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미얀마장로교회 쿠마 목사는 자신의 고향 칼레묘에서 오늘도 청년 3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했다. 그는 3월 19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이건희 총회장)가 연 '미얀마 민주화와 군정 종식을 위한 기도회'에서 "민간인 대부분이 총소리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불법 군사정권을 향한 국제사회의 더 강한 목소리와 도움, 조율된 제재, 통일된 메시지, 진지한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장 총회는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하며 외교부가 속한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에는 목회자·교인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일부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길 건너에서 기도회를 지켜봤다. 이들은 '간절한 염원 미얀마 민주화', '유혈 진압 즉각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마침 다른 곳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던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회원 10여 명이 기도회를 발견하고 합류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장을 중계하기도 했다.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또 다른 기자회견을 위해 자리를 뜨며 주최 측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회자·교인들은 기도회에 참석해 미얀마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피켓을 들었다(사진 위).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회원 10여 명도 기도회에 합류해 미얀마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회자·교인들은 기도회에 참석해 미얀마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피켓을 들었다(사진 위).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회원 10여 명도 기도회에 합류해 미얀마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장 이건희 총회장은 미얀마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연대하겠다고 했다. 이 총회장은 "오늘 우리는 버마 국민이 간절한 희망으로 펴 들고 있는 세 손가락이 상징하는 '선거·민주주의·자유' 정신과 더불어, '하나님 생명 신앙'이라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정신으로 버마 국민과 강하게 연대한다. 버마 국민은 이것을 기억하고 힘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거리에 나와 있는 여러분에게는 버마 국민 6000만 명이 있다. 기도하고 후원하는 대한민국 국민 5200만 명이 있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전 세계 78억 명 시민들이 있다. 무엇보다 생명의 하나님께서 함께 계신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이건희 총회장은 "생명의 하나님께서 함께 계신다"며 미얀마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연대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기독교장로회 이건희 총회장은 "생명의 하나님께서 함께 계신다"며 미얀마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연대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 중인 미얀마 출신 킵 목사도 매일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참혹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킵 목사는 "어린이·청년·임산부·여성 등 300명이 사망하고, 2000명이 넘게 투옥됐다. 시민뿐만 아니라 닭·돼지 등 동물도 안전하지 않다"며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정의·평화·자유를 증진하는 데 굳게 서 있다. 하나님이 항상 억압받는 사람들 편에 계신다고 강력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재한 미얀마인이 군부에 저항하는 의미로 세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도회에 참석한 재한 미얀마인이 군부에 저항하는 의미로 세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날 기장은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군부의 민간인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미얀마 국민의 아픔과 희생에 깊은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우리는 총칼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미얀마 모든 사람 편에 서서 그들의 의로운 고난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또한 미얀마에 민주화가 이뤄질 때까지 이를 지지하는 모든 교회와 종단 및 시민사회 단체와 더불어 힘을 모아 연대의 손길을 놓지 않고 기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군부의 민간인 학살 중단을 촉구한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거는 희망은 든든합니다. 여러분이 고난에 동참하는 것과 같이, 위로에도 동참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고린도후서 1장 7절)

미얀마 군부의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민간인 학살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미얀마 국민의 아픔과 희생에 깊은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우리는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유혈 진압을 즉시 중단할 것을 미얀마 군부에 촉구한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지금까지 시위대 사상자 수가 백 수십 명에 이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파악되지 않거나 은폐된 실제 사상자 수는 이를 훨씬 넘길 것으로 추정될 만큼 미얀마는 날마다 피로 얼룩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자국민의 목숨을 대가로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는가? 인간의 생명은 천하보다 귀한 것이다. 쿠데타의 명분이 무엇이든 무자비하게 생명을 짓밟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일 뿐이다. 미얀마 군부는 당장 반인륜적 유혈 진압을 중단하고, 부상자, 실종자,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피해 상황을 살피며 하루속히 수습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얀마 사태가 집회 및 표현의자유가 존중되는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자유는 폭정과 억압에 저항하는 모든 시민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권리이다. 국민적 저항을 피하려거든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기본적인 권리인 평화적 '시민 불복종운동'마저 틀어막기 위해 헌법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반역죄와 폭동선동죄를 포함한 각종 법률을 악의적으로 개정하였다. 폭력과 살상이 법조문 하나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칼로 일어난 권세는 반드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단죄받는다. 이것은 우리가 1980년 광주 항쟁에서 피로 얻은 교훈이며, 인류 역사를 통해 입증된 진실이다. 미얀마 군부는 불법으로 구금된 정부 인사, 언론인 및 시위 참여자들을 석방하고,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정권을 조속히 이양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2월 26일 대한민국 국회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군용물자 수출 제한과 미얀마인 특별 체류 조치를 취한 것은 크게 환영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정부는 민주주의 회복과 고난받는 미얀마 국민을 위해 국제사회와 더불어 더욱 실효성 높은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미얀마의 모든 사람과 연대하며 지금의 참담한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도한다. 오늘의 미얀마 사태는 부당한 권력에 의해 생명의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혀 온 야만의 역사를 종식시키고자 열망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싸워 나가야 할 보편적인 인권의 과제이다. 더욱이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기억하는 미얀마의 많은 사람이 우리에게 연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총칼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미얀마의 모든 사람 편에 서서 그들의 의로운 고난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또한 미얀마에 민주화가 이뤄질 때까지 이를 지지하는 모든 교회와 종단 및 시민사회 단체와 더불어 힘을 모아 연대의 손길을 놓지 않고 기도해 나갈 것을 엄숙히 밝힌다.

2021년 3월 19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이건희
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 최형묵
총회 국제협력선교위원장 우종구
총회 총무 김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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