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부산 부전교회(박성규 목사)는 출석 교인 4000여 명에 달하는 대형 교회다. 1932년 설립돼 꾸준히 성장해 왔고 부산 지역 대형 교회로 자리 잡았다. 총신대학교 사당캠퍼스 부지를 기증한 백남조 장로와 송월타올 창립자 고 박찬수 장로 등이 이 교회 출신이다.

부전교회는 2006년 미국 남가주사랑의교회와 나성한미교회에서 목회한 박성규 목사를 6대 담임으로 청빙하면서 외적으로 큰 변화를 이뤘다. 박 목사는 부임 직후 대형 예배당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부전교회는 2010년 동래구 사직동 구 송월타올 공장 부지를 사들여 지하 5층, 지상 10층 연건평 1만 3500평 규모의 예배당을 짓고 2017년 입당했다. 본당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예배당을 짓는 데 공사비만 무려 900억 원 이상 들어갔다.

예배당을 건축하는 7년간 박성규 목사는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는 이미지였다. 3년간 교회 사례비를 받지 않고 전액 건축 헌금에 보탰고, 자신의 사례비는 외부 강사 활동으로 충당했다. 박 목사가 한 누적 건축 헌금액도 3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배당 건축이라는 큰 산을 넘은 부전교회가 최근 '장로 정년'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부전교회 은퇴장로·안수집사 27명은 4월 12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소강석 총회장) 동부산노회(윤정우 노회장)에 '부전교회 장로 정년 소급 적용 불가 및 박성규 목사의 사과'와 '총회장 출마 포기 및 목회 전념 선언'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교인 10여 명은 노회가 열린 부산 서문교회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부전교회는 900억 원을 들여 사직동 구 송월타올 부지에 새 예배당을 지었다. 건축 과정에서는 잡음이 없었지만, 현재 장로 정년을 70세로 환원하는 문제와, 박성규 목사 자녀 장학금 2억 5000만 원 논란으로 뒤숭숭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부전교회는 900억 원을 들여 사직동 구 송월타올 부지에 새 예배당을 지었다. 건축 과정에서는 잡음이 없었지만, 현재 장로 정년을 70세로 환원하는 문제와, 박성규 목사 자녀 장학금 2억 5000만 원 논란으로 뒤숭숭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부전교회 당회는 2009년 3월 장로 정년 제도에 변화를 줬다. 시무장로의 정년을 70세에서 65세로 줄인 것이다. 당시 당회는 "젊은 담임목사가 부임했으니 사역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젊은 장로를 영입하기 위해" 정년 제도를 바꿨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10년 넘게 장로 65세 정년제를 유지해 온 부전교회는 올해 1월 갑자기 장로 정년을 70세로 재변경했다.

이 문제로 교회 안에서 논란이 일자 박성규 목사는 올해 3월 장로 정년을 변경하게 된 이유를 교인들에게 설명했다. 정년 70세 환원은 교단 헌법과 노회 행정 지시에 따라 시무장로들이 '주도'해서 바꾼 것이지 자신은 관여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박 목사는 "원로장로들이 교회를 생각해서, 교회가 점점 커지고 여러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험 있는 장로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1월 당회에서 (정년을) 환원하게 된 것이며, 장로들이 당회장 눈치를 보지 않도록 무기명투표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당회가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부전교회처럼 장로 정년을 줄였다 다시 늘리는 사례는 흔치 않다. A 은퇴장로는 4월 12일 기자를 만나 "국회의원도 자기 임기를 셀프로 늘리거나 줄이지 못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선임된 장로들은 정년이 65세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들 임기를 70세까지 늘리려 한다. 그렇다면 아직 70세가 안 된 상태에서 은퇴한 장로들은 뭐가 되는 거냐"고 말했다.

