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덕 목사는 마음을 모아 코로나19 사태를 잡아야 할 때라고 했다. 하나님  심판론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세덕 목사는 마음을 모아 코로나19 사태를 잡아야 할 때라고 했다. 하나님 심판론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코로나19 확진자(6번, 21번)가 나와 2주간 예배당을 폐쇄했던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박세덕 목사)가 2월 16일부터 예배당을 다시 개방했다. 격리됐던 박세덕 목사와 부교역자·직원들은 정상 출근을 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 사는 교인들도 수시로 예배당을 찾는다.

명륜교회는 코로나19 탓에 한동안 언론을 타며 시끄러웠지만, 지금은 잠잠한 상태다. 2월 21일 기자가 찾은 명륜교회는 조용했다. 교회 곳곳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었고, 코로나19 에티켓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부교역자·직원은 마스크를 쓴 채 출근했다. 이날 기자를 만난 박세덕 목사는 "큰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교인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때보다 공포가 더하다면서 6개월 정도 지나야 안정될 것 같다고 했다.

명륜교회는 50년이 넘은 교회다. 장년부만 500명이 출석한다. 이번에 예기치 않게 확진자가 나오면서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예배당을 폐쇄해야 했다. 방역을 하고,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2주간 예배당 문을 닫았다. 주일예배는 영상으로 대체했다. 박 목사는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게 더 큰 손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안식일은 거룩히 지켜야 하지만, 성도들의 생명을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명륜교회가 예배당을 폐쇄했을 당시 시민사회에서는 "적절한 대응을 취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박 목사는 "내가 결코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은 걸 잘했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이 모든 일이 지나가면 이 문제와 관련해 교인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몸소 겪은 박세덕 목사는 한국교회 안팎에서 나오는 말들에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기자가 "중국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이다"는 식의 설교가 곳곳에서 나온다고 말하자, 박 목사는 언짢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보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더 무섭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심판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예배당을 재개방한 2월 16일 설교에서 "중국이 기독교를 핍박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징계를 받는다는 식으로 말하면 병 안 걸린 사람은 의롭고, 병 걸린 사람은 다 더러운 사람이고 제거해야 할 사람이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박세덕 목사는 인간이 '심판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심판자는 오직 다시 오실 예수님이라고 강변했다.

"하나님이 심판했다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우한 질병은 돌고 돌아 세계 곳곳에 퍼졌다. 중국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도 감염됐는데, 이걸 하나님 심판으로 볼 수 있는가. 우리 기독교인은 (심판을)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심판자는 우리의 구원자이시자 장차 오실 예수님 한 분이다. 우리는 그분 앞에 서야 할 심판 대상일 뿐이다. 인간이 심판자 자리에 서서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월권이다. 예수님의 권세를 휘두르는 꼴이 되어 버린다. 바람직하지 않다. 심판할 거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죄에만 적용해야 한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총회장) 신자들이 대거 확진자로 판명이 나면서 사회가 부침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목사는 "우리 개신교회도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도 있다. 중국 비난하듯이 신천지를 비난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사회가 그들을 충분히 부정적으로 바라볼 거다. 전도서 3장에 '말할 때가 있고 잠잠할 때가 있다'고 나온다. 지금은 후자라고 본다. 이때다 하고 우리가 신천지를 비방하면, 사회가 곱게 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덕 목사는 코로나19가 지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으니 한국교회가 예방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교회 안에 의심 환자가 있으면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교인들 간 접촉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만일 담임목사를 포함해 여러 명의 확진자가 나온다면 우리 교회처럼 (폐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정답은 아니니, 각자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막연한 공포·혐오를 벗어 던지고 한국교회가 성숙하게 대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코로나는 단순한 질병으로 봐야 한다. 누가 질병에 걸렸으면 그런가 보다 해야지, 죄를 지어서 걸린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예수님이 한센병 환자에게 손을 내밀었듯 우리도 위로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고난이 크면 은혜도 크다고 했다. 한국 사회와 교계가 코로나 사태를 잘 이겨 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명륜교회는 2주간 교회를 폐쇄했다. 2월 16일 재개방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명륜교회는 2주간 교회를 폐쇄했다. 2월 16일 재개방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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