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집권하면서 고국을 탈출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난민은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정부는 아프간 난민을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임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정병오·정현구·조성돈·조주희)은 8월 23일 박해받는 아프간 난민들을 한국이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기윤실은 "한국의 파병 및 구호 사업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박해를 받는 사람들부터 수용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간 사람들의 가족들도 수용해야 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아이들과 여성들에 대해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수용을 확대해 가야 한다"고 했다.

교회가 난민 수용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기윤실은 "국가가 아프간 난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수용하고자 할 때 교회는 온 인류를 사랑하고 돌보시는 하나님의 보편적 사랑의 실천 차원에서 교인들 가운데 있는 여러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나아가 개교회 혹은 교회 연합 차원에서 시설과 재정을 투여해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고 돕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포함된 시민사회 단체 106곳도 8월 20일 아프간 난민 보호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현 상황은 한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대테러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국가이며, '재건'이라는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동참해 왔다"며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을 마련하고,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을 위해 국제사회가 긴밀히 협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 역시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과 인권 보장, 여성과 난민 보호를 위해 책임 있는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존엄과 인권을 지지하며, 특히 위협 속에서도 국제사회를 향해 발언을 이어 가는 여성들에게 연대를 보낸다"고 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아프가니스탄 난민, 긴급한 상황에 있는 사람부터 적극적인 수용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AP> 등 외신은 이미 아프간을 떠난 난민이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3800만 아프간 인구의 5.3%에 달하는 숫자다. 미국 정부는 카타르와 바레인 등 아프간 인근에 있는 미군 기지에 아프간으로부터 온 피난민들이 넘쳐 이들을 한국, 독일, 일본 등에 소재한 해외 미군 기지에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가 되었다. 이들에 대한 수용 요청이 공식적으로 올 경우 한국도 아프간 난민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그동안 아프간 재건 사업에 깊이 관여해 왔다. 탈레반 정권이 붕괴했던 2001년 이후 20년 동안 한국 정부는 약 10억 달러를 원조하고 육군 의료지원단 동의 부대·공병지원단 다산 부대(2003~2007년), 오쉬노 부대로 불린 지방재건팀(PRT·2010~2014년) 등을 파병했다. 미군 기지인 바그람 기지 한국 병원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약 23만 명의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인력 다수가 한국의 부대와 병원 등에 고용돼 통역 서비스와 각종 업무를 수행했다. 그래서 한국 정부와 기관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것을 우려해 탈출과 이주를 희망하는 아프간 현지인은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한다. 최소한 이들은 한국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한국에 살고 있는 아프간 사람들은 가족, 친지들의 신변 문제로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살고 있다. 이들도 우리가 우선적으로 돌아보아야 할 사람들이다.

그동안 한국은 외국 난민을 수용하는 일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그래서 외국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경험과 준비가 부족하다. 그리고 지난 2018년 예멘 난민 사건에 보듯이 외국 난민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거부 정서도 강한 편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큰 재난 앞에서 한국은 이제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는 책임을 조금씩 져 나가야 한다. 우선은 한국의 파병 및 구호 사업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는 사람들부터 수용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간 사람들의 가족들도 수용해야 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아이들과 여성들에 대해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수용을 확대해 가야 할 것이다.

교회도 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가 아프간 난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수용하고자 할 때 교회는 온 인류를 사랑하고 돌보시는 하나님의 보편적 사랑의 실천 차원에서 교인들 가운데 있는 여러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나아가 개교회 혹은 교회 연합 차원에서 시설과 재정을 투여해서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고 돕는 일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온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빛을 온 세상에 비추는 일이 될 것이다.

2021년 8월 23일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 마련하라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 평화 정착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했고, 정부는 결국 탈레반에 정권을 이양했다. 2001년 9.11 테러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탈레반 대변인은 "아프간 국민들에게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탈레반의 위협을 피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피난길에 오르고 있고 카불 공항에는 수천 명의 탈출 인파가 몰려 마비되었다. 비행기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자국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비극적인 상황이 전 세계로 전해졌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현 상황은 한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테러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국가이며, '재건'이라는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동참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02년 동의·다산 부대, 2010년 지방재건팀(PRT)과 오쉬노 부대 등을 파견한 바 있으며, 현지 안정화와 재건을 명목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의 참담한 상황에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을 마련할 것,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을 위해 국제사회가 긴밀히 협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과 관련 기관에서 일했던 현지인과 가족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안전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 기관에서 통역사, 의료진, 사무직 등으로 근무했던 현지인 직원들이 한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점령국 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고, 탈출과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7일 한국 대사관과 교민 철수는 완료되었지만, 정부는 한국 기관을 돕다가 위험에 처한 이들에 대한 대책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오쉬노 부대 철군 당시에도 한국 정부는 탈레반에 위협을 받는 현지인들에 대한 아무런 보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비록 충분치는 않지만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네덜란드, 독일 등은 자국 기관에서 일했던 현지인 직원과 가족들의 피난을 돕기 위한 절차들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주 아프가니스탄 한국 기관에서 일한 사람들에 대한 안전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원할 경우 피난 조력이나 비자 부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 한국 정부는 현지 정세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기 전까지 아프가니스탄인들에 대한 특별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다양한 사유로 거주하거나 피난한 아프가니스탄 이주민들이 있다.

