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도현 대표] 기독법률가회 대표 이병주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를 처음 만난 장소는 서울 서초동 법원 앞이었다. 변호사를 법원 앞에서 만나는 거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날의 만남은 조금 특이했다. 법원 앞 식당에서 식사하고 들어간 장소는 법원이 아닌 기독법률가회 사무실이었다. 사무실 옆 작은 강의실에서 바울신학 분야 석학 김세윤 교수(풀러신학교)가 신학 개론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교회나 학교도 아니고 시끌벅적한 강남 한가운데 조그마한 공간에서 성서신학이라니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기독법률가회 변호사, 좋은교사운동 교사,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활동가, <뉴스앤조이> 기자 등 강의를 듣는 이들의 소속도 다양했다.

강의는 몇 주 넘게 계속됐다. 신학대학원 수업을 방불케 하는 내용이었지만, 참석자는 모두 직장을 가진 평신도들이었다. 아무리 석학으로부터 직접 듣는 강의라 해도 퇴근 후 모여 밤 10시까지 집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열기는 뜨거웠다. 강의하는 김세윤 교수나 듣는 이들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평신도에게도 수준 높은 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20년에는 기독법률가회·기윤실·좋은교사운동·IVF기독직장인모임이 함께 '평신도의 상상력'이라는 신학 강좌를 열었다. 김세윤 교수가 온라인으로 30시간 강의하는 형식이었다. 코로나 국면이라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2년 전 첫 모임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인 모양을 갖추었다. 그 후 2년이 지난 올해 하반기에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실천신대·이정익 총장)에서 평신도를 위한 신학 과정을 정식으로 열게 됐다. 4년간의 고민과 실행이 구체적인 열매로 맺어진 것이다.

'평신도를 위한 신학 과정'이라는 말에 오해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더 쉽게 배운다는 뜻이 아니다. 기존 체계에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평신도를 위한 신학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과정을 만든 것이다. 당연히 그 내용도 기존 신학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특수 목적 학위가 아닌 정식 석사 학위를 부여하는 이유도 그만큼 학문적 완성도를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평신도 신학 과정이 기존 신학 과정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 것인지 듣기 위해 이 모든 과정의 기획자라고 할 수 있는 이병주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4년 전 강남의 작은 강의실에서 시작된 신학 강좌를 왜 다시 개설했는지, 대학원의 정식 학위 과정으로 출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이를 통해 어떤 열매를 맺고 싶은 것인지 물었다. 인터뷰는 6월 3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기독법률가회 대표 이병주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기독법률가회 대표 이병주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4년 전 법원 앞에서 시작했던 조금은 이상한 신학 공부 모임이 신학교 정규 과정으로 발전했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조금은 이상하고, 또 생소한 시도였다. 사실 개인적으로 생소한 일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법률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열심히 생활인으로 살았는데 기독법률가회 활동을 하다 보니 내가 신앙적으로 아마추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교회에서는 '1번 집사'라고 불릴 정도로 열심이었고 회사에서도 신우회 활동을 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한지 의문이 들더라. 법률 전문가로서는 경력이 늘어나는데 신앙은 머물러 있었다. 결국 제대로 공부해 보자고 마음먹고 김세윤 교수님이 계셨던 풀러신학교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학위를 마치고 돌아와서 평신도를 위한 신학 강의를 기획했던 것이 그 강남 공부 모임이었다.

-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변호사 일을 미루고 2년간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보통 목회에 뜻이 있는 분들이 그런 래디컬한 결정을 하던데.

목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평신도 입장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세상에서 주체적으로 제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게 무엇인지는 목사도 평신도도 추상적으로만 이야기하지 않나. 이론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실천적으로도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 책 몇 권 읽는 것과 학위 과정을 밟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신학교 교육은 목회자나 신학자를 세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기대와 다른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학위 과정에 들어가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공부했으니까. 평신도 리더들도 심도 있게 신학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학위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평신도가 마음껏 신학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목회자 양성 목적이 아닌 평신도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한다면 교육과정에 변화가 필요했다.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 실천신대 평신도 신학 과정을 디자인했다.

