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은 신축 아파트, 넓고 길게 뻗은 도로, 풍부한 녹지와 공원,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 신도시는 우수한 주거 여건으로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지역이다. 젊은 사람이 몰려드는 활기찬 동네는 교회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수천 세대가 밀집한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서는 교회에 '부흥'은 따 놓은 당상처럼 여겨진다. 일부 목사는 신도시를 '21세기 가나안 땅'으로 부르기도 한다.

신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꼭 교회가 있다. 성당이나 절은 몇 군데 찾아볼 수 없고 거대한 예배당만 눈에 띈다. 웅장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대부분 거액의 빚을 내 지은 것들이다. 교인이 줄어들면 곧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신도시에는 교회들이 끊임없이 들어서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신도시에 들어선 거대 교회의 구체적인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주요 신도시의 종교 용지 분양 현황을 살펴봤다. 201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분양을 시작한 수도권 2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하고, 인구 5만 명 이상 보금자리 주택 공공 지구와, 인구가 5만 명 미만이더라도 서울 강일지구와 하남 감일지구처럼 인근 신도시와 동일한 생활권을 형성하는 공공 주택 지구를 일부 포함했다. 조사 대상은 위례·광교·판교·김포한강·동탄·동탄2·양주옥정·파주운정·평택고덕(이상 2기 신도시)과, 인천 송도·청라·영종(이상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제도시), 별내·감일·미사·강일·다산진건·다산지금(이상 공공 주택 지구), 세종특별자치시 행정중심복합도시까지 총 19곳이다. 아직 분양이 본격화하지 않은 검단·운정3·양주회천지구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조사 대상 신도시에 조성된 종교 용지는 총 302필지였다. <뉴스앤조이>는 이 가운데 정보 공개 청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경기주택도시공사(GH) 자료, 등기부 등본 등을 통해 현황을 확인했다. 302곳 중 203개 필지의 거래 대금과 입주 시설을 확인할 수 있었다. 6월 한 달간 신도시에 있는 교회와 부동산 관계자들을 취재해 신도시 지역 종교 용지 현황을 정리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나수진 기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도시는 '돈'이 있어야, 그것도 많아야 들어갈 수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종교 용지를 분양받으려면 수십·수백억 원이 필요하다. 땅을 분양받아도 끝이 아니다. 예배당 건물을 세우는 데도 큰돈이 들어간다. 대부분의 교회는 이 과정에서 부지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다. 주요 2기 신도시에 들어선 교회들도 '빚잔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104개 교회, 6114억 원. <뉴스앤조이>가 취재한 주요 2기 신도시 종교 용지 입주 시설 교회 근저당 총액이다. 이 필지들의 등기부 등본을 모두 열람해 본 결과, 은행에서 빚을 낸 교회는 총 148곳 중 104곳(70%)이었다. 은행권이 대출 금액의 120%를 근저당 설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신도시 교회들이 금융기관에 진 빚은 약 5100억 원대로 추산된다.

빚이 가장 많은 곳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입주한 주안중앙교회(박응순 목사)로, 근저당 218억 4000만 원(182억 원 대출 추정)이 설정돼 있다. 부평구·연수구 등에도 지교회를 갖고 있는 주안중앙교회는 2013년 87억 원을 주고 종교 용지를 분양받아 거대한 예배당을 세웠다.

2010년 60억 원에 파주 운정신도시 종교 용지를 분양받은 세계로금란교회(주성민 목사)도 216억 원(180억 원 대출 추정)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고 김홍도 목사(금란교회)의 지원을 받아 고양 일산신도시 상가에 교회를 개척한 세계로금란교회는 교인 수가 증가했다. 이후 운정신도시로 자리를 옮겨 대형 예배당을 건축했다.

이 외에도 하남 미사 미래를사는교회(이상용 목사), 성남 판교 한울교회(김성국 목사)·불꽃교회(공성훈 목사)도 200억 원이 넘는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토지 분양가 대비 근저당 액수는 운정 예림교회(윤동윤 목사)가 가장 높았다. 예림교회가 분양받은 운정신도시 종교 용지의 조성 원가는 1㎡당 160만 원으로, 330㎡ 용지를 받았으니 약 17억 원이다. 그런데 근저당은 84억 원(70억 원 대출 추정)으로 설정돼 약 4.8배 차이가 났다. 세종 꿈의교회(안희묵 목사)도 14억 원에 종교 용지를 분양받았지만, 근저당은 64억 원(53억 원 대출 추정)이나 됐다. 영종 세계로향하는교회(박재근 목사)는 21억 9240만 원에 종교 용지를 분양받았는데, 이곳도 근저당 설정 금액이 4배를 상회하는 88억 2000만 원(74억 원 대출 추정)이었다.

토지 구입에만 137억 원을 쓴 미래를사는교회(이상용 목사)는 근저당 204억 원을 설정해 놨다. 법원은 지난해 이 교회 건물 감정가를 392억 원으로 평가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토지 구입에만 137억 원을 쓴 미래를사는교회(이상용 목사)는 근저당 204억 원을 설정해 놨다. 법원은 지난해 이 교회 건물 감정가를 392억 원으로 평가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우리들교회·온누리교회 등 메가처치는 빚 '0원'
가톨릭은 빚 없이 건축 "교구가 부지 사 줘"

소수지만 빚 없이 종교 용지를 분양받거나 예배당을 건축한 교회도 있는데, 대체로 대형 교회가 여기에 해당됐다.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설립한 온누리선교재단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종교 용지를 2014년 91억 8000만 원에, 영종국제도시 종교 용지를 2017년 29억 원에, 남양주 다산신도시 종교 용지를 2019년 26억 원에 사는 등 모두 150억 원가량을 썼지만, 따로 근저당은 설정하지 않았다.

