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이은혜 기자] 코로나19가 대구의 풍경을 바꿔 놨다. 평소라면 북적거릴 백화점과 번화가, KTX 고속철도역은 일요일 내내 한산했다. 거리는 사람 한 명 찾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전국 코로나19 확진자는 30명에 불과했는데, 대구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 600명 이상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월 23일 저녁까지 총 6명이 사망하는 등 대구의 불안과 우울이 깊어지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전쟁 통에도 그치지 않았다'는 예배가 줄줄이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감염병 확산 사태는 '신천지'와 맞물려 교회를 더욱 위축시켰다. 목회자들은 "지금 예배를 하고 말고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교회뿐 아니라 지역과 경제, 나라 전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목회자들은 전국적으로 시설을 모두 폐쇄했다는 신천지가 기성 교회로 교인들을 침투시킬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뉴스앤조이>는 2월 23일, 코로나19 확산 후 일요일을 맞은 대구 지역 교회들의 다양한 모습을 취재했다.

"그렇게 당연하던 예배,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깨달아"
유튜브 예배 생중계에 댓글도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 눈물"

대구 대형 교회인 범어교회 예배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본당에는 교역자·직원 등 40여 명만 모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대구 대형 교회인 범어교회 예배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본당에는 교역자·직원 등 40여 명만 모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장영일 목사(범어교회)는 2월 20일, 온라인 예배를 결정했다. 23일 일요일 아침, 범어교회 주 출입구에는 모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유리에는 "교회에서 예배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기자가 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교인 몇 명은 잠갔던 문을 열고 신원을 확인했다.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예배가 시작됐다. 2000석 규모 본당에는 교역자·직원 40여 명만 있었다. 썰렁한 예배당에서, 익숙한 오르간 반주가 흘렀다. 예배는 여느 때처럼 입례송으로 시작했다. 예배 순서 담당자들도, 참석자들도 모두 마스크를 썼다.

범어교회 부교역자와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넓게 퍼져 앉은 상태로 예배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범어교회 부교역자와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넓게 퍼져 앉은 상태로 예배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경희 장로는 "지금껏 너무나 당연하게 예배하던 날인데, 그렇게 당연하던 예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어떤 것도 당연한 게 없음을 고백하게 된다"고 기도했다. 성가대 찬양과 헌금 특송은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송출했다. 헌금은 각자 집에서 모았다가 다음 주 교회에 가져와서 드리거나, 온라인으로 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장영일 목사는 불안해하는 교인들을 위로하고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런 중에도 하나님의 손길을 온전히 의뢰하고 신뢰하는 자가 의인이다. 버티고 견디며 창조주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하여 사는 의인이 되자.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고 말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예배 실황은 4400명이 시청했다. 교인들은 "동영상으로 예배할 수 있어 감사의 눈물이 흐른다", "(교회 역사) 114년간 (집에) 모여서 예배한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예배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범어교회를 비롯해 대부분의 교회가 본당뿐 아니라 식당, 친교실, 중보기도실, 주일학교 소예배실 등 건물 전체를 출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범어교회를 비롯해 대부분의 교회가 본당뿐 아니라 식당, 친교실, 중보기도실, 주일학교 소예배실 등 건물 전체를 출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각자도생하는 작은 교회들
가장 큰 위협은 '신천지'

규모가 큰 교회들이야 각종 영상 장비가 갖춰져 있어, 언제든지 생방송 중계가 가능하다. 그렇지 못한 작은 교회들은 어떻게 주일을 보냈을까.

대구 지하철 3호선 남산역 인근 카페에서, 위드교회 정민철 목사가 예배를 준비했다. 정 목사는 교인이 운영하는 이 카페에서 온라인으로 교인들을 만나기로 했다. 위드교회는 교인 중 의료진이 많고, 신천지대구교회가 지척이라 당분간 온라인으로 예배하기로 했다.

