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역 인근에 있는 ㅂ교회 공사 현장. 공사는 지난해 6월 H빔을 올린 후 중단됐다. 왼쪽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오른쪽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충북 청주시 오송역 인근에 있는 ㅂ교회 공사 현장. 공사는 지난해 6월 H빔을 올린 후 중단됐다. 왼쪽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오른쪽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충북 청주에 있는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박문수 총회장) 소속 ㅂ교회는 2019년 오송역 앞 종교 용지를 분양받아 그해 8월 공사를 시작했다. 교인은 30여 명밖에 안 되는데, 약 50억 원이 드는 건축을 강행했다. 오송역에서 500m 떨어진 초역세권이고 코앞에 신도시 아파트 대단지가 조성되고 있어서 건축만 하면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배당 건축을 시작한 지 1년 반인 2020년 6월, H빔 철골을 올린 이후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현장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건설사 현수막이 붙어 있다. ㅂ교회가 공사 대금을 주지 못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ㅂ교회 김 아무개 목사는 예배당 건축 전 교인들에게 친한 친구가 사업체 C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에게서 30억 원을 무이자로 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 회사가 자가발전하는 '무한 동력기'를 만드는데, 기술이 상용화하면 큰 성공을 거둘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교인들은 김 목사 말을 그대로 믿고 예배당 건축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선 종교 용지를 담보로 10억 원가량을 대출받는 한편, 나머지 돈은 C사에서 빌리기로 하고 삽을 떴다. 그런데 김 목사 친구 사업체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ㅂ교회 교인들에 따르면 김 목사는 2019년 11월 5000만 원, 2020년 3월 3억 원을 교회 통장에서 인출했다. 공금 3억 5000만 원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교인들 동의는 구하지 않았다. 뒤늦게 사정을 따지니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C사 친구에게 빌려줬다고 했다. 교인들은 이 사실을 지난해 9월에서야 알게 됐고, 김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ㅂ교회 조 아무개 장로는 2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건 이후 김 목사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바랐지만, 적반하장식으로 나왔다. '내가 1원 한 푼 다른 데 썼느냐'는 식이다. 교회 건축이 시작되기 전에는 김 목사를 누구보다 신뢰했지만, 이제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김 목사는 2020년 10월 ㅂ교회를 사임했다.

전임 교회에서는 동의 얻어
2억 5000만 원 빌렸지만
원금 한 푼 못 갚아

김 목사는 전임 사역지 광주 ㅁ교회에서도 비슷한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목사는 ㅁ교회에 재직할 당시 전북 부안에 개인 소유의 건물을 지었다. 건축비가 모자라자 2013년 교회 건물을 담보로 2억 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ㅁ교회 건물은 교단 유지재단에 편입돼 있었기 때문에 대출을 위해서는 교인들 동의를 거쳐야만 했다. 김 목사는 "2013년 당시 내 건물을 짓는데 돈이 부족하니 이 돈을 조금 보태 주면 좋겠다고 했고, 2억 5000만 원을 교회 회의를 거쳐 대출받았다. 나중에 건물이 팔리면 ㅁ교회 예배당 건축에 보태겠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목사는 빌라 원룸 임대 수익으로 매달 발생하는 대출이자를 계속 냈지만, 원금은 갚지 않았다. ㅁ교회는 지속적으로 김 목사에게 변제를 요청했지만, 김 목사는 2021년 2월 현재까지 원금을 한 푼도 변제하지 않았다. ㅁ교회가 채무 변제를 거듭 요청해도, 김 목사는 "부안 건물을 팔아서 갚겠다"고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김 목사 후임으로 온 ㅁ교회 조 아무개 목사는 2월 16일 기자를 만나 "김 목사에게 2억 5000만 원 문제를 해결하고 떠나라고 했고, 차용증도 쓰라고 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못 쓰겠다고 했다. 지방회에는 구두로 차용증을 쓰겠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교회에서는 김 목사가 이임한 이후에도 그랜저 차량 구입비로 매달 70만 원을 부담했다. 할부금을 내주지 않으면 2억 5000만 원을 안 갚는다고 할까 봐 매달 보낸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중에는 수입차를 타고 다니더라"며 황당해했다. 김 목사는 현재 J사가 제작한 SUV를 타고 다닌다.

