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기독교 최대 명절인 부활절이 4월에 있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참 애석한 일이다. 악에 대한 궁극적 승리를 기념하며 환희에 차야 할 부활절이 현대사의 여러 비극적 사건들 사이에 놓이게 되었으니 말이다. 6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로 부활절은 그리스도인들을 더욱 난처하게 한다.

크리스천들은 예수의 부활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복음의 정수이며 죄인 된 우리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여러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예수의 부활은 어떤 의미일까. 국가나 대기업 같은 거대 권력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부활절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부활절은 결국 우리끼리 숨죽여 즐거워해야 하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 고난주간과 성금요일, 부활절을 지나며 경건을 도모하는 이때, 자기 내면뿐 아니라 주변의 고통당하는 이웃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신자들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믿고 있는 것처럼.

6주기에도 외치는 '진상 규명'
"불안한 검찰 특수단
대통령이 나서 달라"
유가족과 시민들은 매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피켓을 든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유가족과 시민들은 매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피켓을 든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지금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는 매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세월호 피켓 시위가 열린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매일 돌아가며 시위를 한다. 세월호 희생자 임경빈 군 엄마 전인숙 씨는 매일 자리를 지킨다. 바라는 건 6년간 오직 하나였다. 참사의 모든 의혹이 풀리고 진상이 밝혀지는 것이다.

현재 세월호 참사는 검찰 특별수사단에서 조사하고 있다. 특수단은 작년 11월 출범 당시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경 지휘부 11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전인숙 씨는 4월 8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특수단이 스스로 말한 대로 모든 의혹을 밝혀 주기를 바라지만, 검찰이 그동안 보여 준 모습을 보면 유가족이나 국민들이나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 달라"고 말했다.

매해 4월 16일이 다가오면 여러 집회와 행사가 계획됐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이 대규모로 함께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16일 열리는 '기억식'도 세월호 가족들 위주로 모여 치르고, 온라인으로 중계하기로 했다. 11일 토요일에는 '진실을 향해 달리는 노란 차량 행진'을 진행한다. 오전 11시 안산에서 출발해 광화문-청와대, 검찰청-청와대를 지나며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할 계획이다. 시민들은 1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진상 규명 촉구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세월호 6주기 행사들)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 4·16합창단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300쪽 / 1만 7500원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 4·16합창단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300쪽 / 1만 7500원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은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문학동네)이라는 책을 4월 8일 출간했다. 그간 4·16합창단이 불러 온 노래 10곡에 대한 이야기와 세월호 가족들이 자녀들에게 쓴 짧은 손편지, 노래로 연대했던 여러 현장 이야기, 김훈·김애란 작가 등이 쓴 에세이 등이 담겼다. 책과 함께 들어 있는 CD에는 4·16합창단이 직접 부른 노래 11곡이 수록돼 있다.

"'어느 별이 되었을까'라는 노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의 떨림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포들이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휘젓고 다니던 말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만나 노래가 되었을 때, 만나지 못하게 된 우리 아이와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첫 만남의 감동은 빛이 바래지 않았고 '어느 별이 되었을까'를 부를 때마다 아이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느낌으로 부릅니다. - 이창현(2학년 5반) 어머니 최순화" (36쪽)

3년간 가족 생사도 확인 못 해
"아직도 주황색은 뭐냐고 묻는다"
세월호 유가족 전인숙 씨(왼쪽)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 이영문 씨가 나란히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 유가족 전인숙 씨(왼쪽)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 이영문 씨가 나란히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 한복판에서 갑자기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역시 아직까지 침몰 원인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정부에 2차 심해 수색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작년 2월 어렵게 1차 심해 수색을 진행했는데, 건져 온 블랙박스는 파손되어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 또 실종자의 유해를 발견하고서도 수색 업체와 정부는 계약 사항에 없다는 이유로 수습하지 않았다.

침몰 원인을 파악하고 유해를 수습하려면 다시 심해 수색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작년 말 2020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2차 심해 수색을 위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2차 심해 수색을 위한 예비비를 편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족들은 월·수·금요일에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화·목요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1인 피켓 시위를 벌인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이등항해사 허재용 씨 어머니 이영문 씨는 4월 8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얼마 전 3월 31일이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3주기가 되는 날이었지만, 코로나19로 집회를 열지 못했다. 이 씨는 "지금도 '스텔라데이지호가 뭐냐', '주황색은 무슨 의미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아직도 사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속상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물어 주는 사람이 고맙다"고 말했다.

