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목사의 총신 신대원 동기들이 <국민일보>에 김 목사 옹호 성명을 냈다. 일부 목사들은 "사전에 전혀 논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며 성명서가 발표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김명진 목사의 총신 신대원 동기들이 <국민일보>에 김 목사 옹호 성명을 냈다. 일부 목사들은 "사전에 전혀 논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며 성명서가 발표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인분 먹이기 훈련' 등 갖가지 가혹 행위를 벌인 의혹을 받는 빛과진리교회(김명진 목사) 사건과 관련해, 김 목사의 동기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84회 동창회(이동호 회장)가 그를 옹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총신 신대원 84회 동창회는 5월 13일 <국민일보>에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에 관한 진실이 주님과 국민 여러분 앞에 속히 밝혀지기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게재했다. "검증되지 않은 원색적 언론 보도로 충격과 상처를 받고 있는 980만 개신교도 및 3000여 명의 빛과진리교회 성도들을 가슴 깊이 위로하고,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했다.

84회 동창회는 김명진 목사가 신대원 시절 뛰어난 학생이었다고 했다. "동기 목사들이 양지캠퍼스에서 경험한 김명진 목사는 칼빈주의에 입각한 건전한 복음주의 신앙관을 가지고 항상 기도하고 학업에 전념하는 헌신된 신학생이었다. 실제로 그가 늦은 시간까지 기숙사에서 히브리어를 연구하던 모습은 많은 동기에게 귀감이 되었다. 학창 시절 말씀에 대한 그의 열정과 성실한 연구 활동은 열매를 맺었고, 그는 졸업 후 신대원에서 히브리어를 강의하기도 했다"고 썼다.

그런 김 목사가 '인분 훈련' 등 엽기적인 행위를 일삼았을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고 했다. 84회 동창회는 "사랑 넘치고 예수님을 닮으려던 김명진 목사가 자신의 성도들에게 가혹 행위를 강요하고, 정신적으로 압박을 가했다는 것은 30여 년 동안 그를 지켜봐 온 교우이자 믿음의 동지인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며 "이번 일은 교회 성도들이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균형을 잃고 최소한의 취재 원칙마저 잃어버린 편파적인 보도가 지속적으로 생산돼, 이제 막 싹트고 있는 젊은 교회가 짓밟히는 것은 기독교계에 대한 탄압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총신대 84회 동창회 목사들은 주님과, 국민과, 980만 개신교도와 함께 흔들림 없이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에 관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고 그를 지지한다"고 했다.

84회 동기 목사들
"성명 내려면 사전 논의했어야"
"30년 전 성실했던 건 맞지만
그 모습으로 지금 사건 판단 못 해"

이 성명 광고는 '총신대학원 84회 동창회 이동호 회장 외 일동' 명의로 실렸다. 총신대 신대원 동창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84회 졸업생은 550명이 넘는다. 언뜻 보면 84회 동기생 전체 의견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한 84회 졸업생 목사들은 13일 자 신문이 배포되고 나서야 성명 발표 사실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진 목사를 잘 안다는 A 목사는 5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 성명은 84회 전체 의견이 아니다. 나는 동창회 회장을 지냈는데도 사전에 이런 내용의 성명서가 나가는지도 몰랐다. 조만간 동창회 총회가 열리는데, 이것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회장을 역임했다는 B 목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김명진 목사가 순전한 사람인데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런 성명서를 내자는 논의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 이런 성명서를 내려면, 최소한 동창회 임원을 지낸 사람들하고라도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 총회 때 말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C 목사는 "그러지 않아도 한국교회 이미지가 좋지 않고, 코로나19 사태 때도 일부 교회가 극단적 입장을 취해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 지금 정확히 조사된 내용도 없는데 이렇게 발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D 목사 또한 "동기회 이름으로 이런 성명을 발표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명진 목사의 신대원 동기들은 김 목사가 학창 시절 열심이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D 목사는 "김명진 목사는 굉장히 신실했다. 성품도 좋았고 학구파였다. 열정적으로 공부해 총신에서 히브리어 강사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당시 동기 중에서는 전병욱이 워낙 유명했다. 김명진 목사는 몇 년 전부터 떠오르는 별처럼 소개됐다. 학교 다닐 때 함께 농구도 하고 가깝게 지냈지만, 그에게 이런 면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 목사는 "김 목사가 괜찮은 사람이었던 건 맞다. 함께 농구도 하고, 과거 교회에도 한번 초청하는 등 나름대로 가깝게 지냈다. 그렇지만 30년 전 이야기가 지금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나. 현재 벌어진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동기회 이름으로 이런 성명을 낼 수 있나"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84회 동기회장 이동호 목사에게 성명을 발표한 이유를 물었다. "동기 전체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 맞나", "김명진 목사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나" 등을 물었으나 이 목사는 답을 피했다. 그는 13일 저녁 통화에서 "이 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었다. 총회장님이 노회에 조사하라고 성명을 낸 상황이라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총신 84회 동창회와 달리 예장합동은
총신 84회 동창회와 달리 예장합동은 "하루속히 진상이 규명되고 적법하게 처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질책을 달게 받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예장합동 홈페이지 갈무리

84회 동창회와 달리 소속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은 자세를 낮추고 있다. 김종준 총회장은 5월 7일 "언론 보도가 일부 과장된 면도 없지 않다"면서도 "사회적으로 큰 물의가 되고 있는 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성명을 교단 홈페이지와 교단지 <기독신문>에 발표했다.

김종준 총회장은 "하루속히 진상이 규명되고 적법하게 처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교단이 교회의 거룩성과 신뢰를 회복하고, 나눔, 평화, 통일에 기여하는 공교단으로 다시 세워지도록 지속적인 기도와 질책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명진 목사가 소속한 평양노회(황석산 노회장)에는 조속한 사실 확인 및 처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평양노회는 다음 주 중 임시노회를 열고, 김명진 목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노회 관계자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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