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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 지향적 신앙은 기독교 복음 전통에 절대적 가치를 두면서 민족 전통을 변혁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민족 전통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분리 지향적 신앙과 차이가 있으며 기독교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통합 지향적 신앙과 다르다. 한국의 민족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치 현장에 참여하지만 복음의 구현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통합 지향적 신앙의 경우처럼, 민족운동의 방편으로 기독교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기독교 복음이 목적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봉건적 사회질서를 혁파하고 근대적 시민사회를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이 관점에서 교회는 남녀평등과 축첩 폐지, 노비 해방 등을 통해 수평적 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여기서 '기독교 민족운동' 내지는 '기독교 사회운동'이 가능하다." [이덕주, <한국 토착교회 형성사 연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368쪽]

김해교회 설립자 배성두 장로는 이덕주 교수가 말하는 '변혁 지향적 신앙'의 전형입니다. 가난한 이가 많던 김해 북문 인근에서 한약방을 하던 배성두는 1893년 부산에서 미국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William M. Baird, 한국명 배위량, 1862~1931)를 만나 회심했습니다. 그는 자기 한약방을 중심으로 신앙 공동체를 이뤄 갔고 이듬해인 1894년에는 교회를 설립했습니다. 한국인 스스로 세운 교회로서는 소래교회(1884년)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복음 전도뿐 아니라 인재 육성에도 열정을 쏟아 1907년에 합성초등학교를 세웠습니다. 한글학자 이윤재 선생(1888~1943)을 배출한 학교니, 이것만으로도 인재 육성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 장로의 애국 신앙을 이어받은 맏아들 배동석은 배일 혐의로 대구 계성학교에서 퇴학당해 만주와 상해로 건너갑니다. 그곳에서 독립운동을 돕다가 뒤늦게 세브란스의전에 입학합니다. 1919년 3·1 독립 만세에서 운동 학생 대표로 나섰고, 김해로 내려와 독립운동을 이어가다 수감됩니다. 5년을 복역하다 극심한 고문 후유증으로 병보석 출감 2개월 만에 순국합니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고 대전 국립 현충원 애국지사 묘로 이장했습니다. 배 장로를 시작으로 6대에 걸친 신앙 여정은 2007년 재미在美 작가 박경숙 씨가 쓴 소설 <약방집 예배당>(홍성사)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김해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김해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2018년 3월 김해교회는 청동으로 된 교회 표지비를 세웁니다. 

"김해는 가야의 중심 도시이며 가야 문명은 일찍이 철기 문화와 토기 문화에서 탁월한 조형성을 보였으며 그 중심에 서 있는 김해교회의 표지판을 마구류와 갑옷에서 조형된 문양을 그 바탕으로 사용하였으며 특히 분청사기粉靑沙器의 주가마가 있었던 김해 지방의 탁월한 토기 문화를 상징화하여 김해교회명을 작품화하여 표지판에 새겼다. 특히 3.1운동과 민족정기의 기치를 높이 세운 김해교회에 민족문화의 자부심을 상징화한 것은 이 땅에 기독교가 전파되어 그 복음이 김해교회에서 꽃피운 것을 1894년에 설립한 연호와 더불어 영원히 하나님의 영광이 함께하기를 소망하여 작품화하였다."

항일 독립운동에 참여한 변혁 지향적 신앙 전통을 자부하는 동시에 김해 지방 민족문화를 사랑하는 정신이 잘 담겨 있습니다.

1994년에 김해교회에 부임해 26년째 행복하게 사역하는 조의환 목사님은 저와 1980년 장신대 신대원에서 만났습니다. 조 목사님은 성경 공부에 대한 관심으로 입학했다고 했습니다. 조 목사님이 몇 달 후 입대해 교제가 별로 없었지만, 인상 좋고 편안했던 기억입니다. 요즘 가끔 만나는데, 코로나19로 김해교회를 방문하지 못하는 제 사정을 이해하고 교회 사진을 보내 줬습니다.

김해교회를 알기 위해 2019년 6월에 방영한 CBS 새롭게하소서 '변함없는 종갓집 교회 - 김해교회 조의환 목사'를 유튜브로 시청했습니다. 1978년 제2회 MBC 대학 가요제에서 조 목사님이 속한 음악 서클 '썰물'이 '밀려오는 파도소리에'라는 노래로 대상을 받았더군요. 방송을 통해 조 목사님이 성령 사역을 하게 된 경위를 들었고, 목회에는 교인의 영혼을 위한 갈급함이 있어야 한다는 지론에도 동감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미자립 교회와 작은 교회를 정성껏 섬기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교회 홈페이지에는 '이웃 사랑 긍휼 헌금'이 소개돼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재난당한 필리핀 한마음교회, 파라과이 베데스다교회,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헌금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받아들여 함께 아파하는 긍휼과 공감은 복음의 핵심 가치인데, 김해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근래 김해는 특별해졌습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로 귀향해 살다가 안타깝게 서거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가 고인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혁신적이었고 사람을 따뜻하게 품은 분이었기에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조의환 목사님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신앙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우들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령 사역으로 교우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바로 세우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랑은 김해교회가 김해 YMCA·YWCA와 함께 '생명의 전화'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지역 주민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만남·나눔·섬김의 장 드림센터를 건축하고 사단법인 '사랑과 나눔'을 세워 여러 행사를 여는 일도 동일한 차원입니다.

균형 잡힌 사역을 통해 교회 설립 초 약속한 이웃에 대한 섬김과 나눔을 성실히 지켜 가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신앙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친구 목사님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이근복 /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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