1인 시위를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최근에는 선거가 가까워지자 극우 세력의 횡포가 더 심해졌다. 이영문 씨는 "얼마 전 광화문에서 1인 시위할 때, 어떤 유튜버가 와서 난리를 피웠다. 내 피켓을 촬영하면서 '여기 세월호 항해사 어머니가 있다'고 하더라. 내가 '세월호가 아니라 스텔라데이지호라고 써 있지 않나. 세월호 항해사들은 살아 나왔는데 왜 시위를 하겠나'라고 따졌다. 나에게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면서 '돈 때문에 그러는 거면 이거 먹고 떨어져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 사람이 있다
300일 넘긴 고공 농성
김용희 씨가 있는 강남역 사거리 CCTV 철탑. 뉴스앤조이 구권효
김용희 씨가 있는 강남역 사거리 CCTV 철탑. 뉴스앤조이 구권효

강남역 사거리 한복판 높이 25m CCTV 철탑 위에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가 있다. 사람 한 명이 제대로 허리를 펴고 누울 수도 없는 곳에서 그는 305일(4월 9일 기준)을 맞았다. 4월 5일부터는 다시 단식을 시작해 건강이 매우 걱정되는 상황이다. 김 씨는 삼성의 사과와 무노조 경영 포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희 씨는 3월 말,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우려가 확산하자 이내 "심려 끼쳐 죄송하다. 코로나19 속에 매장돼 버린 현실을 끝장내고 싶었다. 끝까지 생명 줄 놓지 않겠다"고 했다. 4월 8일 농성장에서 만난 한 활동가는 "하루도 지낼 수 없는 곳에 300일 이상 있었으니, 수시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해고노동자김용희고공농성공동대책위원회는 동조 단식 및 한 끼 후원 릴레이, 지역 현수막 달기, 온라인에서 '#김용희가_위험하다', '#내가_김용희다', '#삼성은_응답하라' 등 해시태그 및 인증샷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번 단식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향하고 있다. 김용희 씨는 8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준법감시위가 3월 11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한 달 안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사과를 하라고 권고했다. 내일 모레면 한 달이 되는데, 삼성에서는 이렇다 저렇다 한마디 언급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준법감시위는, 삼성 측이 코로나19 때문에 논의 일정에 차질이 있었다며 한 달 기간 연장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용희 씨는 "나 역시 준법감시위 활동이 탐탁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 감형에 들러리 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삼성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삼성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는 지금 모든 공을 삼성에 넘겼다. 이런 개집만도 못한 곳에서 300일 넘게 버텼으니, 나 자신에게도 충분히 했다고 본다. 내 목숨은 삼성 측에 넘겼다"고 말했다.

김용희 씨는 자신뿐 아니라 삼성과 투쟁하는 다른 사람들도 우려했다. "지금 가장 염려스러운 게, 서초동 삼성생명 본사에서 점거 농성하고 있는 암 환자들이다. 그들은 3개월간 하루 밥 한 끼 먹으면서 사무실 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다. 치료받아야 할 사람들이 거기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농성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이건 기업 윤리를 떠나서 인권 문제다. 내 싸움도 내 싸움이지만 삼성생명 암 환자도 일단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비무장 평화의 섬 꿈꾼
평화 활동가 송강호 구속되다
송강호 박사가 해군기지 앞에서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 강정평화네트워크
송강호 박사가 해군기지 앞에서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 강정평화네트워크

"민간인 두 명이 3월 7일,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을 끊고 침입했다가 발각됐다." 해군 측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강정마을 해군기지 '민간인 침입'에 대한 언론 기사는 사건의 맥락과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민간인들이 군부대 철조망을 끊고 들어간 이유가 무엇인지, 그들이 들어가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해군기지가 들어선 제주 강정마을에는 여전히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산다. 2011년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해군기지가 완공되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 아침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활동가들이 100배를 올린다. 이외에도 제주도를 비무장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운동들을 지속하고 있다. 평화 활동가 송강호 박사는 언젠가 해군기지를 폐쇄하고 그곳에 평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꿈을 제시해 왔다.

해군기지가 들어선 자리에 있었던 '구럼비바위'는 강정마을의 심장과 같은 곳이었다. 송강호 박사는 2011년 3월부터 이듬해 3월 7일 해군이 이 바위를 폭파할 때까지도, 매일 아침 구럼비바위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해군이 공사를 이유로 장벽과 철조망을 쳐도 바다를 헤엄쳐 들어가 구럼비바위에서 기도했다. 송 박사는 구럼비 발파 8주기를 맞아, 해군기지 내 일부 남겨진 구럼비바위에서 기도하게 해 달라고 수차례 해군 측에 사전 협조를 구했다. 해군은 모두 거부했다.

결국 송강호 박사와 활동가 한 명은 3월 7일 철조망을 끊고 구럼비바위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1시간 동안 기도와 명상을 하다가 정문으로 걸어 나왔다. 나오던 중 병사들과 마주쳤고, 부대는 발칵 뒤집혔다. '외부 침입'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대장이 보직 해임되는 등 문책이 잇따랐다. 해군은 송강호 박사와 활동가를 고소했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 박사만 3월 30일 구속됐다.

활동가들은 구속이 부당하다고 맞섰다. 법원은 송 박사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송 박사는 이미 강정마을로 적을 옮겨 살고 있고 감춰야 할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송 박사도 구속 전 "(해군에 사전 문의했을 때) 들어갈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협력해 보자는, 시민에 대한 예우를 갖춰 답변해 줬다면 철조망을 훼손하면서까지 구럼비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며 "(구속을 통해) 재판도 받기 전에 이미 처벌하려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속된 송강호 박사는 현재 제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코로나19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면회도 할 수 없다. 강정평화네트워크는 송 박사에게 응원 편지를 보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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