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광주광역시 대형 교회 중 하나인 광주성안교회(김재영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소속으로 올해 36주년을 맞았다. 김재영 목사가 개척해 지금까지 시무하면서 큰 교회로 성장했다. 출석 교인은 1700명에 이른다.

광주성안교회는 교회 성장과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분립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 '높은뜻' 계열 교회와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 등이 취한 방식을 모델로 삼았다. 광주성안교회는 올해 2월 공동의회를 열어 분립하기로 했고, 예배당 부지도 계약을 완료했다. 늦어도 올해 12월까지는 분립할 계획이다.

김재영 목사가 위원장을 맡은 분립개척추진위원회는 개척하는 교회 이름을 '새성안교회'로 정했다. 은퇴를 2년 앞둔 김재영 목사가 새 교회 협력목사로 가고, 교인 300명도 떼어 주기로 했다. 당회를 구성하기 위해 시무장로 3인도 참여한다. 자원하는 장로가 없으면 제비뽑기로 정하기로 했다.

겉보기에는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회 안에서는 여러 말이 돌았다. 분립에 적잖은 비용이 드는 데다가, 새 교회 담임을 김재영 목사 아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김재영 목사 아들 김 아무개 목사는 지금도 광주성안교회 맞은편 건물에서 목회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는 '변칙 세습' 논란이 일었고, 이를 반대하는 일부 교인은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광주성안교회는 빚을 내 새성안교회 분립 개척 자금으로 30억 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김재영 목사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10억 원을 추가로 줬다. 분립개척추진위는 새성안교회 예배당 부지를 매입하는 데 32억 원을 썼고, 나머지 건축비는 교인들 헌금과 은행 대출로 충당하기로 했다.

광주성안교회가 분립 개척을 추진한다. 새 교회는 김재영 목사의 아들이 담임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광주성안교회가 분립 개척을 추진한다. 새 교회는 김재영 목사의 아들이 담임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광주성안교회가 분립 개척한다는 이야기는 지역 안에서도 유명하다. 하지만 광주 지역 예장통합 교단 소속 목사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사는 "말이 분립 개척이지 결국 자기 아들에게 교회 물려주는 게 아닌가. 소망교회 곽선희 원로목사가 했던 방식과 똑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사는 "김재영 목사가 아들을 끔찍하게 생각한다. 세습금지법 때문에 세습을 못 하니까 편법을 써 가며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성안교회 측은 분립 개척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교회 한 장로는 4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큰 교회는 후임 목사가 오면 원로목사와 갈등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 (김재영) 목사님은 원로를 마다하고 분립 개척 교회로 나가신다.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 분립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안에서 반대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부목사한테는 분립 개척 안 해 주고, 왜 목사님 자녀만 해 주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 목사님은 2층 상가로 시작해 고생해 가면서 36년간 교회를 일궜다. 재적은 5000명이나 된다. 작년에 부총회장 출마도 안 하고 양보하기까지 했다. (부총회장 선거에) 나가면 몇 억 깨지는 건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목사님은 퇴직금 10억 원을 헌금으로 내놓으셨다. 교회를 옮기면 더 이상 페이도 받지 않기로 했다. 교회가 지원한 30억 원도 그렇고, 목사님 개인이 가져가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일부 성도는 목사님 개인이 돈을 가져가는 줄 알고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축제를 준비 중인데, 몇몇 사람이 세습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폄훼한다고 비난했다. "목사님 자제분은 경찰대와 로스쿨을 나온 훌륭한 분이다. 몸이 안 좋아 포기하고 목회하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 매달리면 잘될 것이니 나쁘게 폄훼하지 말아 달라. 분립 개척한 사례를 보면 잘못된 사례가 없더라. 아마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추진위원장이자 당사자인 김재영 목사는 말을 아꼈다. 김 목사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추진 중이라서 (입장을)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어느 정도 교회가 지어졌거나, 분립 몇 달 전에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칙 세습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그런 부분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거다. 변칙 세습은 아니다. 내가 나가서 같이 개척하지 않나. 좋은 쪽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개척하는 심정으로 나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새성안교회는 현재 김 목사 아들이 시무하고 있는 교회에서 4월 26일 설립 예배를 열 예정이다.

변칙 세습을 반대하는 일부 교인은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김재영 목사는 자신이 직접 개척해 나가기 때문에 변칙 세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변칙 세습을 반대하는 일부 교인은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김재영 목사는 자신이 직접 개척해 나가기 때문에 변칙 세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예장통합 소속 김정태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는 광주성안교회 사례가 전형적인 변칙 세습이라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교단 분위기상 아들을 세울 수 없으니까 곽선희 목사처럼 하려는 거다. 아웃소싱을 빙자한 세습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존에 있던 광주성안교회 교인들도 새 교회에 흡수되지 않겠나. 세습금지법을 피해 가기 위한 꼼수다"고 말했다.

만일 분립 개척이 주목적이었다면 기존 교회가 무리한 빚도 떠안지 않았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30억이 어디서 나왔나. 빚내서 지원해 준 것 아닌가. 나중에 광주성안교회에 후임이 왔을 때 부담되지 않겠나. 제대로 된 분립 개척이라면 원교회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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