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청정 지역'이었던 대구는, 2월 18일 신천지 교인인 31번째 확진자가 등장하면서 5일 만에 확진 환자 326명을 기록했다(2월 23일 오후 4시 대구시 발표 기준). 신천지 교인 간 교류를 중심으로 타 지역 확진자도 발생하면서, 이제 코로나19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코로나19 확산은 한국교회를 미증유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며칠 사이 교회는 '요주의' 대상이 됐다. 밀폐된 공간에서 수백, 수천 명이 모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물론, 대통령·국무총리 등 정부에서도 종교 집회 자제를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본격적인 코로나19 확산 후 맞는 첫 주일을 앞두고, 대구시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장영일 대표회장)는 종교 집회를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정부 요청에 빠르게 응답했다. 대표회장 장영일 목사(범어교회)는 2월 20일 대구 지역 교계에 "예배를 최소화해 달라"는 담화문을 보냈다. 장 목사가 시무하는 범어교회부터 20일 임시 당회에서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반야월교회(이승희 목사)·대구동신교회(권성수 목사) 등 대형 교회들도 잇따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 대구시 거의 모든 교회가 23일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감염병 때문에 수많은 교회가 온라인으로 예배를 대체한 것은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신앙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 지역 대형 교회들이, 교회당에서 예배하지 않겠다고 신속하게 결정한 것도 의외다. <뉴스앤조이>는 2월 23일 대구를 찾아, 이번 결정을 이끈 대기총 대표회장 장영일 목사를 인터뷰했다.

범어교회 장영일 목사는 급변한 대구 상황과 정부의 요청에 맞춰 온라인 예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범어교회 장영일 목사는 급변한 대구 상황과 정부의 요청에 맞춰 온라인 예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예배당 회집 중단'이라는 전례 없는 일이 발생했다.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의외로 신속했다. 교인들 반발은 없었나.

한국교회는 6·25 전쟁 때도 예배를 중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고 (종교 집회를 자제해 달라는) 국가 시책도 있는 만큼, 대구 지역 목회자들이 많이 고민해서 어렵게 결정했다. 하나님은 어디에서나 계시고, 어떤 모양이나 형태이든 간에 예배를 받으신다는 믿음이 있었다.

우리 범어교회는 114년 된 아주 보수적인 교회다. 2월 19일까지만 해도 임시 당회에서 주일예배만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대구시장이 직접 전화해 와서 (예배당에 모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장로님들과 다시 모일 시간이 없어 온라인 메신저로 논의했다. "내 눈치 보지 말고 장로님들 마음에 있는 대로 표현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한 시간 만에 의견이 모였다. 장로님들이 적극 마음을 모아 주셔서 그 힘으로 대구 교회들에 호소할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하루 이틀 만에 대구 지역 교회들이 거의 다 동참하신 거 같다.

물론 항의하는 교인도, 예배당 사용 중단으로 상처받은 교인도 있었다. 온라인으로 예배한다고 하니까 "어쩌려고 하느냐", "이 정도로 (예배를) 멈출 일이 아니다"는 사람도 있었다. 담임목사 신앙이 의심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사람도 있었다.

- 대형 교회이다 보니 교인들이나 교인 가족 등 한두 다리만 건너면 감염 위험이 있을 것 같다. 확진자나 자가 격리 교인이 있는가.

31번 환자가 진료받은 새로난한방병원 원장이 우리 교인이다. 지난 화요일 아침 소식을 듣고 정말 초조했다. 병원장이 양성 나오면 우리 교회도 초토화되기 때문이다. 그분이 성가대를 서는데, 우리 교회 성가대 4개가 연습실 하나를 공유한다. 여러 찬양대가 다 감염되는 게 아닌지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음성이 나와서 안도했다.

그 병원에 교인들이 진료하러 많이 간다. 교회 자체적으로 지난 열흘간 그 병원에 방문한 교인을 전수조사하고, 예배당에 절대 오지 말라고 자가 격리시켰다. 다행히 교인들이 적극적으로 순종해 줘서, 지금까지는 확진자가 없다.

- 지금 상황은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나.

우선 다음 주 금요일(28일)까지 예배당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3월 1일 주일은 한국교회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소중한 주일이라 가능하면 예배당에서 모이고 싶은데, 상황을 봐야 한다. 교인 중 의료 종사자가 약 80명으로 많은 편이라 그들에게 조언을 받는다.

