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밥집은 한적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한두 명씩 오는 사람에게 빵이 든 봉투를 나눠 줬다. 뉴스앤조이 곽승연
바하밥집은 한적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한두 명씩 오는 사람에게 빵이 든 봉투를 나눠 줬다. 뉴스앤조이 곽승연

[뉴스앤조이-곽승연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런 불가항력적 재난이 일어나면 가장 힘들어지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예방에 취약할 뿐 아니라, 시민들 마음이 예민해지면서 이들을 향한 구제의 손길도 위축된다.

노숙인이 대표적이다. 노숙인은 거리에 살면서 그대로 재난 환경에 노출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당장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힘들게 됐다. 무료 급식소 중 가장 큰 규모인 다일공동체(최일도 대표)가 2월 21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주간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다른 무료 급식소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매주 화·목·토요일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하던 '바하밥집'(김현일 대표)도 고민에 빠졌다. 지금 상황에서 무료 급식은 확실히 우려되는 일이었다. 평소 간이 테이블을 설치해 배식하는데, 매번 노숙인 100명 정도 줄을 서고 한자리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 이렇게 되면 노숙인들과 바하밥집 활동가들이 감염 환경에 쉽게 노출될 수 있고, 시민사회에서도 염려가 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재난 상황에서 더욱 크게 고통받을 노숙인들을 생각하면, 단순히 배식을 멈추는 것도 능사는 아니었다. 김현일 대표는 2월 25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이분들은 코로나19보다 '배고픔'이 더 무섭다. 당장 밥 한 끼도 못 먹는 이들은 코로나19까지 걱정할 겨를이 없다. 살기 위해서는 '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일 대표는 이 말을 하며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푹 쉬었다.

고민하던 김현일 대표는 배식 방법을 바꿨다. 한적한 곳에 차를 주차해 두고 한두 명씩 오는 사람에게 빵이나 주먹밥처럼 바로 가져갈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바하밥집 활동가들도 위험 부담이 적고 노숙인들도 줄을 서지 않은 채 잠깐 들러 음식만 가지고 떠날 수 있었다. 바하밥집은 2월 초부터 이 같은 '게릴라 배식'을 시작했다.

바하밥집은 25일에도 서울 모처에서 이런 방식으로 배식했다. 빵 3개와 생수 1병을 포장한 봉투 90개를 준비했다. 오후 5시부터 1시간 40분 동안 총 85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날 바하밥집 활동가들은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음식이 담긴 봉투를 나눠 줬다. 노숙인들은 대부분 홀로 배식을 받으러 와서 음식 봉투만 받고 지나갔다. 봉투 하나만 전달하니 줄을 설 일이 없었다.

바하밥집은 2월 25일, 빵 3개와 생수 1병을 포장한 봉투 90개를 준비했다. 뉴스앤조이 곽승연
바하밥집은 2월 25일, 빵 3개와 생수 1병을 포장한 봉투 90개를 준비했다. 뉴스앤조이 곽승연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식 방법을 바꿨는데도, 바하밥집은 종종 민원을 받는다. 주민들은 노숙인들이 주변을 오가는 것 자체를 불안해했다. 코로나19로 많은 국민이 예민한 가운데에서도 배식을 이어 가는 이유를 김현일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19 조심해야 한다. 신천지처럼 민폐도 끼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재난·재해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다. 노숙인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도시에서 '바하밥집에 가면 밥이라도, 빵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문이 닫혀 있으면 얼마나 힘들겠나. 그 마음을 생각하며 계속하고 있다."

바하밥집은 코로나19 예방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들을 위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도 준비하고 있다. 제공해야 하는 물품은 늘었는데, 이번 달은 사람들 마음마저 얼어붙어서인지 후원마저 줄었다. 김현일 대표는 "급식을 할 때는 여기저기서 반찬이나 음식을 많이 기부해 줬다. 요즘은 빵·물·봉투 모두 일일이 구매해 제공하다 보니 훨씬 돈이 많이 든다.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나눠 주려고 하는데,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단가를 맞추기도 까다로워 손 소독제는 에탄올로 직접 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바하밥집은 특별 후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빵과 물을 살 수 있는 돈과 마스크 및 손 소독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후원하기 원하는 사람은 바하밥집 계좌로 송금하거나, 사무실로 물품을 보내면 된다.

※물품 후원(마스크, 손 소독제 등): 서울 성북구 보문로13나길 9, 2층 (우)02873

※일시 후원
1) 기부금 영수증 필요한 경우: 국민 093401-04-198317​ / 예금주: 한빛누리(바하밥집)
2) 기부금 영수증 필요 없는 경우: 국민 093401-04-198010​ / 예금주: 나들목바하밥집

※후원 문의: 이용찬 지원실장 010-2946-5570 / bahame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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