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내홍을 빚어 온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가 분립 절차를 밟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내홍을 빚어 온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가 분립 절차를 밟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김수원 노회장)가 분립 절차를 밟고 있다. 노회원들은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둘러싸고 2년 넘게 극심한 갈등을 빚어 왔다. 결국 더는 같이 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노회 분립을 청원했다.

서울동남노회는 2017년 10월 가을 정기회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친명성 측은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반려한 당시 부노회장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를 막았다. 교단 헌법에 적혀 있는 세습금지법을 무시한 채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를 청빙할 수 있게 했다. 반명성 측은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려 법적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동남노회는 사고노회로 지정되기도 했다.

법적 다툼에서 비대위가 모두 이기고,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재판도 재심 끝에 무효 판결이 나왔다. 명성교회 세습을 지지하는 자들에게 정당성이 없는데도, 예장통합 104회 총회가 수습안을 통과시키며 엉망이 됐다. 반명성 측 김수원 목사를 서울동남노회장으로 추대하되, 2021년 1월 이후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를 물려받을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거수투표로 수습안을 통과시킨 총대들은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 모두 살리는 결정을 내렸다며 자축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동남노회는 분열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쳐 온 양측이 반목을 해소하지 못했다. 반명성 측 한 목사는 4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회 임원회는 반명성 4인, 친명성 4인으로 구성돼 있다. 다른 문제는 괜찮은데 명성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으르렁댄다. 이 문제로 거듭 싸우다 보니 같이 있기 힘들다. 2년 넘게 싸우면서 피로감이 쌓였고, 더는 싸우지 않기 위해 '이혼'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노회 안에서 해야 할 일은 다했다고 본다. 재판도 이겼는데, 결국 이렇게 되지 않았나. 어쨌든 이 문제는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는 6개 시찰회로 구성돼 있는데, 모든 시찰회가 노회 분립을 청원한 상황이다. 친명성 측도 내심 분립을 바라고 있다. 친명성 측 한 목사는 "이제는 헤어져서 편하게 지내자는 거다, 싸우지 말고. 서로 잘 마무리하려는 차원에서 분립 청원을 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문제는 사실상 끝이 났다고도 했다. 그는 "명성 건은 더 이야기할 게 없다. (104회 수습안을) 뒤집으려면 총대 2/3가 결의해 줘야 한다.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명성교회 건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동남노회 문제에 관여해 온 총회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 위원장 채영남 목사(본향교회)는 노회 분립은 자신들과 관계없다며 선을 그었다. 채 목사는 "본인들이 불편해서 분립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손댈 이유가 있는가. 같이 못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총회가) 합의 조정까지 해 줬으면, 알아서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이 문제에 깊이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당사자인 명성교회 측은 말을 아꼈다. 교회 한 장로는 "우리 명성은 분립과 관련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 늘 그래 왔듯이 엎드려 기도할 뿐이다"면서 "다만 노회원이 견원지간처럼 으르렁대고 한국교회에 본이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갈라서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는 5월 12일 미래를사는교회(임은빈 목사)에서 봄 정기회를 열고 분립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장신대 학생들이 미스바광장에서 목회 세습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학춘추
장신대 학생들이 미스바광장에서 목회 세습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학춘추

한편,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반대해 온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생들은 104회 총회 수습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4월 24일 열었다. 학생들은 "104회 결의안은 거짓 평안을 위한 미봉책이다. 교단 헌법의 법적 구속력과 권위가 무너졌다"며 "노회 청원은 세습을 막아 낼 유일한 기회다. 노회별로 104회기 수습안 무효안을 청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예장통합 총 68개 노회 중 6개는 이미 지난 가을 정기회에서 총회 수습안을 무효로 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로 했다. 봄 정기회는 보통 3~4월 중 열리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노회들은 4월 말 들어서야 속속 회의를 열고 있다.

수습전권위원장 채영남 목사가 소속한 광주동노회(이성기 노회장)는 4월 21일 정기회를 열어 104회 총회 수습안 무효 청원 안건을 다뤘지만, 노회원들 반대에 부딪혔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한 노회원은, 총회 결의보다 헌법(세습금지법)이 위에 있다며 수습안을 원천 무효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총회가 모든 헌법과 규칙을 생략하고 결의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표결 결과, 총회 수습안 무효 청원 안건은 찬성 57표, 반대 108표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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