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광주 황○영  목사는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교회에서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켰다. 황 목사 이력을 취재하면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어떤 교회에서도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성 추문에 불륜 문제도 있었지만, 이런 문제들이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다. 담임목사들은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그를 조용히 사임시켰다.

황 목사가 2009년 12월부터 약 1년 반 사역했던 광주 B교회에서는, 그가 청년들을 성추행했다는 구체적인 소문이 돌았다. B교회 강 아무개 장로는 4월 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청년부장이었던 내 아들이 청년들의 피해 사실을 듣고 격노해, 교회 안에서 고성으로 황 목사와 다퉜다. 아들은 담임목사에게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황 목사를 징계해 달라고 했으나, 담임목사는 수수방관했다. 그래서 청년들이 교회를 뛰쳐나갔다. 지금도 아들은 B교회를 멀리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강 장로는 "당회원 대부분이 황 목사의 성추행을 알고 있었다. 피해자 중에는 당회원의 친인척도 있었다. 그런데도 담임목사는 황 목사를 두 달간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방치하다가 그냥 내보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역 당시 전도사와 내연 관계를 맺었던 서울 D교회에서도, 황 목사를 조용히 사임시키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전도사 남편과 가족들은, D교회 담임목사를 여러 차례 찾아 엄정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교회에 제공하고 당회·노회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교회는 황 목사를 사임시키고 사건을 덮었다. 남편과 가족들은 교회 조치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D교회 담임목사는 3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교회 내에서 문제가 비화한 것은 아니었다. 황 목사와 아내가 멀리 떨어져 지내는 상태였고, 전도사도 남편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특수한 상황에서 서로 교감하면서 마음이 통했나 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황 목사를 불러서 야단을 많이 쳤다. 본인도 정신을 잠깐 잃었다고 하더라. 그 이후로 나에게는 고맙다고 연락도 했다. 비화하기 전에 잘 정리해서 마무리했고, 본인도 정신 차리고 떠났다"고 말했다.

A교회 장로들은, 교단 목사들이 동업자 의식으로 황 목사를 봐주고 있다고 했다. 이전에 어느 한 교회에서라도 문제를 공론화했으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A교회 장로들은, 교단 목사들이 동업자 의식으로 황 목사를 봐주고 있다고 했다. 이전에 어느 한 교회에서라도 문제를 공론화했으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황 목사의 전적은 2019년 광주 A교회를 떠나고 나서야 밝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A교회도 처음부터 황 목사 이력을 공론화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A교회 진상조사위원회는 4개월의 활동을 마친 뒤 보고서를 내놨다. 황 목사가 과거 사역했던 교회들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어떻게 이런 일들을 저지르고도 목회를 계속할 수 있었는지를 적었다.

"다른 교회들이 유야무야하면서 문제가 있는 목회자를 내보냈기 때문에 황○영 목사로부터 야기된 문제들은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도저히 목회자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운 자에게 목회의 길을 계속 가게 하는 것은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뿐이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결론부에서 엉뚱한 길로 빠졌다. 황 목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만약 사역을 하고 싶으면 3개월 내에 A교회가 속한 노회 이외의 장소에서 하도록 권유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당회에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보고한 이후 당회의 결정에 따라서 이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A교회에는 무엇보다 황 목사가 교회 인근에 개척한 사실이 문제였던 것이다. 황 목사가 진상조사위 권고를 받아들여 광주를 떠났다면, 그의 전력은 또다시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A교회 황 목사 고소, 노회는 '불기소'
"피의 사실 인정되나 조사 어려워"
노회장은 "둘 다 살려야"
장로들 "폭탄 돌리기 하나"
황 목사 "장로 몇 명이 문제"
A교회가 속한 노회는 황 목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정상을 참작해 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노회는 양측을 중재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A교회가 속한 노회는 황 목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정상을 참작해 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노회는 양측을 중재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황 목사가 진상조사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A교회 인근에서 교회를 계속하자, A교회 당회는 작년 7월 황 목사의 이력서 허위 기재 및 과거 사건 등을 토대로 노회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노회 기소위원회는 황 목사를 불기소했다. 기소위원회는 9월 30일 "위 건은 피의 사실이 인정되나 정상을 참작해 소추를 해야 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A교회에 통보했다.

기소위원장 이 아무개 장로는 3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 (불기소) 사유가 있었다. 우선 A교회 담임목사가 중간에 은퇴해 고소인이 없어졌다. 또 A교회가 다른 교회 사례를 자꾸 얘기하는데, 그럼 그 노회에서 조치하거나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과거 교회 내용을 확인하려면 진상 조사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가 불러도 그들이 안 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황 목사가 고소 사실을 부인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 장로는 "본인이 이력서 작성 문제는 인정했다. 그러나 성 문제나 헌금 문제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우리가 확인하려면 피해자 진술을 받아야 하는데, 그들에게 나오라고 하면 오겠나. 법원에도 잘 안 나오는데 하물며 교회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회장도 난감한 마음을 표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A교회와 황 목사 둘 다 살리는 방향으로 해야 해서 노회도 난처하다. A교회는 황 목사를 처벌하기 원하는데, 지금 재론해서 시벌한다는 게 좀 그렇다. 황 목사를 노회 경계 너머로 원거리로 보내려 했는데 결국 캔슬됐다. 모두에게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A교회 장로들은 노회 처분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장로는 기자에게 "폭탄 돌리기 하는 것 같다. 결국 우리 교회까지 와서 황 목사의 비위가 드러났는데도, 노회는 황 목사를 기소조차 하지 않는다. 같은 학교 출신이고 동료 목회자라고 봐주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 말했다.

황 목사 입장 또한 완강하다. 그는 4월 1일 기자와 만나 "A교회 장로 몇 명이 내 개척을 막기 위해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교단 탈퇴 후 독립 교단으로 소속을 옮기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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