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는 2017년 10월 정기회를 기점으로 파행을 겪었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어 갈등했다. 같은 해 12월 명성교회는 노회에 2억 원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노회 임원들과 법리부서 관계자들은 명성교회 지원금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는 2017년 10월 정기회를 기점으로 파행을 겪었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어 갈등했다. 같은 해 12월 명성교회는 노회에 2억 원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노회 임원들과 법리부서 관계자들은 명성교회 지원금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로 노회 내홍이 한창이던 2017년 12월경.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동남노회는 명성교회에 2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자립 교회 70곳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명성교회는 5일 만에 노회 통장으로 2억 원을 보냈다. 노회 교회동반성장위원회는 시찰회를 통해 지원금 신청을 받았다.

당시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반대하는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원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노회가 둘로 갈린 상황에서, 지원금을 받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파행이 끝나고 안정을 되찾은 다음 절차를 밟아 지급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김수원 목사 대신 노회장 자리에 오른 최관섭 목사와 교회동반성장위원회 서기 김성곤 목사는 지원금 지급을 그대로 추진했다. 노회 안에서 말이 많았지만, 흐지부지 넘어갔다.

예장통합 104회 총회 수습안에 따라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이 되고 나서야, 명성교회 지원금과 관련한 실체가 드러났다. 지원금을 수령한 사람 중에는 당시 명성교회 편을 들어 준 노회 임원들과 법리부서 목사들도 포함돼 있었다. 현 서울동남노회 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노회장·서기·회록서기와 기소위원장, 기소위 서기, 재판국 서기, 재판국원도 지원금을 받았다. 이들은 각각 300~400만 원을 받았다. 노회 임원회는 조사 보고서를 4월 20일 노회원들에게 배포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비대위 측은, 명성교회가 돈으로 노회 중직자와 법리부서를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한 목사는 4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원금으로 어려운 교회들을 돕겠다고 하더니, 본인들이 돈을 챙긴 셈이다. 명성교회 문제로 노회가 둘로 갈려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들과 법리부서 소속 목사들이 명성교회 돈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명성교회 지원금은 교회동반성장위원회 서기 김성곤 목사가 관리했다. 신청한 교회에 계좌로 입금해 주거나 현금으로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김 목사가 현금 1700만 원을 따로 인출한 기록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해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회 임원, 법리부서 관계자들도 지원금 수령
"뇌물 아닌데 문제 삼아서 불쾌해,
노회에서 명성교회 도움 안 받은 교회 있나
도움 주고 뺨 맞는 격"
서울동남노회 현 임원회는 명성교회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목사들을 폭로했다. 김수원 노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서울동남노회 현 임원회는 명성교회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목사들을 폭로했다. 김수원 노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서울동남노회 전 임원들과 법리부서 관계자들은 명성교회 지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자신들 또한 형편이 어려워 지원금을 신청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300만 원을 받은 최관섭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시찰장이 전화해서 지원하라고 했는데 거절했다. 직후 우리 교회 전도사 출신 러시아 선교사가 금전 도움을 요청해 왔고, 어쩔 수 없이 신청한 것이다. 전도사가 죽겠다고 해서, 받은 300만 원을 보내 줬다. 근거 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명성교회 세습을 옹호해 온 최 목사는 대가성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명성교회가 순수한 차원에서 어려운 교회를 도운 것이다. 반대편에서 보면 뇌물로 보일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반대쪽(비대위)에서도 받은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회록서기였던 김경섭 목사도 "그때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300만 원) 받았다. 부정한 돈도 아니고 뇌물도 아닌데 이걸 왜 (비대위가)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사람 매도하는 거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지원금을 받은 직후 노회 재판국원이 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400만 원을 받은 기공서 목사는 "우리 교회도 미자립이고, 형편이 어려워서 신청한 건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남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 지금까지 명성교회로부터 받은 건 아무것도 없다.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재판국원이 된 건 아무도 안 맡으려다 보니 내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금 300만 원을 받은 또 다른 재판국원 이성혁 목사는 "우리 노회에서 명성교회 도움 안 받은 교회 어디 있는가. 전체 노회 상회비의 60%를 차지한다. 자기가 받을 때는 괜찮고, 남이 받은 건 문제가 있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수원 목사와 비대위 목사들을 기소했던 전 기소위원장 신근영 목사도 지원금을 받았다. 그는 "할 이야기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기소위원회 서기를 지낸 조규희 목사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두 목사는 각각 300만 원을 받았다.

당시 시찰장을 지낸 원종옥·김성연·김성철 목사도 명성교회 지원금을 받았다. 이들도 역시 "교회가 어려워 신청해서 받았다. 이걸 문제화하는 게 문제다", "마침 거리의 성탄 예배를 드리는데 예산이 부족해 받았다", "어려운 교회 돕는 게 뭐가 잘못인가"라고 말했다.

명성교회 지원금을 직접 나눠 준 김성곤 목사는 "도움을 주고 뺨을 맞는 격이다"며 불쾌해했다. 김 목사는 "노회 임원이든 누구든 어려울 수 있는 건데, 지원금을 받았다고 문제 삼으면 안 된다. 또 명성교회가 어려운 교회 도와주는 게 한두 번인가. 지금도 내가 속한 지역 연합회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왜 이건 문제 안 삼느냐"고 말했다.

현금으로 인출한 1700만 원도 해명했다. 김 목사는 "현금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정이 있었다. 당사자들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데 내가 까면 되겠는가. 비대위 측에도 도움받은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가 지원금을 보낸 타이밍에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 난방비와 월세를 내야 하고, 성탄절 행사도 해야 하는데 시기가 중요하느냐"면서 "선한 일을 하자고 한 거다. 너무 매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습 문제로 노회가 파행한 상태에서 미자립 교회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노회 소속 교회들에 돈을 지원한 것이 적절했는지 묻는 말에, 명성교회 측은 "우리도 자체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아직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공동대표 김동호 백종국 오세택)는 4월 28일 성명을 내 "어떤 변명과 회유로도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반연은 "예장통합과 서울동남노회는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통해 이익을 취한 자들을 색출하고, 부당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시는 돈에 휘둘리지 않는 총회와 노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비리와 유착 관계로 얼룩진 명성교회 불법 세습이 얼마나 유치하고 부정한 것인지를 알아 정의롭게 바로잡는 일이 필요하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동남노회비대위는 명성교회가 돈으로 노회를 회유해 왔다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서울동남노회비대위는 명성교회가 돈으로 노회를 회유해 왔다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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