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강제추행죄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한국교회 대표적인 개혁주의 신학자 김 아무개 목사가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대구지방법원은 6월 5일, 피고와 검사의 항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목사가 항소심에서 1심과 다르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사실과, 이 사건으로 10년 이상 몸담은 교회를 떠나게 된 일은 양형에 참작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목사인 피고인이 젊은 여신도를 강제 추행한 점 △1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 피해자를 법정에 나오게 만들어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한 점 △피해자가 시종일관 엄한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항소를 기각한다고 했다.

앞서 김 목사는 항소심이 시작되자 대응 전략을 바꿨다. 김 목사는 1심에서는 피해자를 만난 적은 있지만, 강제 추행에 해당하는 행동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계획적 범행이 아닌 분위기에 휩쓸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한 건 1심 변호사 조언 때문이라고도 했다. 김 목사는 교인과 법정 다툼 벌이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모두 인정하고 싶었지만, 1심 변호사가 반대해 여러 명의 증인이 출석하게 됐다고 했다. 그 결과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한 것 같다며,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김 목사는 최후 변론에서도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나 때문에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와 부모님께 사죄드린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삼가 조심하고 참회하면서 살아가겠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

법원은 김 목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법원은 김 목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목사는 범행 인정했는데
교인들은 "밥 먹고 손잡은 게 전부
담임목사님 명예훼손하지 말라"

김 목사가 시무하던 ㅅ교회 교인들은 항소심 공판 내용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일부 교인은 김 목사와 피해자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는데 피해자 가족과 지인들이 김 목사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라고 말했다.

ㅅ교회 교인들은 4월 17일경,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ㅍ노회 중진들을 만났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미투 운동 이후 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피해자 증언이 허위라 하더라도 재판부는 여성의 손을 들어 준다며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들은 또 김 목사가 교회를 떠나게 된 것은 아내 건강 때문이었는데도, 김 목사와 돈 문제로 얽혀 있는 이들이 사건을 '강제 추행'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은 이 사건을 공론화할 마음이 없었는데, 범죄 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들이 부추겨 사건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미 1심 재판부가 배척한 내용이다.

김 목사가 행위 일체를 인정한 것은 항소심 두 번째 공판부터다. 하지만 ㅅ교회 당회원들은 이날 이후에도 ㅍ노회 일부 회원에게 문자를 보내 김 목사를 두둔했다. 이들은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와 김 목사가) 단둘이서 식사 자리를 하였다는 것과 손을 잡았다는 것이 전부"라며 "재판이 진행 중이니 담임목사님 명예훼손을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를 향한 확인되지 않은 여러 소문이 노회원들 사이에서 떠돌기도 했다. ㅍ노회 A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김 목사를 감싸는 목사들이 피해자를 향한 확인되지 않은 헛소문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흘리고 다녔다. 목회자들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ㅅ교회는 항소심이 기각됨에 따라 김 목사 사표를 수리했다.
ㅅ교회는 항소심이 기각됨에 따라 김 목사 사표를 수리했다.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유지된 김 목사는 앞으로도 약 7개월 더 복역해야 한다. 담임목사직을 공석으로 둘 수 없는 ㅅ교회는 6월 7일 당회를 열고 김 목사가 낸 사표를 수리했다. 임시당회장 B 목사는 6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목사는 원래 올해 1월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교인들이 항소심 결과 나오기까지 기다리자고 해서 수리가 늦어졌다. 항소도 기각됐으니 교회는 앞으로 새로운 담임목사 청빙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청빙위원회 구성까지 마쳤다고 했다.

당회원을 비롯한 일부 교인이 김 목사를 옹호하며 피해 사실이 거짓인 것처럼 주장한 것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아니냐는 질문에, B목사는 "교인들이 상식을 저버린 것은 아니고, 목사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행동한 것 같다.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임시당회장으로서 교회가 안정을 찾아 노회를 더 잘 섬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청빙 과정을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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