광주 ㅁ교회 건물을 담보로 2억 5000만 원을 빌린 김 목사는 전북 부안에 빌라를 지었다. 매달 임대 수익이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지만, 김 목사는 8년째 이자만 갚아 줄 뿐 원금은 돌려주지 않고 있다. 그는 "건물이 팔려야 빚을 갚을 수 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광주 ㅁ교회 건물을 담보로 2억 5000만 원을 빌린 김 목사는 전북 부안에 빌라를 지었다. 매달 임대 수익이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지만, 김 목사는 8년째 이자만 갚아 줄 뿐 원금은 돌려주지 않고 있다. 그는 "건물이 팔려야 빚을 갚을 수 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기침 광주지방회는 소속 교회에서 재정 논란이 일자 강경 대응에 나섰다. 김 목사의 목사직 제명을 요구하기로 결의하고, 총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광주지방회는 1월 27일 제출한 징계 요구서에 "ㅁ교회 전임 김 아무개 목사는 교회 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빌라를 건축했다. 이뿐 아니라 충청지방회 ㅂ교회에서도 유사 문제가 발생해 수억 원대 횡령 사건으로 교회가 분열되고 분쟁에 휘말려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거나 유사 모방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법하게 처리해 달라"며 윤리위원회에 징계 요구서를 제출했다.

ㅂ교회가 속한 충청지방회도 총회에 김 목사 문제를 다뤄 달라고 요구했다. 윤리위원회는 2월 16일 광주지방회와 충청지방회 입장을 들었고, 김 목사도 만나 소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원회 제소 및 법적 대응 절차가 시작되고 나서야, 김 목사는 수습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충청지방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충청지방회 소속 ㅂ교회가 1월 31일 김 목사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결의했다. 그랬더니 2월 3일 김 목사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2월 5일 법무사 사무실에서 김 목사가 ㅂ교회 앞으로 원금 3억 5000만 원과 이자 등을 포함해 4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차용증을 썼다"고 말했다.

충청지방회 관계자는 "우리 지방회가 보기에 ㅂ교회와 김 목사 간 원만한 합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2022년 8월 말까지 변제하지 않는다면 ㅂ교회가 부안 건물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도 생긴다"고 말했다. 지방회는 문제가 매듭되는 수순이라고 보고 있지만, ㅂ교회 교인들은 윤리위원회의 제소 철회에 동의한 적 없다며 사건을 끝까지 다뤄 달라 요청하고 있다.

ㅂ교회 조 아무개 장로는 "(차용증을 썼으니) 형사 고소는 안 할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은 목회자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윤리위원회를 통해 제명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동료 목회자들이 '(김 목사를) 사랑으로 감싸야 하지 않느냐'는 식의 얘기를 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상식적으로, 이런 문제는 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조건 용서하고 감싼다고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지방회도 김 목사와 관련한 문제를 어떻게든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지방회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교회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사유재산을 위해 쓰는 목사가 어디 있는가. 교회를 담보로 대출받았으면 그 돈 역시 교회를 위해 써야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방회나 교단 유지재단에서 서류를 통과해 줬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교단 윤리위원회에 이 사건을 더 엄격하게 다뤄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횡령 또는 유용한 돈을 돌려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목회 윤리 및 후임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건물 팔아 갚겠다, 근데 안 팔린다"
오히려 억울함 주장하는 김 목사
"잘하려다가 실수했다, 난 당당해"

김 목사는 2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방회가) 한 목사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 의도가 너무 나쁘다"면서 "나는 당당하다"고 말했다.

청주 ㅂ교회 재정을 임의로 사용한 건 맞지만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친구가 힘들다면서 돈을 빌려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교회 재정에서 5000만 원을 꺼내 빌려줬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주고 나서 재정부장에게 얘기했지만, 먼저 교회와 상의하고 빌려준 건 아니었다"고 시인했다. 이어 "그 회사 발전기 시험 성적서만 나오면 (투자금이) 들어오게 돼 있으니, 30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추가로 3억을) 빌려줬다. 결과적으로 지금 예배당 건축도 못하고 그 돈도 못 돌려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당당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교인들에게 부담 안 주려는 목회자의 욕심에서 그랬던 거다. (친구 사업가가) 돈 30억을 무이자로 빌려주면 부흥해서 갚으려고 했지, 어디 투자하거나 10원이라도 빼먹거나 그런 게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 문제로 자신을 징계하려는 지방회를 비난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우리 교단은 개교회주의인데 왜 지방회에서 관여하는가. 광주지방회에서 징계해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법이다. 나를 비방하는 글을 쓴 광주지방회 목회자에게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ㅁ교회에는 빚을 못 갚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건물을 내놨는데 팔리지가 않는다. 7~8년이 지나도록 안 팔린다. 불가항력적인 거다. 돈 떼먹으려고 나쁜 마음을 가진 적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10년 가까이 100만 원 내외 이자만 냈을 뿐, 왜 원금은 단 한 푼도 갚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 목사는 "갚을 능력이 안 된다. 돈이 없다. 남들이 이해 못할 수 있지만 여력이 전혀 없었다. 수입차도 중고로 산 거다. 부흥회를 자주 다니는데 피곤하니까 (운전하다가) 자주 졸게 된다. 안전 문제로 튼튼한 것을 샀을 뿐 호의호식하며 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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