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홍 목사는 "성경 속 동성애 본문에 대해 토론하자"는 글을 썼다가 사상을 검증당했다. 지난해 예장합동 104회 총회에 박 목사를 조사해 달라는 긴급동의안이 올라온 것이다. 노회는 박 목사를 만나 본 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104회 총회 장면(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원홍 목사는 "성경 속 동성애 본문에 대해 토론하자"는 글을 썼다가 사상을 검증당했다. 지난해 예장합동 104회 총회에 박 목사를 조사해 달라는 긴급동의안이 올라온 것이다. 노회는 박 목사를 만나 본 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104회 총회 장면(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성경 속 동성애 관련 본문을 놓고 토론해 보자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신학 사상 검증'을 요구받은 박원홍 목사(서문교회)에 대해, 박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서울노회(허세영 노회장)가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노회는 4월 28일 열린 97회 정기회에서 "박원홍 목사 신학 사상의 건은 지금까지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찬성한 적이 없음을 밝히고, 차후에도 동성애 문제로 노회와 총회에 폐를 끼치지 않기로 한 사실을 확인한다"고 결의했다. 6월 9일에는 이 내용이 담긴 사실 확인서를 박 목사에게 발급했다.

박원홍 목사는 2019년 9월 18일 <뉴스앤조이>에 "성경이 질책하는 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소년애' 아닙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글의 요지는 로마서 1장 27절 "그와 같이 남자들도 순리대로 여자 쓰기를 버리고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 일듯 하매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 그들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들 자신이 받았느니라"는 구절이, 현대의 동성애가 아니라 당시 로마에서 유행하던 소년애를 문제 삼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박원홍 목사는 미국 복음주의 신학자 찰스 스윈돌과 알버트 반즈가 로마서 주석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로마 집정관 키케로도 그리스 철학자 크세노폰을 인용해 당시 소년애 문제를 언급했다고 썼다. 이를 근거로 "스윈돌의 해석대로라면 한국교회의 동성애 결사반대 집회는 허공을 치고 있는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성경해석학적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전공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을 썼다는 이유로 박 목사는 사상을 검증당했다. 104회 총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2019년 9월 21일, 예장합동 소속 한 목사가 운영하는 1인 언론사는 박 목사의 <뉴스앤조이> 기고문을 비난하는 기사를 올렸다. 그는 "박원홍 목사는 동성애 관련 기사나 동성애를 추종하는 학자들의 글을 끊임없이 올리면서, 동성애를 퍼뜨리는 일에 발 벗고 나선 <뉴스앤조이> 논조에 일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동성애를 비롯한 잘못된 주장이나 사상이 우리 교회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동성애를 주장하거나 잘못된 교훈을 따르는 자들을 분별하고 교육을 시키든 면직이나 탈퇴를 요구해서라도 신앙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고 썼다.

총회 기간 이 기사가 돌면서 일부 목사는 "박원홍 목사가 <뉴스앤조이> 기고한 기사와 박 목사 개인의 신앙을 조사해 달라"는 긴급동의안 서명자를 모집했다. 총대 100명 이상이 동의하면 본회의에 안건을 발의할 수 있는 긴급 동의안에 총 221명이 서명했다. 총회는 "이 안건은 노회로 보내 처리해야 할 안건이므로 기각해야 한다"고 결의했고, 안건은 서울노회로 넘어갔다.

서울노회는 이렇게까지 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박원홍 목사를 면담한 후 사건을 종결했다. 유창진 전 서울노회장은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박원홍 목사가 쓴 글은 그런 방향이 아니라고 보인다. 본인도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옹호하는 게 아니라고 하고, 차후 앞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해서 마무리했다. 성경에 나오는 동성애에 대한 정의를 본인이 남다르게 연구하고 말한 것인데, 그게 옹호로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홍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목회자로서 이 문제에 대해 4~5년을 고민했다. 학자들에게도 이 문제를 물어봤다. 성경에 나오는 동성애는 소년애 문제라고 하는 이들이 있었다. 특히 찰스 스윈돌과 알버트 반즈 같은 복음주의 학자들도 이런 주석을 내놨다. 나는 목사로서 이 문제에 대해 신학자들이 진지하게 토론해 주기를 바랐을 뿐이다. 이런 문제일수록 목회자들이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신학자들이 논의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회에서 200명이 넘는 총대들이 사상 검증식 안건에 동의한 것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했다. 박원홍 목사는 "내 글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한 기사를 총대들이 다 읽어 보지도 않고 그저 동성애 반대한다니까 사인해 준 것 같다. 내 사촌도 총대로 와 있었는데, 이런 긴급동의안이 돌아다니는지도 몰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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