오늘(23일)이 코로나19 잠복기가 끝나고 발현하는 시점이어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하더라. 다음 금요일까지 확산하지 않으면 내리막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확산 추세가 유지되거나 심화하면 3월 첫째 주까지 쉬고, 안정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일 때 의료진 조언을 토대로 당회를 다시 열려 한다.

확진자가 300명 이상 나온 대구는 휴일 오후에도 한산했다. 23일 오후 대구역 앞 백화점과 인근 거리에서는 인적 자체를 찾기 어려웠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확진자가 300명 이상 나온 대구는 휴일 오후에도 한산했다. 23일 오후 대구역 앞 백화점과 인근 거리에서는 인적 자체를 찾기 어려웠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온라인으로 예배를 대체하면 헌금은 어떻게 되나.

예배당에서 주일예배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헌금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봉헌은 예배의 일부이기 때문에 필요하다. 가정에서 헌금을 드렸다가 다음 주일에 가져오라고 안내하고, 바로 헌금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교회가 평소 사용하는 계좌에 보낼 수 있도록 자막을 띄울 것이다.

- 온라인 예배를 준비할 여건이 안 되는 작은 교회들과 온라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예배 참여도 걱정된다.

실제로 대기총으로 그런 건의·항의가 들어오고 있다. 대형 교회야 시스템이 있으니까 실시간으로 방송할 수 있지만 작은 교회들은 쉽지 않다. 이번에 엔지니어들에게 물어봤는데 하루 이틀 사이 그런 시스템 갖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우선 나이 드신 분들은 TV에 나오는 기독교 방송을 통해서라도 예배에 참여하시는 게 좋겠다고 안내했다.

범어교회는 23일 오전 예배당 출입구를 모두 잠그고 "오늘은 교회 내에서 예배할 수 없습니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장영일 목사는 "이번 일로 교인들이 예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 측면에서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범어교회는 23일 오전 예배당 출입구를 모두 잠그고 "오늘은 교회 내에서 예배할 수 없습니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장영일 목사는 "이번 일로 교인들이 예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 측면에서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지금과 같이 긴급한 상황에서도, 예배당에 모이지 않으면 진정한 예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도 있다. 온라인 예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

개인적으로 이번 일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보려 한다. 이미 이번 주일부터 목회자들은 신학적 작업을 시작한 셈이다. 자유와 방임이 아니라, 오히려 이럴 때 예배의 소중함을 더 깨닫지 않을까. 교인들도 자기 나름대로 예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거고, 특별한 경우에는 이렇게도 예배할 수 있구나 하는 경우의 수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흔히 하는 말로 '행동하는 신앙'(Doing Theology)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목회자들 가운데는 전염병 같은 재난·재해를 '하나님의 심판'이라면서, 책임을 지우기 위한 누군가를 찾기도 한다. 어떻게 보나.

목회 자체가 어렵지만, 그중 설교가 참 어렵다. 이런 순간 어떻게 설교해야 하는지 참 고민이다. 이런 순간뿐 아니라 매 주일에도 시각에 따라 누구는 아멘 하는 말에 누군가는 화를 낸다. 극단적으로 구약시대 선지자가 하나님 말씀을 전해도, 아멘을 한 사람이 있고 화를 낸 사람이 있지 않나.

무엇보다 목회자들은 주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한 후, 듣는 이 입장에서 좀 더 순화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설령 옳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도, 정죄나 심판 같은 말보다 순화해서 말해야 한다.

- 이번 코로나19 확산에 신천지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대구 시민들의 신천지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빠졌을 것 같다.

나는 이단이 발생하는 모든 원인은 결국 기성 교회에 있다고 본다. 기성 교회가 건강하고, 올바른 복음을 전하고, 목양을 잘했다면, 과연 이단이 뿌리내렸겠는가 생각한다. 대구 지역 신천지 교인 수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느낀다. 이제는 이들에게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신천지에 많이 빠지는데, 그들이 왜 저기 열광하고 빠지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도가 어려워질 것 같아 안타깝다.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은 신천지든 기성 교회든 '교회에서 예배하다 저렇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교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정말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일을 통해 하나님만 의뢰한다는 순수 신앙, 순수 복음이 부흥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나라와 사회가 어려울 때 한국교회와 교인이 앞장서 애를 써 왔던 만큼, 이번에도 교인들이 희생과 순종으로 사회에 좋은 모습을 보여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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