B 은퇴장로는 장로를 몇 년 더 하고 싶어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박성규 목사가 평소 설교 시간에 수없이 '교회가 젊은 피로 바뀌어야 한다. 액티브한 장로들이 있어야 한다'면서 (장로의) 조기 은퇴를 강조했다. 자신도 65세에 은퇴하겠다고 공언했다. 하나님 앞에서 신의를 지키라고 수없이 설교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말을 바꿔 장로 정년을 늘렸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은 박성규 목사의 측근 조 아무개 장로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목사가 조 장로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정년 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조 장로는 부전교회 최선임 장로로, 예배당 건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교인들은 노회에 낸 진정서에서 "부전교회는 2021년 1월 정기 당회에서 (박 목사의) 핵심 조력자인 조 아무개 선임장로(재정 담당)의 65세 은퇴(2022년 11월 예정)를 막기 위해, 장로 정년을 70세로 소급 환원했다"고 주장했다. 박성규 목사가 마음 놓고 교단 정치 등 외부 활동을 하려면 교회 일을 책임지는 조력자가 있어야 하는데, 조 장로가 그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부전교회 당회는 교단 지시에 따랐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당회는 4월 9일 안수집사회장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총회 헌법과 정관, 105회 예장합동 총회 결의, 부산동노회 행정 지시에 따라 일괄적인 65세 은퇴는 적법하지 않다. 단 70세 이전에도 양심의자유를 따라 사직(자유 사직)할 수는 있다"고 했다.

2015년 건축 헌금 5억 원 기부한 송월
박 회장, 2억 5000만 원 장학금으로 '지정 기부'
"교회 장학 예산 연 2700만 원…목사 자녀만 특혜"

현재 부전교회는 장로 정년 문제 외에도 박성규 목사의 자녀 장학금 문제가 제기된 상태다. 2015년 부전교회 예배당 건축 과정에서 박 목사가 '자녀 장학금' 명목으로 헌금 2억 5000만 원을 받았는데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송월은 2010년 구 회사 부지를 부전교회에 239억 원을 받고 팔았다. 현재 송월은 박찬수 회장의 아들 박병대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타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그는 2013~2015년 3회에 걸쳐 5억 원씩 총 15억 원을 송월 명의로 부전교회에 기부했다. 2013·2014년에 낸 기부금은 건축 헌금으로 써 달라고 했다. 문제가 된 것은 박병대 회장이 2015년 기부한 5억 원이다.

2015년 12월 부전교회 건축 헌금 통장에 마지막 5억 원이 입금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5억 원 중 2억 5000만 원만 건축 헌금으로 사용됐다. 박 회장이 나머지 2억 5000만 원은 '박성규 목사 자녀 미국 유학비' 명목으로 써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당회원이었던 부전교회 은퇴장로들은 "박 회장이 당회에 출석해 '교회 측 요청으로 5억 원 중 2억 5000만 원을 박성규 목사 자녀 장학금으로 보낸 것이며, 교회 요청이 없었다면 5억 원 전액을 건축 헌금으로 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면서 이는 박성규 목사가 헌금을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퇴장로들은 박성규 목사가 자녀 장학금을 받지 않았다면 이 헌금은 건축비로 쓰였을 것이라며, 전 교인이 건축 헌금 내느라 여념이 없는데, 담임목사가 자녀 유학을 위해 헌금 2억 5000만 원을 받아 간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A 장로는 "2016년 당시 교회 장학금 예산 규모는 2700만 원이었다. 교인 자녀 22명이 장학금을 받았으니 1인당 120만 원 꼴이다. 아무리 목적 헌금으로 받았다고 해도 2억 5000만 원을 목사 자녀에게 지급할 수 있는가. 이미 교회에서는 박 목사 자녀 학비를 다 지원한 바 있다"고 말했다.

B 장로는 "건축 시기 교인들은 피땀 흘려 번 돈을 헌금했다. 박 목사가 그토록 칭찬한 한 청년은 ROTC 복무 28개월간 월급을 모아 헌금했다. 교인들은 그렇게 하는데, 담임목사는 그 어려운 시기에 2억 5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받아 자녀 유학비로 쓰는 게 말이 되느냐. 공금 유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부전교회 교인들이 4월 12일 동부산노회가 열린 부산 서문교회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부전교회 교인들이 4월 12일 동부산노회가 열린 부산 서문교회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성규 목사 "자녀 장학금 당회서 결정"
송월 박병대 회장 "교회 건축으로 재정 어려우니,
박 목사 자녀 기꺼이 후원한 것"
뒤숭숭한 부전교회, 25일 양측 입장 듣는 설명회

