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국에 급속도로 확산한 지 두 달. 감염병은 교회 모습도 많이 바꾸었습니다. 많은 교회가 온라인 및 가정 예배를 시행하고 있고, 현장 예배를 재개한 곳에서도 이전과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현대인들은 이런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까지 말합니다. <뉴스앤조이>는 감염병 시대 한국교회가 역량을 쏟아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조명하고자 '코로나19, 예배에서 소외된 사람들'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특히 예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노인들 △발달장애인들에게 주목했습니다. - 편집자 주

 

"코로나19 때문에 집 밖으로 못 나가고 있어서 답답해요. 주일예배도 온라인으로 드린 지 벌써 9주나 됐는데, 밖에 나가 활동하고 싶어요." - 김다원 양(가명·중1)
"하루 종일 TV와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 보내고 있어요.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심심하고요. 매주 예배하는데 화면이 끊길 때가 있어서 집중이 잘 안 돼요." - 이화랑 군(가명·초4)
"코로나19가 끝나면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예배드리고 싶어요. 가장 하고 싶은 건, 교회 친구들과 야외로 놀러가는 거요." - 최희정 양(가명·초5)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어린이 사역자 임정혁 목사(하울교회)에게 부탁해 인터뷰한 하울교회 아이들은 집에 갇힌 채 예배당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교회학교 풍경은 싹 바뀌었다. 매주 예배당에서 떠들썩하게 뛰어다니던 아이들 모습은 볼 수 없다.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 앞에 앉아 화면을 보며 예배한다.

많은 교회가 급작스럽게 현장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면서, 초반에는 아이들 예배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대부분 교회가 미리 영상을 녹화해 일요일 예배 시간에 맞춰 송출하거나, 실시간으로 예배를 중계했다. 아이들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루한(?) 어른 예배에 참석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 예배를 따로 준비하는 교회도 생겨났지만, 역시 온라인 예배라는 한계가 있다. 전남 순천에서 사역하는 ㅂ 목사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전환하니 참석률이 현장 예배의 1/5 수준(20명)으로 급감했다. 온라인 예배는 정적이다 보니까 아이들 참여율과 집중도가 낮다. 어떻게 예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우리 교회는 지역에서 규모가 돼서 온라인 예배라도 드리고 있다. 교회학교가 소규모에 이르는 곳은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교회학교도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하울교회 임정혁 목사의 자녀가 온라인 예배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다수의 교회학교도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하울교회 임정혁 목사의 자녀가 온라인 예배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작은 교회와 큰 교회 차이 확연
아이들 예배 제작할 여력 없는 교회
총회나 큰 교회서 만드는 영상 링크
비신자 가정 아이들은 '방치' 수준

ㅂ 목사 말대로 코로나19 상황에서 교회학교 예배에 대한 대처는 교회 규모에 따라 확연히 갈렸다. 작은 교회는 기본적으로 아이들 예배를 따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터진 후 아예 교회학교를 멈춘 곳도 있다.

어른 100여 명, 아이들 20명이 다니는 대전의 한 교회는 어른들을 위한 온라인 예배만 진행하고 있다. 이 교회 부목사는 "아이들 수가 적은 것도 있고, 대부분 부모와 함께 교회를 다니고 있다 보니 따로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아이들에게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매주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목회하는 ㅈ 목사도 교회학교를 아예 중단했다. 코로나19 전에는 일요일 오후 2시 교회학교 예배를 진행했고 평균 10여 명이 모였다. ㅈ 목사는 "지금 어른들은 방역 규칙을 따라 현장 예배를 드리고 있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지금까지 교회학교는 열지 않고 있다. 밴드로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회는 여력이 안 돼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일부 교회는 여력이 안 돼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부모나 보호자와 함께 신앙생활하는 아이는 그나마 낫다. 아이들을 위한 예배가 없어도, 어른들과 함께 예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나 보호자가 교회에 다니지 않는 경우, 홀로 신앙생활을 이어 갈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다.

광주에서 목회하는 ㅅ 목사는 "교회에 이주민 가정 자녀가 한 명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돌보기가 어렵다. 만나서 안부를 묻고 싶어도 아이 부모가 부담스러워한다. 예배 영상 링크를 보내 주고 확인했는지 묻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충주에서 목회하는 ㅊ 목사도 "한 부모 가정 아이가 있는데 교회에 못 나오고 있다. 전화 심방 정도만 하고 있다. 방치에 가깝다"고 말했다.