정민철 목사와 함께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 인근에 사는 교인 5명이 카페를 찾았다. 이들은 방송을 시작하기 전, 모든 교인이 잘 들을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했다. 예배 실황은 교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중계됐다. 모두가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유례없는 상황에서 정민철 목사는 미리 준비한 공동 기도문을 읽으며 예배를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 시간 간절히 아버지의 긍휼하심과 선하심을 구합니다. 일상이 멈춰진 이 현실 앞에서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앞으로 어디까지 이 사태가 진행될지 도무지 알 수 없기에 우리의 마음은 불안하고 답답합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고 스스로 높아진 우리의 마음을 겸손케 하여 주시옵소서. 내일은 우리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임을, 오직 오늘 하루만 우리에게 주어졌음을 인정하게 하시고, 오늘 하루 우리에게 주신 은총을 발견하면서 두려움과 공포에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게 하시고 감사하게 하소서."

위드교회 정민철 목사는 스마트폰으로 설교를 생중계했다. 교인들은 교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를 동시에 시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위드교회 정민철 목사는 스마트폰으로 설교를 생중계했다. 교인들은 교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를 동시에 시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위드교회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모든 작은 교회가 온라인으로나마 교인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뉴스앤조이>는 남산역 도보 10분 거리 이내에 있는 여러 교회를 찾아가 봤다. 대부분 작은 교회 예배당은 잠겨 있었고, 그나마 안내문이 붙어 있는 교회도 많지 않았다.

ㅈ교회 주차장은 텅 비었고 내부 불은 다 꺼져 있었다. ㅈ교회 입구에는 "교회는 사회의 법과 규범이 하나님의 법과 극명히 배치되지 않는 한 순종하는 것이 성경에 비추어 합당하다. 교회가 방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 교회에 확진자가 생겼을 경우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심히 가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 ㅈ교회는 성도와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당분간 모든 집회를 가정 집회로 전환함을 알려 드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ㄴ교회 역시 문은 잠겨 있었고 예배당 입구에는 "코로나 사태로 주일예배는 2주간 쉽니다"라는 간단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ㄷ교회에는 "이단 신천지의 불법 유인물 절대 사절"이라는 글만 붙어 있었다. ㅂ교회는 별다른 안내문이 없었고 문은 잠겨 있었다.

남산역 인근 교회들은 모두 안내문을 붙이고 주일예배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남산역 인근 교회들은 모두 안내문을 붙이고 주일예배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통로가 된 후, 한국교회에는 신천지 교인들이 코로나19를 퍼뜨리기 위해 일부러 교회를 찾을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 때문인지 그나마 누군가 있었던 교회 관계자들은 기자가 신천지인지 아닌지부터 물었다.

기자가 ㅁ교회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 있던 교회 관계자는 "오늘은 예배 없다. 혹시 신천지 아니냐"고 물었다. 신분을 밝히고 교회 방문 이유를 설명하자, 그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당회원들만 나와 예배 녹화를 마친 후 편집 작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영상을 오전 11시 교회 홈페이지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 역사상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다. 코로나19 확산도 그렇지만, 신천지가 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더 힘든 상황이 올 것이다. 예배도 중요하지만 교인들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ㅅ교회는 담임목사 혼자 예배당을 지키고 있었다. 평소처럼 양복을 차려입고 나온 그는 기자를 보더니 "혹시 신천지 아니냐"고 물었다. 신분을 밝히고 취재차 왔다고 설명하자, 그는 예배당 안으로 초대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말을 이어 갔다. 그는 "그동안 신천지가 너무 교회를 괴롭혀 왔다. 교인들도 빼 가고 아예 나한테도 와서 대놓고 포교한다. 이참에 그들의 악행이 드러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개척교회라 사람도 10명 안팎으로 모이지만, 워낙 위험한 상황이니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주일예배를 취소했다고 했다. "무리하게 강행해서 괜히 안 좋은 일 생기면 그게 또 하나님 영광을 가리는 일 아니겠나"고 말했다. 양복을 입고 온 건 "그래도 혼자 예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ㅁ교회는 주차장 차단기에 안내문을 붙여 놨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ㅁ교회는 주차장 차단기에 안내문을 붙여 놨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감리회 대구지방 '연합 예배'
"코로나 사태, 남 탓할 문제 아냐,
제대로 신앙생활하지 못한
우리 모습 돌아봐야"