박성규 목사는 건축 헌금을 자녀 장학금으로 유용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박 목사는 올해 3월 "건축 헌금을 개인 자녀 장학금으로 용도 변경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제 청빙이 결정된 이후, 당회는 2005년 12월 '미국에서 들어오는 자녀의 교육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도록 교회에서 적극 후원하기'로 결의하고 그 내용을 기록했다. 2015년, 아이의 미국 대학 진학을 앞두고 저의 상황을 알게 된 모 회사 P 장로님(박병대 회장)이 장학금 목적으로 주셨다. 당회록에도 '모 회사 P 회장이 건축 헌금과 목적 헌금한 것을 보고하다. 목적 헌금은 당회장 자녀 유학 경비로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나와 있다"고 했다.

송월 박병대 회장도 부전교회에 15억 원을 헌금한 것과 그 중 2억 5000만 원을 박성규 목사 자녀 장학금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은 자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4월 1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2년간 10억 원을 헌금한 후에) 장로들이 혹시 올해(2015년)도 헌금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지금 이런(박 목사 자녀 유학) 사정이 있는데 헌금할 거냐고 하더라. 그래서 그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부전교회야 모든 힘을 모아 건축 헌금을 내야 하니 (장학금 후원은) 나 같은 사람이 하는 게 맞는 거다. 그래서 기꺼이 냈다"고 말했다.

다만 헌금을 낸 후 세무조사 과정에서 2억 5000만 원은 장학금 성격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했다. 세무서에서 '기부금(헌금)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증여'라고 지적해, 증여세까지 다 납부했다고 했다. 박병대 회장은 "세무서에서 유학 자금으로 준 것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더라. 나는 모교 고등학교에도 장학금을 내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세무서에서는 '(2억 5000만 원 기부는) 개인에 해당하는 문제라 법인 공제가 안 된다'고 했다. 세금까지 냈는데 왜 (일부 교인이)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성규 목사는 젊고 젠틀한 이미지로, 차후 유력한 총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은 박성규 목사가 교단 정치를 포기하고 부전교회 목회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성규 목사는 젊고 젠틀한 이미지로, 차후 유력한 총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은 박성규 목사가 교단 정치를 포기하고 부전교회 목회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성규 목사는 여타 대형 교회 목회자와 달리 고급 승용차를 타지도 않고, 호화스러운 사택에 거주하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 과정에서도 교회를 위해 함께 고통을 분담한다는 인식을 교인들에게 심어 주면서 호감을 샀다. 교단 안에서도 젊고 유능하고 신선한 이미지로 각인됐고, 차기 총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교회에서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박성규 목사는 부산동노회 총대 자리에서 물러나고, 올해 맡기로 예정돼 있던 부노회장직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다만 박 목사는 교인들에게 "(향후) 총회를 섬기는 것은 시간을 두고 생각할 일"이라며 총회장 선거 출마에 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부전교회는 장로 정년 문제와 박 목사 자녀 장학금 문제로 뒤숭숭한 상태다. 4월 11일 박성규 목사가 안수집사·권사 등 교회 중직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지만, 18일 열린 제직회에서 또 장로 정년 문제와 유학비 문제가 거론됐다. 부전교회는 오는 25일 교회 쪽 입장과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 입장을 함께 듣는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는 4월 12일 박성규 목사를 직접 찾아가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박 목사는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 기사를 유보해 달라"고만 했다. <뉴스앤조이>는 박 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부전교회를 통해 4월 14일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이 역시 응하지 않았다.

한편, 진정서를 접수한 부산동노회는 4월 12일 정기 노회에서, 이 사건을 살펴볼 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하고 위원 5명을 선정했다. 조사처리위원 허은 목사(예장합동 총회 부서기)는 14일 "(노회의) 기본적인 스탠스는 양측을 화해시키는 것이다. 박성규 목사와 당회 측, 진정서를 제출한 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이들이 교회를 잘 섬길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