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가 '뜨거운' 논란에 빠졌다. 한 권의 책이 문제다. 평가가 극단적이다. 한쪽에서는 음란한 이단 서적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훌륭한 가정 사역 지침서라고 한다. 논란의 중심에 최희열(필명)의 저서 <하나 되는 기쁨>(예영커뮤니케이션 펴냄/2005년)이 있다.

출간되고 4년 지나 '이단 서적' 시비

책 띠지에는 '기쁨으로 사랑 나누는 부부들을 위한 성(性) 생활 지침서', '부부 침실을 방해하는 작은 여우를 잡아라 … 뜨겁게 사랑하는 108가지 노하우'라고 써 있다. 아가서를 부부 성 생활을 위한 지침으로 제시하고, 다양한 성교 방법과 체위를 소개한다. 정동섭 교수(가족관계연구소 소장)는 추천사에서 '성경적 관점에서 성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현대인을 위한 아가서'라고 했다.

▲ <하나 되는 기쁨>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한쪽은 음란 이단 서적이라하고, 다른 한쪽은 건전한 가정 사역 지침서라고 한다.
그런데 출간되고 4년이 지난 2009년에 '이단 서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제일 먼저 포문을 연 곳은 한국기독언론협회(한기협·회장 김형원). 한기협은 지난해 4월 기자 회견에서 "전통적으로 아가서는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로 해석돼 왔다. 육체적이고 성적인 관계로 해석하는 것은 사이비 종교에서 있는 일"이라고 했다. 5월에는 책의 내용을 비판하는 세미나도 열었다.

교회개혁네티즌연대도 작년 9월에 <하나 되는 기쁨>을 다룬 언론 보도를 모아 백서를 발행하고 비판에 가세했다. 백서를 전국 교회에 배포했다. 올해 2월에는 단체 이름을 '한국교회개혁연대'(공동대표 박노원·윤병조)로 바꾸고, 첫 번째 중점 사업을 <하나 되는 기쁨>에 대한 대처로 정했다.

논란 초기에는 추천사를 쓴 정동섭 교수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구원파에 몸담았던 전력이 문제가 됐다. 또 정 교수가 강의하려던 울산극동방송의 상담 학교에 '정 교수는 저질 가정 사역자'라는 투서가 들어가기도 했고, 이 책의 실제 저자로 의심받기까지 했다.

책의 저자가 가명을 사용한 것도 비난을 받았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회장 정형철)는 작년 6월에 <하나 되는 기쁨>에 대한 이단성 및 출판 윤리 위반 문제를 논의했다. 협회는 예영커뮤니케이션(예영·대표 김승태)이 저자 실명을 밝히고 한국교회에 사과하라고 했다. 그리고 출판 중단, 도서 회수와 폐기를 요구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예영은 전국 서점에서 책을 회수하고 재고 도서를 폐기했다. 하지만 저자 실명을 공개하라는 요구는 거절했다. 김승태 대표는 저자와 실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책 저자임을 밝힌 양승훈 교수, "신학적으로 문제없다"

▲ 양승훈 교수가 올해 1월 기자 회견을 열고 자신이 저자임을 밝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그런데 올해 1월 양승훈 교수(캐나다밴쿠버세계관대학원대학교)가 돌연 기자 회견을 열고 자신이 책의 저자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부부 간의 은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본서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반응을 자제했다. 그런데 침묵이 사람들의 오해를 심화시키는 듯해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성경에 대한 지나친 해석과 적용, 선정적인 표현이 일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신학적인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는 "본서는 복음주의적 신학에 기초했다. 성경에서 부부 생활에 대한 교훈을 얻는 것을 문제 삼거나, 성경과 성(sex)을 연관 짓는 것을 죄악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이 선정적인 문구를 골라서 배포하고 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마녀사냥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동섭 교수도 기자 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하나 되는 기쁨> 논란으로 자신을 음해하는 배후에 이단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구원파의 폭력성과 이단성을 알리는 책을 내고 강의해 왔다. 책에 대한 논란이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공격이라는 것이다.

기자 회견을 주최한 한국가정사역협회(회장 이희범)도 양승훈 교수를 지지했다. 이희범 회장은 "수많은 독자들이 본서를 통해 부부 관계가 회복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기자 회견을 계기로 모든 오해와 잘못된 비판, 추천자 정동섭 교수에 대한 시비와 음해가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평신도 연합 단체들도 가세하며 논란 확대

▲ 평신도 연합 단체들도 세미나를 열어 책을 비판하는 등 논란에 가세했다. 이들은 한기총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그러나 기자 회견 뒤에 논란은 더 커졌다. 한국장로회총연합회를 비롯한 9개 평신도 연합 단체가 2월 9일 기자 회견을 열고, 양승훈 교수와 정동섭 목사, 한국가정사역협회를 성토했다. 그리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회에게 이 책이 더 이상 보급되지 못하도록 조치하라고 했다.

이어서 3월 12일 '성경을 섹스경으로 오도한 이단 서적, <하나 되는 기쁨>의 실태'라는 이름의 세미나를 열었다. 최인기 박사(서울장신대)는 "저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상업주의에 물든 출판사가 이득을 챙기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양승훈 교수는 회개하고 책을 폐기할 것 △정동섭 교수는 가정 사역 활동을 중지하고 교계를 떠날 것 △한국가정사역협회는 해체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가정사역협회는 이런 대응에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이다. 우영석 사무총장은 "<하나 되는 기쁨>은 가정 사역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와중에 이희범 회장이 원장을 맡고 있는 지구촌가정훈련원은 교회 안에서 성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성 상담사 양성을 준비 중이다. 이수 과목에는 '아가서 중심의 창조적 성 이해'도 포함되어 있다. 정동섭 교수도 강사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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