재판의 사명은 1회적인 분쟁을 형식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분쟁의 해결, 나아가서는 분쟁의 예방에까지 이르러야 하기에 판단을 덧붙인다."

...당신들 하는 처사를 보니 또 싸울 것이 뻔해 재판해 봤자 소용없는 것이어서 재판할 필요가 없다고 치워버리면 그만이나 재판관으로서 성의있는 태도가 아니라 생각되어 덧붙인다.

"우선 총회가 선거조례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할 지 여부를 대의원들에게 물은 뒤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선언하고 선거를 진행했다...하는데 이는 국회가 국회법을 무시하기로 결의하고 의사를 진행한 거나 마찬가지여서 불법이다."

...선거규정이 맘에 안 들고 상황을 어렵게 만드니 우리가 공정선거 하자고 만든 거지만 잠시 골방에 가둬 두고 우리끼리 법 없이 선거를 진행하자니 그게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국회에서 국회의원들끼리 국회법을 잠시 없는 것으로 치고 표결하자 어차피 법을 우리가 만드는 건데 누가 뭐라 그럴건가... 그러다 잘하면 하나님이 거추장스럽고 권력 추구에 방해가 되니까 다들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처리하자고들 하겠군.

"탈법과 편법이 횡행하는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회가 더욱 모범적으로 법을 집행해 사회에 깨끗한 물을 흘려 보내지는 못할 망정 스스로 혼탁한 소용돌이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독교 교리상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돌려야 하듯, 교회의 문제를 세속 법정에서 해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인데 교회 문제를 법정에 가져와 해결하려는 태도는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처사일 것이다.

이는 당사자 자신과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의 영혼을 망하게 하는 일이 아니고 뭔가. 기독교회는 모든 일을 모범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진정 하나님을 믿는다면 세속 법정으로 가져 올 것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의 정신으로 이를 처리해야 한다."

...당신들 교회 맞아?
가이사에게 교회 심판을 맡기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당신들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 아닌가.
샘물이 더럽혀지면 강물은 어찌 깨끗히 될 수 있겠는가.
정신 좀 차리게 이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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