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4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주최한 연속 포럼 '사랑의교회 건축, 이것이 문제다'의 첫 번째 시간인 '사랑의교회 건축의 신학적 문제점' 포럼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나와 내가 속한 교회 그리고 한국교회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3월 4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열린 '사랑의교회 건축, 이것이 문제다' 포럼에서 사회를 맡은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백종국·오세택) 남오성 사무국장이 발제를 듣고 한 말이다. 사랑의교회가 건축을 추진하며 내세우는 논리의 신학적 오류를 짚어 보자는 취지로 열린 포럼인데,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한국교회를 걱정했다고 했다.

발제자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김근주 교수는 "발제를 준비하며 나는 제대로 목회를 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했고, 김동춘 교수는 "사랑의교회 건축을 계기로 한국교회 전체에 관행으로 (한국교회에) 굳어진 건물 교회론에 대한 현실을 짚어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개혁연대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볼 것인가' 오픈 포럼, 건축 반대 성명 발표, 1인 시위 등 사랑의교회 건축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신학자의 의견을 듣는 포럼을 준비했다.

개혁연대가 이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자주 듣는 질문은 아마도 "다른 대형 교회도 건축을 시작하는데 왜 사랑의교회만 갖고 그러느냐"일 것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나온 이 질문에 대해 박득훈 목사(언덕교회)는 사랑의교회 건축을 반대하는 것이 결국 한국교회를 위한 일이라고 답했다.

▲ 박득훈 목사는 "사랑의교회가 부흥하는 만큼 한국교회가 무너질 것이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 목사는 "사랑의교회가 부흥하는 만큼 한국교회가 무너질 것이다"고 했다. 사랑의교회는 '교회 갱신을 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을 만들며 한국교회 갱신을 주도했고, 타 교단의 갱신 그룹과 연대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를 만들었다. 그런 사랑의교회가 건축을 진행하면 '큰 교회의 건축과 교회 갱신이 같이 갈 수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교계와 사회에 보내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었다.

박 목사는 "사랑의교회가 넘어가면 교갱협, 한목협, 성서한국, <복음과상황> 등 사랑의교회가 배후로 있는 모든 단체가 다 같이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포용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이기든 지든 죽기 살기로 끝까지 가야 한다. 이 싸움에서 지더라도 사랑의교회는 현실적인 교회 중 하나이지 교회 갱신과는 무관하다는 말이라도 해야 한다"며 호소했다.

이진오 전도사(예인교회·'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할 것인가' 카페 운영자)도 "사랑의교회는 한국교회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남들이 대형 교회 다 썩었다고 해도 유일하게 '아니다. 건강한 교회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회였다"라며, "사랑의교회 때문에 한국교회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개혁연대는 다음 포럼으로 교회 내부의 시선이 아닌 외부의 시선으로 사랑의교회 건축을 바라볼 예정이다. 교회 건축 과정에서 법률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시민 단체와 일반 언론에는 2,000억 원이 넘는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 보는 자리다. 법조인으로는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 시민 단체 활동가로는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참여연대), 언론인으로는 주진우 기자(시사IN)가 나와 발제한다. 시간은 3월 11일 오후 7시, 장소는 서울 명동 청어람 지하 소강당이다.

사랑의교회가 민족과 열방을 섬기는 사명이라 외치며 건축을 주장했지만, 이는 비단 사랑의교회만의 논리가 아니라는 게 김근주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발제에서 오늘날 교회 대부분이 교인 수 1만 명, 2만 명을 넘어서면 이제는 한국이 아닌 온 세계와 열방을 상대로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더 큰 교회당과 더 정비된 체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들이 꼭 뒤따른다고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사야서 본문에 나오는 '여호와의 종'을 이야기하며, "여호와의 종의 사역은 외치지도 소리를 크게 높이지도 않되,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않는 사역이다. 그는 온 세상을 섬기도록 부름 받은 자로되 그의 사역은 지극히 작은 자를 세우고 돌아보는 사역이었으며, 이런 사역의 특성상 아무리 해도 그리 성과가 보이지 않고 실패한 것 같은 사역이었던 것이다"고 했다.

이를 빗대어 김 교수는 진정으로 열방을 회복하는 사명을 감당하는 자는 수천억 원이 투입된 건물이나 잘 짜이고 정비된 제자 양육 과정 등이 아니라, 헛수고한 것 같고 무익한 고생한 것 같은 종이라고 했다. 여호와의 종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해서 '크게 쓰이는 일꾼'이 아니라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 전념하기에 '크게 쓰이는 일꾼'이라며, 세상은 큰일을 하고 큰 건물을 짓고 큰 성취를 이루고 큰 사역을 할 때 크다고 말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상한 갈대 꺾지 않느라 헛수고와 같은 삶을 산 이들을 향해 열방을 회복할 자라고 말씀하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사랑의교회가 그동안 주장한 '성전 건축'도 '교회당 건축'이라 표현하는 게 더욱 정확한 표현이라고 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명백히 믿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이라며, 신약에 나오는 '에베소 교회', '빌립보 교회'는 건물이 아닌 그 지역의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킨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성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성전'을 크게 지었더니 교인들이 모이더라는 성공담이 예수의 복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한 힘이 닿으면 얼마라도 투자해서 다음 세대를 위해 좋은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이런 논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모든 힘을 동원해서 좋은 유치원에 보내고 좋은 초등학교에 보내고 좋은 특목고, 좋은 대학 보내려고 애쓰는 세상의 논리와 같다고 비판했다.

교회의 본질은 교회당이 아니다

▲ 김동춘 교수. ⓒ뉴스앤조이 유연석
김동춘 교수는 '건물 중심의 교회론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하며, 사랑의교회가 애초 지향하는 제자 양육의 목회관은 건물 중심의 교회관이 아닌 한 영혼 한 영혼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는 '한 사람 목회'였는데, 이제는 '건물 중심의 교회'라는 비난을 받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제자 훈련이 건물 중심의 교회관을 반성하고 이 땅에 진정한 교회를 세우려는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제자 훈련의 목회관의 이면에 역시 상업적이고 성공주의 목회관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서 사랑의교회 건축 이면에는 강남 기독교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강남은 한국 사회 모순의 집합지이면서 동시에 모방과 갈망의 도시이고, 강남 지역의 대학 진학률, 강남 지역 구청의 예산 지출 규모, 강남 지역의 돈 씀씀이, 강남 지역 교회의 예산 규모 등에는 한국 사회의 빈부의 양극화와 쏠림 현상, 그리고 차별 구조를 여실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며, "강남과 비강남의 차별 구조를 강남에 속한 한 교회의 건축 과정이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사랑의교회로서는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의교회가 불과 한 주일에 건축 예산의 상당 부분을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는 그 가공할 만한 저력을 개척 교회들이 안고 있는 고통을 분담하거나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곳으로 쏟아 낸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한국교회 전체가 '건물'로서 교회에 대한 시각을 '공공재'로서 교회 건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한 지역 안에 교회 건물이 너무 많다며 과포화 상태의 교회 건물들은 공동으로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건물에 대한 집착은 사랑의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임대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도 빠지는 유혹이므로 이 점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새벽 기도회는 함께 드리고, 주일 예배는 오후의 비어 있는 시간이나 공간의 여유가 있는 교회라면 다른 공간에서 두 교회가 예배하는 방법이 있다며, "한국교회는 독점이 아니라 공존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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