감리회 대구지방은 '연합 온라인 예배'를 진행했다. 대구를 비롯해 칠곡·영천·청도 등 지방에 있는 35개 교회 중 16곳이 연합 예배에 동참했다. 예배 순서는 지방 목회자들이 나눠 맡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 대구지방은 '연합 온라인 예배'를 진행했다. 대구를 비롯해 칠곡·영천·청도 등 지방에 있는 35개 교회 중 16곳이 연합 예배에 동참했다. 예배 순서는 지방 목회자들이 나눠 맡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대구지방(임문규 감리사)은 작은 교회들을 위해 신속하게 '온라인 연합 예배'를 준비했다. 23일 오전 11시 대구제일교회(오성섭 목사)에서 생중계하는 예배에는 지방회 소속 교회 35곳 중 16곳이 참여했다. 연합 부흥회 때처럼 지방회 소속 목회자들이 사회, 기도, 성경 봉독 순서를 나누어 맡았다.

임문규 감리사는 기자에게 "지방 내 규모가 큰 교회들도 함께하고 있다. 대구는 현재 전쟁터 같아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교회가 신뢰를 잃고 있는데, 이럴 때 감리교회가 교단 차원에서 연합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은 예배 전 담임목사실에 모여 예배 순서를 공유하고, 교인들이 진중한 분위기에서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김종복 감독은, 이번 재난 앞에서 남 탓을 하기보다 먼저 우리를 돌아보자고 말했다. 신천지를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말고, 그들을 이끌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종복 감독은, 이번 재난 앞에서 남 탓을 하기보다 먼저 우리를 돌아보자고 말했다. 신천지를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말고, 그들을 이끌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날 설교는 삼남연회 김종복 감독(소명교회)이 맡았다. 대구에서 목회하고 있는 김 감독은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책임지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질병관리본부가 책임지라고 한다. 이만희라는 교주는 '신천지 성장이 두려운 사단이 준 시험'이라고 하고, 어떤 개신교 선교사는 '중국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한다. 누구의 책임인가. 오히려 누구의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이 시대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복 감독은 "이번 사태 숙주로 지목된 신천지라는 집단이 있다. 잘못된 사상을 가지고 있는 타락한 종교 지도자와 그 잘못된 생각에 오염된 이들이다. 대구에만 9000명이 있다고 한다. 이들을 마녀사냥식으로 세몰이하는데, 이들에게 책임을 미뤄야 할 게 아니다. 그들 중 우리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교회 지도자로서 우리 책임도 있다. 우리가 신앙의 본질을 놓쳐 버렸기에 그들이 상처받고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잘못된 생각에 오염된 것이다. 이럴 때 그들을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주님의 음성을 구하자"고 말했다.

대구지방은 3월 4일까지 주일예배를 포함한 공식 행사 일체를 연기했다. 연 1회 여는 지방회도 잠정 연기하고, 이때까지는 온라인으로 연합 예배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구지방은 "잠옷 입고 간식 먹으며 편하게 예배하면 안 된다. 오늘 드리는 예배는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하나님께 드리는 것임을 잊지 말고, 주일 교회에 오는 마음과 복장 그대로 영과 진리로 예배해 달라"는 웹 포스터를 배부했다. 지방회 목회자들은 "영상 예배가 취약한 이들은 감리회 일일 예배문 모음집 <하늘양식>이나 배포한 예배문을 통해 가정에서 예배해 달라"고 권면했다.

감리회 대구지방은 3월 첫 주까지 예배와 지방회 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를 잠정 중단했다. 다음 주일도 지방 연합 형태로 온라인 예배를 진행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 대구지방은 3월 첫 주까지 예배와 지방회 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를 잠정 중단했다. 다음 주일도 지방 연합 형태로 온라인 예배를 진행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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