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역의 한 목사가 오랫동안 여성 청년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속 노회에서 '정직 2년' 선고를 받았지만, 2년 뒤 목회 현장에 복귀할 수 있다.
광주 지역의 한 목사가 오랫동안 여성 청년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속 노회에서 '정직 2년' 선고를 받았지만, 2년 뒤 목회 현장에 복귀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여성 청년들을 상대로 상습 성폭력을 저지른 목사가 교단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에서 목회하던 A 목사는 10년 넘게 교인이었던 청년들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하고, 가해 사실이 드러나지 않게 협박까지 했지만, 징계는 '정직 2년'에 그쳤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신정호 총회장) ㄱ노회 재판국은 9월 2일 A 목사에게 "성경상의 계명에 대한 중대한 위반 행위"를 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을 보면, A 목사는 2009년 여름부터 2020년까지 여성 교인 4명을 상대로 수차례 성추행을 저질렀다. 주로 목양실과 차량 등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범행했다. 연인 또는 부부간에나 보낼 만한 메시지를 보내 성희롱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 아니라 A 목사는 피해자들이 성추행당한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게 협박했고, 이를 거부하는 피해자에게는 교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재판국은 "이 일로 피해자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고 교회를 떠났다. 상당한 시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영적·심리적·육체적 고통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국은 A 목사의 범행이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라는 점도 인정했다. "이는 목회자의 지위를 남용해 순종적인 자매의 특성을 이용한 성추행으로써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졌던 범죄", "목회자로서 성도들을 지도하는 입장에 있는 지위에서, 위의 지위를 남용하여 여성도들에 대한 성추행 범죄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국은 드러나기 힘든 목회자 성폭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성격도 제대로 규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A 목사가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고, 피해자들과도 합의했다면서 정직 2년을 선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ㄱ노회 소속 한 목사는 11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래 정직도 아니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피해자가 계속 나오는 바람에 징계까지 간 것이다. 그루밍 성범죄는 아닌지 더 조사해 보고 판결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정직 2년은 사안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판결은 A 목사가 총회에 상소하지 않으면서 확정됐다. 피해자들 요청에 따라 A 목사는 교회를 사임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면 A 목사는 다시 목회 현장에 복귀할 수 있다.

성추행은 형사처벌 대상이고 A 목사의 범죄는 아직 공소시효도 지나지 않았다. 사안이 무거운 데 비해 징계 수위가 낮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재판국장 B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체 재판국원들이 함께 결정한 사항이다. 노회에도 보고했고 이미 끝난 일"이라고 답했다. 2년이 지나면 목회 복귀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묻자, B 목사는 "그것은 본인(A 목사)이 결정할 문제다"고 했다.

오히려 B 목사는 재판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됐다면서 문제없다고 했다. "A 목사는 피해자들이 제시한 몇 가지 조건도 따르고 있다. 이 지역에서 목회하지 않고 떠나기로 했고, 쉬쉬하며 넘어가지 않고 교회와 노회에서 공론화하기로 했다. 피해자들 요구대로 진행이 됐고 2·3차 피해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하나님 은혜로 잘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건 당사자인 A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억울한 것도 있지만 모든 걸 포기하고 수용하기로 했다. 내가 대응할 경우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질 거고, 교회가 어려워지지 않겠나. 일이 확대되길 원하지 않아서 일절 소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년 뒤 다시 목회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직 모르겠다. 일단 목회자 양심에 따라 판결에 순응하려고 한다. 이제 와서 뒤집거나 숨길 생각은 없다. 가족들만 안 다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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