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진상 규명을 위한 릴레이 단식기도 및 피케팅을 3월 1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리스도인들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진상 규명을 위한 릴레이 단식기도 및 피케팅을 3월 1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을 지나며 부활의 언덕을 오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수의 부활은 예기치 못했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우리는 역사의 어느 지점에서 부활의 사태가 있는지를 주목하게 됩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이 릴레이 금식 기도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릴레이 단식 기도회에 참여한 김희헌 목사(향린교회)가 말했다. 김 목사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한 달 앞두고 "한국교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부끄럽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앉게 됐다"고 말했다.

릴레이 단식 첫날인 3월 15일, 경찰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도회가 열렸다. 경찰은 방역 수칙 준수를 요구하며 참가자를 9인으로 제한했다. 기도회에는 이정배 교수(감신대 은퇴),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 박은희 전도사(단원고 희생자 유예은 양 엄마), 김은호 목사(희망교회), 김희헌 목사와 최헌국 목사(생명평화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 소속 목회자 3명이 참석했다. 단식자 5명은 바닥에 앉은 채 기도회에 임했다.

김희헌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족들을 폄훼하고, 연대하는 시민을 매도하는 흐름이 존재해 왔다고 했다. 김 목사는 4·16 합창단과 함께해 온 정혜윤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세월호 유가족을 바라보는 태도는 '깨끗한 존경'이어야 한다. 세상을 살면서 세계가 어둡다고 느낄 때는 불행한 사건이 닥쳐서가 아니라 그 사건을 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취하는지에 달려 있다. 정혜윤 작가는 자신의 마음속 감정을 단순한 연민이나 이타심이 아닌 '깨끗한 존경'이라고 표현했다. 그러한 마음이 우리 사회에 퍼져야 암흑의 시간에서 풀려날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릴레이 금식 기도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릴레이 금식 기도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박은희 전도사는 코로나19로 세월호 가족들이 지난 한 해를 냉가슴으로 침묵하며 보냈다면서 함께 연대해 준 그리스도인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박 전도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아직도 십자가를 붙잡고 있는 것은 그 앞에서 우리의 잘못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기억을 뛰어넘어 진실을 밝히고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아파도 (십자가를) 붙들고 부끄러워 하지 않는 사람이 남아 있는 것"이라며 온라인으로 함께해 달라고 했다.

이정배 교수는 세월호 7주기까지 남다른 각오를 가지고 기도하며 하느님의 말을 문재인 정부에 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믿음이 한 달 동안 기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게 해 달라. 다시 한번 몸과 마음을 다해 탄식하며 하늘에 호소할 테니 하나님이여, 우리의 기도가 닿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릴레이 단식기도 및 피켓팅은 3월 15일부터 한 달 간 이어진다. 매일 아침 8시 여는 기도회로 시작해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피케팅을 진행하고 저녁 8시 닫는 기도회로 마무리한다. 돌아오는 고난주간에는 몇몇 교단도 참여할 예정이다. 31일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과 공동 기도회, 7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에는 연합 기도회가 있다. 단식기도는 교회·단체·모임 단위로 참여할 수 있다.

*문의: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전남병 집행위원장(010-9280-1034)

이정배 교수, 정경일 원장, 박은희 전도사(사진 왼쪽부터)도 기도회에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정배 교수, 정경일 원장, 박은희 전도사(사진 왼쪽부터)도 기도회에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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