- 평신도 신학 과정은 무엇이 다른가.

신학교에서 대체로 20과목 정도를 이수한다. 10과목 정도는 신학 과정이라면 무조건 해야 하는 기본 과목들이다. 나머지 10과목은 심화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신학 과정이라면 목회자 양성에 초점을 맞추지만, 평신도 신학 과정은 평신도로서 갖추어야 할 신학적 소양을 쌓는 것에 집중한다. 신학 교육은 김세윤 교수를 비롯해 존경받는 신학자들에게 배우고 나머지는 평신도 사회 리더로 활동한 분들이 자신의 고민을 신학적 담론으로 풀어내는 강의를 준비했다.

평신도 신학 과정의 강의 과목과 교수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평신도 신학 과정의 강의 과목과 교수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 평신도를 위한 신학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평신도의 삶은 목회자의 삶과는 다르지 않나. 사회에서 하나님나라를 어떻게 실천하고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는 아무래도 당사자인 평신도가 풀어내야 할 숙제다. 거대 담론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겪는 관계적인 갈등, 돈 문제, 일과 삶의 균형 등 하나님나라 담론부터 생활의 사소한 문제까지 다뤄야 할 부분이 많다. 또한 기독교 윤리가 적용되는 방식이 분야마다 다를 수 있다. 핵심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우리 생활 현장에서 어떻게 발현되어야 하는지 힌트를 찾는 것이다. 평신도가 직접 고민하고 풀어낸다면 한국교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그런 교육을 교회가 담당해야 하는 것 아닐까. 교회가 하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답변하기가 조심스럽다. 교회는 아무래도 초신자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나도 신앙을 늦게 받아들였다. 아내 따라서 교회 나간 것이 30대 이후였고, 그 후로도 몇 년 다니기만 하다가 몸이 심각하게 아프고 나서야 하나님을 믿게 됐다. 열심히 교회에 나가고, 교육도 받고, 봉사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냈는데 사회에서 하는 고민들과 교회에서의 삶이 연결되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교회 성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심도 있는 교육보다는 초신자 교육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심지어 기초적인 교육밖에 받지 못했는데 초신자 교육에 투입되기도 한다. 교회에서는 깊이 있는 신학 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 신학을 깊이 아는 평신도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신앙은 교회와 사회에서 동시에 발현돼야 한다. 그런데 소위 신앙 좋다는 분들은 주로 목사가 되려고 한다. 군대에 비유하자면, 교회에는 장교들이 우글거리는데 정작 사회에는 신앙을 지도하고 이끌어 줄 사람이 부족하다. 신학을 깊이 공부한 평신도는 교회 밖에서 군대를 이끌 수 있는 장교 역할을 해야 한다. 실천 영역에서 평신도의 신학적 상상력이 모인다면 기존 신학이 제시하지 못한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신학을 공부한 평신도는 교회과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윤실이나 좋은교사 같은 기독 운동 또한 깊이가 더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평신도 신학 과정 등록을 고민하는 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린다.

우리가 사회에서 받는 교육은 독립을 목표로 한다. 고등학교·대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고 사회에 나가 독립적인 객체로 역할을 하지 않나. 그런데 교회 교육은 기초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목회자와 교회에 의존하게 만든다. 교회 교육을 아무리 받아도 독립적인 주체로 신앙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의 잘못이기보다는 제도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다음 학기에 열릴 실천신대 평신도 신학과정이 한국교회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인원은 많지 않겠지만 뜨겁게 공부할 분들이 오시면 좋겠다. 신학 교육, 실천 교육 분야 모두 최정상급 강사진으로 구성됐다. 등록은 6월 9일 1차 마감하지만, 14일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고민만 하지 마시고 들어오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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