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원 목사는 명성교회가 세습을 강행하지 않고 다른 후임자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수원 목사는 명성교회가 세습을 강행하지 않고 다른 후임자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우리 교단의 가장 큰 문제는 법치 적용이 안 된다는 거다. 법을 따라야 하는데 그걸 잠재하니까 중구난방 무질서로 돌아간다. 104회 총회가 잘못된 결의를 해서 노회도 법을 위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장 김수원 목사(태봉교회)가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용인해 준 104회 총회 수습안 결의를 작심 비판했다. 헌법을 무시한 총회 결의 때문에 노회가 또 위기에 빠지게 생겼다며, 지금이라도 교단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김수원 목사는 10월 13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계 기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재 예장통합 교단 상황과 명성교회 수습을 눈감아 준 수습안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김 목사는 "명성 수습안은 이번 105회 총회 석상에서 다뤘어야 하는데, 정치부로 이첩해 유감이다"며 "특정 초대형 교회 사태와 관련해 법치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총대들의 분노는 법치 상실감에서 비롯했다는 걸 총회 지도부가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9월 정기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습안을 통과시켰다. 헌법에 세습 금지가 명시돼 있지만 이를 한 번만 눈감기로 한 것이다. 김하나 목사가 잠시 내려와 명성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하고, 2021년 1월 1일 김하나 목사를 다시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게 했다. 만일 김하나 목사를 청빙할 경우 위임식은 '갈음'하기로 하는 등 7가지 조건을 달았다. 

김수원 목사는 임시당회장 파송 약속부터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수습안에는 2019년 11월 3일경 임시당회장을 파송하는 걸로 나와 있다. 시기상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이 된 다음 임시당회장을 파송하도록 한 건데, 명성을 지지하는 당시 서울동남노회 임원회가 교체 전 미리 임시당회장을 보냈다. 명성교회 임시당회장은 김삼환 원로목사 측근 유경종 목사가 맡고 있다.

김수원 목사는 "수습안대로 세 차례에 걸쳐 임시당회장을 파송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명성은 '다 끝난 일'이라며 거부했다. 이제라도 수습안 파기를 선언하든지 파기 행위임을 인정하라"고 말했다.

내년 1월 1일 김하나 목사가 부임할 경우 청빙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고도 했다. 수습안 3항에 담긴 '갈음한다'는 표현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했다. 김수원 목사는 "재심 판결 이후 누구도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부임한 적 없다. 김하나 목사는 현재 무임목사다. 무임목사가 청빙 절차 없이 곧바로 위임목사가 된 사례는 없다. 교인들 의견도 구하지 않고, 절차도 없이 청빙하는 건 불법이다"고 말했다.

명성교회가 청빙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문제가 완전 해소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김 목사는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헌법 28조 6항이 건재하다. 헌법은 총회 결의보다 상위법이다"고 말했다. 또 "서울동남노회 규칙에 따라 현 노회장인 내가 차기 정치부장이 된다. 정치부는 목사와 교회 사건 등을 다룬다. 교단법이 살아 있는 한 나는 이 문제(세습)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수습안은 총회 정치부(이성주 부장)가 심의하는 중인데, 11월 3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김수원 목사는 총회 임원회가 명성 수습안을 본회의에서 논의하지 않고 정치부로 보낸 것을 비판했다. "정책 부서인 정치부가 다루거나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총회 결의 사안인 만큼 본회의에서 다뤘어야 했다"면서 "정치부가 헌법을 따를지 총회 결의를 따를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너무 먼 길을 돌아가지는 않을지 우려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둘로 갈려 싸워 왔다. 김수원 목사는 "명성 문제만 아니면 우리 노회는 싸울 일이 없다. 지금 노회 분위기는 괜찮다. 다만 총회 정치부와 임원회 결정에 따라 노회가 또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늦었지만 법대로 모든 일을 처리해서 노회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 대상은 김하나 목사만이 아니다. 세습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후임자를 청빙할 수 있다. 이게 제일의 선택이다"고 말했다.

한편, 명성교회 측은 청빙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김수원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교회 한 장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하나 목사님은 생명만큼 귀중한 설교권을 내려놓았다. 내년 1월 자동 청빙하는 조건으로 수습안을 따르고 있는데, 다시 절차를 밟으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더는 싸움을 하거나 모략하지 않았으면 한다. 마귀 사탄과 이단 세력에 도움을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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