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신도로 밝혀졌을 때, 잘못하면 크게 번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천지가 얼마나 폐쇄적인 집단인지, 알 만한 사람은 알기 때문입니다. 가족에게도 정체를 밝히려 하지 않는 이들이기에 동선 파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신천지가 개신교인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일 수 있어도, 비신자들에게는 일반 교회와 비슷하게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개신교인 중에서도 한국교회 문제가 산적한데 정통과 이단을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천지의 반사회성은 보통 교회들과는 수준이 다릅니다. 지난달에는 신분을 숨기고 포교하는 신천지의 일명 '모략 전도'가 헌법이 명시한 종교의자유를 뛰어넘은 위법한 것이라는 법원 판단도 나왔습니다. 

이번에 신천지대구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이유가 신천지의 독특한 신앙생활 방식에 있다는 사실을 보건 당국과 시민들은 알아야 합니다. 교주 신격화, 그로 인한 폐쇄적 신앙생활, 특수한 교리에 따른 집단이기주의,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공격적인 포교 등은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를 비롯한 많은 교계 신문이 어제 오늘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신천지'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되면서, 언론들은 지나치게 신천지를 부각하는 기사를 양산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홍성수 교수(숙명여대)는 2월 19일 페이스북에 "감염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감염 의심자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할 거고 검사를 더욱 회피하게 만든다. 감염 관련 집단·조직에 대한 혐오는 감염 위험에 관한 정보를 더욱 숨기게 한다. 조심하고 경계하며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과 과도하게 비난·혐오하는 것은 다르다"고 썼습니다.

지금처럼 코로나19 확산 방지책보다 신천지 집단의 이상한 신앙생활 행태를 부각하면,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리게 될 것입니다. 가뜩이나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신천지 신도들을 더욱 숨어들게 만드는 것 아닐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저희도 기사를 쓰면서 고민이 많이 됩니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이참에 신천지 다 때려잡자'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일 설교가 걱정됩니다. 저 멀리 중국 우한에서 벌어진 일에도 '중국 심판론'을 이야기하는 목사들이, 그동안 한국교회를 괴롭혀 왔던 신천지를 어떻게 표현할지 눈에 훤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드디어 신천지를 심판하셨다", "거 봐라. 한국교회를 그렇게 공격하더니 전염병으로 멸망한다"와 같은 설교가 나올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설교는 결국 코로나19 확산을 막기보다는 신천지를 향한 과도한 비난을 부추길 것입니다.

많은 기독교 이단 중 특히 신천지가 교회를 극성스럽게 괴롭힌 것은 팩트입니다. 신천지에 가족과 교회를 빼앗긴 피해자들은 지금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이들은 반성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었듯이, 현대의 감염병은 하나님의 심판이나 저주 같은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인과응보의 신이 아닙니다. 만약 하나님이 사람을 죄지은 대로 심판한다면, 누구도 그 심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신천지뿐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천지 심판론' 설교는 하지 맙시다. 신학적으로 맞지도 않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주일, 집중해서 설교를 모니터링할 것입니다. 독자분들도 문제 있는 설교를 발견한다면, 적극 제보해 주십시오. 이제 이런 설교들이 강단에 발붙이지 못하게 합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