안양에서 사역하는 ㄱ 전도사는, 교회학교에 아이들 10명이 있는데 주로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이라고 했다. 그는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은 큰데, 교회 다니지 않는 부모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가뜩이나 신천지 문제로 교회 이미지도 안 좋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연락만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교역자가 없거나 담임목사가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작은 교회들은 주로 교단이나 큰 교회에서 제작한 영상이나 자료를 아이들에게 보내는 정도로 이 시기를 지내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김태영 총회장)은 유튜브에 공과책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고 있고, 기독교대한감리회(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는 매주 '교회학교를 위한 온라인 예배' 영상을 올린다. 한국기독교장로회(육순종 총회장)는 소속 개교회에서 제작해 만든 영상들을 업로드하고 있다. 충주 ㅊ 목사는 "내용이 아쉽긴 해도 아무것도 못하는 작은 교회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요 교단은 유튜브를 통해 영상과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유튜브 영상 갈무리
주요 교단은 유튜브를 통해 영상과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반면, 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대형 교회는 자체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오히려 일이 늘었다.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교회학교 예배에 잘 대처했다. 두 교회는 부서별로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다. 부교역자들이 직접 영상을 제작·편집한다. 그뿐 아니라 부모 및 아이들과 자주 소통하며 아이들 안부를 묻는다.

만나교회 한 목사는 "그동안 부모님들이 따로 예배하니까 아이들이 무슨 설교를 듣는지 모르고 있었다. 교역자들의 설교와 예배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 좋아하시더라. 매주 전화 심방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안장로교회 교육 담당 목사는 "아이가 부모와 함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반응이 좋다. 교역자들은 평소보다 하루 이틀 더 나와 촬영하고 편집 업무까지 하고 있다. 코로나19 전보다 힘은 더 들지만, 그만큼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고군분투하는 어린이·청소년 사역자들
화상 예배에 드라이브 스루 심방까지
"전인교육 안 되는 한계 존재하지만
난국에 조금이라도 더 다음 세대 챙겨야"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전문 사역자들은 어떻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하늘샘교회 전웅제 목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다가, 지난 주일부터 '화상 예배'로 전환했다. 화상 예배도 온라인 예배 형태의 하나지만, 예배에 참여하는 사람들 얼굴을 볼 수 있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전 목사는 아이들의 예배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채팅을 유도하고 선물을 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전웅제 목사는 '드라이브 스루' 심방도 하고 있다.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음료수와 간식 등을 전해 준다. 전 목사는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건 하고, 오프라인도 병행해야 한다. '우리가 널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다. 이런 노력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사역을 전문으로 하는 하울교회 임정혁 목사도 아이들과의 스킨십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상 예배를 마친 후에는 직접 전화를 걸어 예배가 어땠는지 피드백을 구한다. 늘 부족한 재정이지만 조금이라도 수입이 생기면 아이들 간식부터 챙긴다. 4월 19일 일요일 예배를 마친 후에는 식빵과 잼을 구매해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고군분투하지만 분명 한계는 존재한다. 신앙의 기초를 쌓아 가는 교회학교는 예배 자체보다는 활동과 관계 중심으로 굴러간다. 교역자·교사·친구들과 함께 놀고먹고 교제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앙과 교회 공동체를 알아 가는 것이다.

전웅제 목사는 화상 예배, 드라이브 스루 심방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웅제 목사는 화상 예배, 드라이브 스루 심방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웅제 목사는 "예배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은 특별 활동을 하고 교회 안에서 먹고 놀면서 신앙생활 기초를 다진다. 그런데 코로나 탓에 이게 안 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온라인 프로그램도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임정혁 목사도 온라인 예배에 최선을 다하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며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임 목사는 "코로나 전에는 아이들이 오후 5시까지 교회에 있다가 갔다. 하루 평균 2~3끼를 먹이고 같이 뛰어놀았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30분 정도만 교제한다. 신앙 교육은 전인교육이기도 한데, 지금 이게 안 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인 것 같다고 했다. 임 목사는 "일단 뛰어놀지 못하니까 확실히 여파가 크다. 집에만 있으니까 너무 답답해한다. 어른들은 그래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일상생활은 하지 않나. 내가 볼 때 제일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고 말했다.

두 사역자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다음 세대 사역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제 목사는 "지금도 많은 아이가 교회에 나오고 싶어 한다. 드라이브 스루로 잠깐이라도 만나거나 멀리 떨어져서 대화해도 정말 좋아한다. 한국교회의 다음 세대가 위기라고 하지 않나. 난국인 상황에서 교회가 아이들을 챙기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큰 교회만 바라볼 게 아니라 개교회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단이나 대형 교회에서 보내 주는 영상과 자료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전 목사는 "그런 자료들은 무난하지만 참신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예측하건대 코로나19가 끝나도 영상 예배는 계속되리라 본다. 지금이라도 자기 교회 정체성에 맞는 영상을 제작해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혁 목사는 "대형 교회들의 대처 능력과 전문성은 인정한다. 만나교회 영상 예배 연출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잘하는 건 잘한다고 인정하고 손뼉 쳐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생각해 볼 지점도 있다고 했다. '주님의 몸'으로 불리는 공교회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양극화됐다는 것이다.

임 목사는 "코로나19 이후로 교회 양극화는 거세질 것이다. 작은 교회는 지금보다 더 힘이 들 수도 있다. 큰 교회를 비난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기보다 발전을 도모하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금이 작은 교회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총회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자본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재교육을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정혁 목사는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임정혁 목사는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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