그러나 문턱 높은 한국의 난민 심사로 인해 이들 대부분은 난민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추방 직전에 있거나, 보호소에 갈 위기에 처해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17일 "연초부터 55만 명 넘는 아프간인들이 분쟁과 불안정으로 인해 국내 실향민이 되었다"며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들을 강제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하였다.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현지 사정을 고려하여 송환 중단, 보호소 구금 중지, 체류 연장 등의 절차를 즉시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셋째,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고, 그 평가에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미국의 침공으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다. 브라운 대학 왓슨 연구소는 지난 20년 동안 벌어진 전쟁으로 약 24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 중 7만 명 이상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약 260만 명, 국내 실향민은 약 350만 명에 달한다. 미군 철수 이후 벌어진 현 상황은 아프가니스탄에 '정상 국가'를 세우겠다는 미국의 일방적인 목표와 군을 앞세운 ‘재건 지원’ 시도가 허상이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 주고 있다. 미국 의회가 구성한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감찰기구조차 "미국의 아프간 재건 사업의 일부는 성공적이었지만 너무 많은 실패로 점철"됐고 "미국 정부는 아프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파병과 군사 개입에 대한 한국 정부나 의회의 반성적인 평가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20년 전 국제 시민사회는 전쟁과 군사 개입을 강력히 반대했고,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과 점령이 또 다른 극단주의를 부를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그 비극적인 결과는 이라크에서도 드러났고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에서 또다시 확인되었다. 탈레반 역시 오랜 전쟁과 점령이 낳은 극단주의 세력이었다. 결국 미국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못한 채 철수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전쟁과 군사 개입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강압과 점령에 의해서는 재건도 평화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 주고 있다.

넷째,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과 인권 보장, 여성과 난민 보호를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현재 피난길에 오르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탈레반의 보복과 박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탈레반이 1996년 집권 당시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며 잔혹하게 국민들을 통제하고,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해외로 탈출한 가운데 전 대통령, 총리 등이 탈레반과 협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탈레반은 '20년 전과는 다를 것'이며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언론의 활동을 보장하며 보복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언론을 통해 여성 앵커가 정직되었다는 소식, 탈레반이 잘랄라바드의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와 안정,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 역시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과 인권 보장, 여성과 난민 보호를 위해 책임 있는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존엄과 인권을 지지하며, 특히 위협 속에서도 국제사회를 향해 발언을 이어 가는 여성들에게 연대를 보낸다.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을 위해 함께 지켜보고 목소리 낼 것이다.

2021년 8월 20일
난민 인권, 평화를 위해 활동해 온
106개 한국 시민사회단체 일동

(사)개척자들, (사)여성평화외교포럼, (사)제주다크투어, (사)평화, (사)한국성폭력상담소, 개벽하는사람들, 경계를넘어, 고양녹색당, 고양환경운동연합, 고양YMCA, 공감아이,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공익사단법인 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공익인권센터 드림(DREAM),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글로벌호프, 금정굴인권평화재단, 기아대책, 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인권센터, 녹색당, 농업회사법인 청년마을(주), 다른몸들,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 동두천난민공동체, 동작FM, 두레방, 몽골불교미술원, 문다세 네트워크,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발전대안 피다, 불교환경연대,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아디, 사단법인 통일맞이, 산안마을, 생명학연구회,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서울인권영화제,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세월호를기억하는 일산시민모임, 셋업 특수교육연구회 세계시민교육 유닛 모이세, 소피책모임,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신대승네트워크,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아시아의 친구들,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온배움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의정부EXODUS,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이주민지원센터친구, 이주여성을위한문화경제공동체 에코팜므, 이주여성인권포럼, 인권운동공간 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언연대, 재단법인 동천, 재단법인 화우 공익재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정의당 국제연대 당원모임, 정의평화불교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지혜공유연합, 지혜공유협동조합, 참여불교재가연대, 참여연대,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 천주교인권위원회, 청년정의당,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희망플랫폼, 콜롬반 정의평화환경위원회, 통일나무, 파주 EXODUS,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바닥, 피스모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회, 한국회복적정의협회, 한국YWCA연합회, 해외주민운동연대, KIN(지구촌동포연대), TFC(The First Contact for Refu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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