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가 수련목회자 시험 합격자 198명을 대상으로 4박 5일간 수련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매년 하는 행사이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숙박 수련회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합격자는 군청에 민원도 제기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수련목회자 시험 합격자 198명을 대상으로 4박 5일간 수련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매년 하는 행사이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숙박 수련회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합격자는 군청에 민원도 제기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가 2021년도 수련목회자 시험 합격자 198명을 4박 5일간 집체 교육한다고 공지하자, 일부 합격자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숙박 교육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감리회 교역자수급및고시위원회(고시위·최종호 위원장)는 2월 2일 감리회 홈페이지에 2021년 수련목회자 영성 수련회 일정을 올렸다. 충남 청양군 숭의청소년수련원에서 3월 8~12일 4박 5일간 시행하며, 대상자는 3월 2~6일 사이 보건소나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을 받아야만 참석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합격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미 상주 BTJ열방센터와 IM선교회 등 개신교 관련 합숙 시설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코로나19 3차 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련회 개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미 합격자 1명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청양군청에 민원도 제기했다.

10일 현재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충남 청양군을 포함한 비수도권 지역은 2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2.5단계에서는 50명 이상, 2단계에서는 100명 이상 실내 집회가 금지된다. 감리회 수련목 합격자는 198명이기 때문에 2단계 상황에서도 개최가 불가능하다.

감리회 수련목 시험은 장로교단의 목사 고시와 유사한 목회자 선발 과정이다. 수련목 시험에 합격하면 3년간 교단 지도 아래 양성을 받은 후 목사 안수를 받는다. 합격자들은 영성 수련회에 필참해야 한다.

한 합격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이 모여 행사를 강행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아직도 전국적으로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4박 5일간 한곳에 모여 먹고 자는 행사를 여는 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감리회 관계자들은 1월 초 400여 명이 모인 수련목회자 시험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4박 5일간 진행하는 영성 수련회도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당당뉴스
감리회 관계자들은 1월 초 400여 명이 모인 수련목회자 시험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4박 5일간 진행하는 영성 수련회도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당당뉴스

감리회 관계자들은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행사를 강행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고시위원장 최종호 목사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도 교회가 방역 지침을 어기거나 기독교 가치를 엉뚱한 신념에 갖다 붙이는 것을 싫어한다. 지자체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시설물을 사용하고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 5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협성대학교에서 411명이 응시한 수련목회자 선발 시험도 무사히 잘 치렀다고 했다. 당시 화성시청과 관할 경찰서 관계자들이 나와 현장을 점검했다며, 이번에도 지자체와 협의해 잘 끝마치겠다고 했다.

최종호 목사는 "기존 공지대로 진행하지 않고, 청양군청 요청에 따라 3월 8일부터 12일까지 한 팀, 22일부터 28일까지 한 팀 이렇게 100명 단위로 두 번에 걸쳐 진행하기로 협의하고 있다. (방역 당국 몰래) 숨어서 한다거나 방역 범위를 벗어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격자들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대면 수련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감리회 본부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온라인으로 영성 수련회를 했는데 부작용이 많았다. 90%가 레포트를 불성실하게 내는가 하면, 강의를 아예 듣지 않고 남의 레포트를 그대로 카피해 제출한 사람도 있었다. 고시위원회에서는 대면 수련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인원을 축소하고 여러 번 개최하는 방식으로라도 진행해야겠다고 계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양 숭의수련원 강당은 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여기에 100명만 수용한다. 원래 2주간 진행하는 행사인데 1주일로 줄였다"며 "이외에도 각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확진자 없이 진행하는 것이다. 일례로 청양군청과 협의하면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합격자만 등록을 받겠다고 했더니, 군청에서도 좋은 방편이라고 동의했다. 합격자들에게도 그렇게 안내했다"고 말했다.

한편, 청양군청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들어와 교단과 수련원 쪽에 확인해 본 결과, 아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사회적 거리 두기 현황에 맞춰서 하겠다고 답했다. 헌법상 우리가 종교 단체 행사에 관여할 수는 없으나 진행 상황을 살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감리회는 설 연휴 기간 발표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참고해, 추후 99명씩 2개 조로 분할하는 새로운 수련목 영성 수련회 일정을 공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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