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전북 고창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오전 내내 일한 신영민 목사(다운교회·44)가 차를 몰고 전주대학교 앞 지점으로 이동했다. 벚꽃이 만개한 3월 26일, 전주대 앞 카페는 대학생 손님들로 붐볐다. 도착하자마자 앞치마를 두른 신 목사는 아르바이트생들과 함께 밀린 주문을 처리했다. 카페 매니저인 신 목사는 "종종 일손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달려와 돕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가 여유로워지자 신 목사는 "이제 '꿀잼'을 배송해야 한다"면서 다시 차에 올라탔다. 원래 이렇게 바쁘냐고 묻자, 그는 "다른 일하는 목회자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기성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지냈던 신영민 목사는 2019년 4월 전주에 다운교회를 개척했다. 그동안 사역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실현해 보기로 했다. 신 목사는 "이전에 있던 한 교회는 '비목회자'들이 리더가 돼서 목회자의 일을 감당했다. 본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쁘게 교회 일을 했다. 평신도가 일하며 사역하는 걸 보면서 목회자도 충분히 일하면서 사역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교회 비전을 '벌어서 이웃과 함께'로 정했다. 교회에 들어오는 모든 헌금과 물질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기로 했다. 이를 위해 건물 임대료 같은 고정비를 최대한 줄였다. 예배당으로 사용할 공간을 임대하는 대신 교회 장로의 사무실에서 예배를 드리고 목사 사례비도 책정하지 않았다. 실제 다운교회는 모든 헌금을 미자립 교회 선교비, 해외 아동 기금 등으로 쓰고 있다.

신영민 목사는 지난 2년간, 딸기로 만든 '꿀잼'도 팔았다. 신 목사는 "꿀잼으로는 가게 월세를 감당할 정도의 수익만 들어와서, 카페 매니저도 겸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중에 두 개의 일을 하고 주일에도 사역을 하니 고단할 법도 한데, 오히려 즐겁다면서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성도들처럼 주중에 '잡(job)'을 가지고 열심히 살고, 주일에 모여 한 주간 있었던 일을 나눈다. 보통 교회는 목사들이 성도들에게 '아,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상담해 주는데, 우리 교회는 오히려 성도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 주고 기도해 준다. 가족 같은 우리 공동체에 참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 다운교회는 아이·어른 합쳐 19명이 출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온라인으로 예배하고 있다. 많은 수가 모이는 것도 아닌데 벌써 신 목사는 '분가'를 고민하고 있다. 다운교회는 교제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공동체인데 사람이 많아질수록 교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주일날 말씀을 전한 다음에는 항상 교인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서로 생각을 교환하고, 의견이 다르면 합의점을 찾고, 고민도 나눈다. 깊이 있는 교감을 위해서는 사람이 많으면 안 된다. 그래서 분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신 목사는 초대교회처럼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돕고 싶다고 했다. 신 목사가 카페에서 주문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신 목사는 초대교회처럼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돕고 싶다고 했다. 신 목사가 카페에서 주문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꿀잼 배송을 완료한 신영민 목사가 이번에는 심방을 가기 위해 다시 핸들을 잡았다. 김 아무개 집사가 지내는 오피스텔을 찾아가 차를 마시면서 근황을 묻고 사업 이야기 등을 나눴다. 김 집사에게 "담임목사가 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벌어서 남 주겠다'는 게 뭔가 어설픈데 묘하게 울림이 있다. 목적이 분명하고 실천에 옮겨서 그런 것 같다. 나도 사업을 하는데, 벌어서 남 주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설픈데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어설픈데 울림이 있다"는 말에 신 목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신영민 목사는 수적 부흥보다 초대교회와 같이 '소외된 이웃'과 삶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교회에 주어진 시간과 물질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는 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렇게 될 때 개신교를 향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말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라 꾸준히 삶으로 실천하고 싶다. 주위에 일하면서 역동적으로 목회하는 분이 많이 있는데, 그분들처럼 자기 것을 아끼지 않고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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