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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20대 초반, 한 권의 책을 접했다. <구원 그 이후>라는 책이었다. 그동안 구원에 대해 추상적이고 희미하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창세전 성부·성자·성령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를 구원하시기로 작정하셨다는 사실, 우리의 행함이나 어떤 행위로도 구원에 이를 수 없으며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총신대학교 신대원에 입학해서 또 한 권의 책을 접했는데, 바로 <하나님의 열심>이었다.

<하나님의 열심>은 성경에 나온 위대한 인물이 실제로 능력이 많아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감당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어떻게 믿음의 위인으로,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만드셨는지, 어떻게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게 하셨는지 보여 주면서, 믿음·구원·징계·권위·천국·기도 등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었다. 박영선 목사님의 <구원 그 이후>와 <하나님의 열심>은 내가 목회하고 구원관과 교회관을 가지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박영선 목사님은 남포교회에서 30년간 사역하셨다. 박 목사님은 성경의 철저하게 분석해 현실에 적용하는 강해 설교를 주로 하셨다.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찾아오시고 나의 삶 가운데 친히 함께하셔서 구원의 길로 인도하심을 강조한다. 특히 구원받은 기존 신자들을 향해 성화와 삶의 성숙을 강조하는 설교를 전한다. 어떻게 살아가는 게 이 시대에 하나님의 구원받은 자로서 바르게 살아가는 것인지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신학적 내용과 교리적 내용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교하여, 청중이 쉽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큰 은혜를 끼치고 있다.

<다시 보는 히브리서 - 우리에게 있는 영원하신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 / 박영선 지음 / 무근검 펴냄 / 392쪽 / 2만 원
<다시 보는 히브리서 - 우리에게 있는 영원하신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 / 박영선 지음 / 무근검 펴냄 / 392쪽 / 2만 원

<다시 보는 히브리서>(무근검)는 박영선 목사님이 2018년부터 1년간 남포교회 주일예배  시간에 설교한 내용('히브리서 강해')을 묶은 것이다. 모두 2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히브리서는 흩어진 히브리인들에게 쓴 편지다. 로마제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은 기독교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에게 구약성경의 예배가 예수님을 통해 어떻게 성취됐는지 알려 주고, 신앙에 굳게 서 있을 것을 권면하는 편지다. 당시는 기독교 박해가 있던 네로 시대 후반기로 추정된다. 저자는 디모데와 관련 있는 인물로 보이는데, 13장 23절에 "우리 형제 디모데가 놓인 것을 너희가 알라"고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다. 바울이 유력해 보이지만, 교부 오리게네스는 '히브리서 저자는 오직 하나님만 안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히브리서가 당시 고난받는 성도들을 위로하기 위해 쓴 편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교회에 가서 설교를 통해 위로받기 원한다. 그리고 치유받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고난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가 고난을 당했듯이, 고난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은 우리가 구원을 받았다고 하는 놀라운 사실에 근거한다.

이 책은 초반부에 구원에 대해 많이 강조한다. 에베소서 말씀을 인용하여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 계획을 말하고 있으며, 구원은 창세전부터 우리를 위해 주어진 하나님의 섭리와 선물임을 강조한다. 당시 그리스도인들 상황을 말하면서, 고난과 어려운 역경으로 하나님의 자녀 된 것을 포기하지 말고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굳게 믿고 달려 나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를 지고 수치와 고통 속에 돌아가셔서 우리를 구원하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우리가 당하는 고난은 우리를 신자답게 만들어 내는 하나님의 지혜이자 사랑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법에 대해 의문을 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님은 고난이라고 하는 도구를 통해 우리를 더욱 사랑하신다. 그런 사랑을 우리 인간의 지혜와 경험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을 읽어 가면서 이런 설교를 들으며 신앙생활하는 남포교회 교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 보았다. 박영선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 그저 예수를 믿는 이유가 하나님을 이용해 내가 소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기복신앙에 근거하지 않음을, 이 땅에서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허접한 신앙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을 받는다는 사실과, 고난 속에서 내가 이겨야 하는 근거가 바로 구원이라는 놀라운 설교를 매주 듣는 남포교회 교인들이 참으로 복되다고 느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자발적 항복이다. 하나님이 자원하여 우리에게 그리하셨던 것처럼, 우리 역시 자발적으로 하나님께 나아오기를 원하신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우리를 찾아오신 하나님. 나를 찾아오셔서 손을 내밀어 주시는 그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하나님이 그런 거대한 목적과 뜻을 우리에게 두어 역사와 인생 속에서 사는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얼마나 굉장한 기독교입니까?" (<다시 보는 히브리서> 13장 '그는 새 언약의 중보자시니' 중)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서상진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래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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