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 재판이 6월 27일 감리회본부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 검사 역할을 해야 할 심사위원장과 서기 중 아무도 출석하지 않아 재판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 재판이 6월 27일 감리회본부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 검사 역할을 해야 할 심사위원장과 서기 중 아무도 출석하지 않아 재판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를 교단 법정에 세운 관계자들이 이번에는 "일정을 까먹었다"는 황당한 이유를 대며 재판에 불출석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헌법 '교리와장정'에 따르면, 형사재판에서 심사위원회는 검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심사위원장 내지 서기가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데, 현장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는 6월 27일 본부에서 이동환 목사 사건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을 앞두고 이 목사를 지지하는 청년 20여 명은 감리회본부 앞에 모여 '걸작품', '싱글벙글' 같은 율동 찬양을 하고, 현수막에 응원 문구를 적고 본부 건물을 한 바퀴 도는 등 지지 퍼포먼스를 벌였다. 반동성애 성향 목회자·교인 20여 명도 맞은편에서 '우리들의 싸울 것은', '믿는 사람들은 군병 같으니' 등 찬송가를 불렀다.

이날 이동환 목사를 기소한 경기연회 심사위원장 진인문 목사 또는 서기 김기태 장로가 앉아 있어야 할 피상소인석에는 보조참가인 중 하나인 김용신 목사(기쁨의교회)가 앉아 있었다. 다른 보조참가인 이훈 목사(넘치는교회)는 "어제까지도 (김기태) 장로님께 확인했다. 오늘 안 보이길래 전화했더니 '집이다. 까먹었다. 미안하다'고 알려 왔다"면서 대신 사과했다.

재판위원들은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장 박신진 목사(삼척제일교회)는 "나도 오늘 새벽 기도를 마치고 바로 왔고 다른 재판위원은 부산에서 올라왔다. 이 일이 하나님 앞에 중요한 일이라고 여기고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나오셔야 옳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위원들도 "재판 안 하겠다는 것인가. 피상소인 측(심사위)이 이렇게 나와서 재판이 지연되는 걸 모르나", "이런 상황에서 재판을 한다면 상소인 측(이동환 목사)은 재판 자체가 불공평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동환 목사 측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우리도 심사위원장과 서기가 출석하지 않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만일 오늘 재판을 진행하려거든 피상소인 측에 불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사소송법에도 검사가 2회 출석하지 않으면 궐석으로 재판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 규정을 준용해) 피상소인이 궐석한 상태로 심리한다면 재판 진행에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재판은 심사위원회 없이 진행됐다.

이 목사 측은 지난 재판에 이어, 교리와장정이 규정한 "동성애 찬성 및 동조" 행위를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가 차별과 혐오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 것인데, 그걸 두고 마치 마약·도박 같은 범죄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해 엄격하게 해석해 달라고 했다.

반면 보조참가인 측은 '죄형법정주의'는 사회의 법적 논리일 뿐이라면서, 진리와 천국·지옥 같은 신학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신 목사는 "교회법은 진리와 비진리의 문제다. 이번 판결이 잘못되면 수천 명이 지옥에 갈 수 있고, 정확히 판결하면 수만 명이 천국 갈 수 있는 문제다", "교리와장정을 인정하지 못하겠으면 다른 교단에 가면 된다"라는 논리를 폈다. 또 다른 보조참가인 김재탁 목사(시냇가의교회)는 "존재를 축복하는 것은 맞지만 행위를 축복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예를 들어 마약이나 도박 축제를 벌이는 곳에 목사가 가서 축복한다면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마약·도박에 대한) 찬성이고 동조 아니냐"라고 했다.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 재판위원회는 기소 사실 자체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재판장 박신진 목사는 "여기에서 구원받지 못한다거나 지옥 간다는 등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 '동성애 찬성 및 동조'라는 사실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다른 재판위원들도 보조참가인들에게 이동환 목사가 퀴어 축제 축복식 집례로 기소된 이후 했던 발언이나 행위, 인터뷰 내용 등을 문제 삼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보조참가인들은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다.

이날 재판은 약 1시간 20분 만에 끝이 났다. 양측은 7월 초까지 성소수자 축복기도 행위가 '동성애 찬성 및 동조'에 해당하는지 관련 서면을 제출하고, 7월 8일 심리를 한 번 더 열기로 했다. 재판위원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8일 재판을 끝으로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1시간 전, 감리회본부 앞에서 청년들이 이동환 목사 지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재판 1시간 전, 감리회본부 앞에서 청년들이 이동환 목사 지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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