성남 위례신도시에 78억을 들여 종교 용지를 분양받고 예배당을 건축한 빛의자녀교회(김형민 목사)도 근저당이 '0원'이었다. 이외에도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분양가 66억) 동탄 예배당, 벧엘교회(박광석 목사) 운정 예배당(분양가 58억), 은혜와진리교회(조용목 목사) 세종 예배당 (분양가 13억),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의 청라 광림서교회 예배당(분양가 19억) 모두 빚이 없었다. 이 교회들은 모두 대형 교회 지교회 또는 멀티 캠퍼스다.

한편, LH 자료상 분양가가 공개되지 않은 곳들 가운데도 빚이 '0원'인 교회가 있었다. 조성 원가상 95억 원 수준에 종교 용지를 분양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판교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들교회는 교회 홈페이지에 "2013년 한 푼의 빚도 없이 건축해 헌당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많은 경우 빚을 진 개신교회와 달리 신도시에 입주한 가톨릭 성당 26곳은 전부 대출을 설정하지 않았다. 의정부교구 소속 한 신부는 6월 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가톨릭은 교구에서 먼저 종교 용지를 매입해 준다. 건물을 세우는 돈만 신부들과 신자들이 모아 나가는 구조다. 성당 건축비는 신도시로 이주해 오는 교인들이 내는 건축 헌금과 이웃 성당의 도움으로 갚아 나간다"고 말했다.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일부 단체도 빚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시에 입주하거나 건축을 추진 중인 하나님의교회 10곳(광교·판교·한강·영종·세종·별내·감일·강일 및 동탄2 2곳)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3곳(세종·다산·감일)이 분양받은 종교 용지에는 근저당이 설정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지난해 180억 원에 경매로 팔린 판교 성현교회(오른쪽). 예장합동 101회 총회장을 지낸 김선규 목사가 시무하던 곳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난해 180억 원에 경매로 팔린 판교 성현교회(오른쪽). 예장합동 101회 총회장을 지낸 김선규 목사가 시무하던 곳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신도시 교회 경매, 2010년 이후 5건
충성교회 288억, 성현교회 180억에 팔려
하나님의교회·JMS 등 이단이 사는 경우도

'신도시 드림'을 안고 입주한 교회 중에는 제때 돈을 갚지 못해 되팔리거나 경매에 부쳐진 곳도 있다. 부동산 경매 정보 사이트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수도권 주요 신도시 교회가 경매로 나온 사례는 5건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판교신도시 충성교회(윤여풍 목사)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2010년 판교 종교 부지로 이사한 충성교회는 입당 3년 만인 2014년 감정가 526억 원에 법원 경매 매물로 나왔다. 부지와 건물은 하나님의교회가 288억을 내고 낙찰받았다. 하나님의교회는 이곳을 본부로 쓰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101회 총회장을 지낸 김선규 목사가 담임했던 성현교회도 감정가 214억에 매물로 나와, 2020년 11월 170억 원에 경매로 매각됐다. 경매 전까지 남아 있던 빚은 189억 8000만 원이었다.

같은 판교신도시에 있는 예장합동 동산교회(남서호 목사)도 2014년 감정가 77억 원에 경매로 나왔다가 유찰됐다. 동산교회 경매는 곧 취하됐고 순복음서울진주초대교회(전태식 목사)가 이를 60억 원에 매입해 현재 제3예배당으로 쓰고 있다. 예장합동은 2005년 90회 총회에서 전태식 목사의 구원관·예배관에 문제가 있다며 소속 교인들에게 그의 강의·집회 및 예배 참석을 금지한 바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에 있는 예장합동 소속 큰기적교회(김윤섭 목사)도 감정가 103억 원에 매물로 나와 2015년 팔렸다.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가 50억 원에 이를 낙찰받아 2017년 여의도순복음큰기적교회(이용우 목사)를 세웠다.

경매 대신 '직거래'를 택한 곳도 있다. 헌금 강요와 가짜 학위 장사 의혹으로 분규를 겪었던 분당 흰돌교회(이재희 목사)도 100억 원대 채무를 감당할 수 없어 기독교복음선교회(JMS·정명석 총재)에 교회를 매각했다. 흰돌교회도 종교 용지를 분양받은 게 아니고, 2011년 다른 교회로부터 45억 8000만 원에 사들였다가 2017년 159억 원에 되팔았다.

서울동광교회(조용활 목사)도 2009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강일 종교8블럭을 17억 6800만 원에 분양받았으나, 2015년 되팔았다. 교회가 떠나고 들어선 곳은 하나님의교회로, 기존 건물에 달려 있던 십자가가 철거되고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 간판이 붙었다. 등기부 등본을 보면, 교회는 분양가 그대로 종교용지를 하나님의교회에 매매한 것으로 나타났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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