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2월 26일 '재의수요일'부터 시작하는 2020년 사순절을 앞두고, 40일간 수난의 의미를 곱씹으며 경건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묵상집들이 출시되고 있다. 평화교회연구소(황인근 소장), 한국샬렘영성훈련원(한국샬렘·공동대표 조경열·박경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등은 각각 여성과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평화 관점으로 쓴 묵상집을 발간했다.

평화교회연구소는 지난해 사순절 묵상집에서 성경이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들을 조명해 호응을 얻었다. 올해도 여성 관점으로 성경을 묵상하는 <이 여인을 보라 2>를 발간했다. 남궁희수 총무(기독여민회),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오수경 대표(청어람ARMC) 등 여성 필진 40명이 매일 한 편씩 맡아 성서 속 여성들을 소개하고 묵상 원고를 썼다.

마리아나 브리스길라처럼 잘 알려진 성서 속 여성뿐 아니라, 실바·빌하, 바로의 딸, 롯의 두 딸, 잠언의 '현숙한 여인'까지, 스치듯 지나갔던 여성들의 면면에 주목했다. 지난해와 달리 이세벨과 빌라도의 아내 등 부정적으로 해석되거나 거의 언급되지 않던 이들도 등장한다. 평화교회연구소는 "그 여성들 모두 자신의 삶에서는 주인공이었을 사람들이라는 것과, 예수께서 이들 모두의 고난을 품어 안고 부활의 영광에 들어가셨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늘 성서의 이야기는 자칫하면 독자들마저 온갖 폭력의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가려 주는 행위에 가담할 수 있게 만듭니다. 때문에 롯의 편에서 성서를 읽을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두 딸'의 갇혀 버린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가정 폭력, 성폭력을 포함한 온갖 학대 행위가 내면화되어 무기력해져 버린 여성들, 탈출보다는 안주로 가장된 상황에 매몰된 여성들. 예수의 고난을 기억하는 사순절 기간, 우리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갇혀 버린 목소리를 따라 집중하고 경청하는 과정을 더욱 몸에 익혀야 합니다." (2일 차 / 누가 피해자인가: 롯의 두 딸 - 임보라 목사)

평화교회연구소 묵상집은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1권에 4000원이다. (문의: 이동환 국장 peacechurch2014@gmail.com, 010-3544-7612)

신청 링크: http://bit.ly/이여인을보라

한국샬렘은 교회의 오랜 기도 전통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를 할 수 있는 사순절 묵상집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한국샬렘 묵상집의 올해 주제는 <십자가를 향한 거룩한 순례>. 거룩한 독서는 크게 △독서(본문을 소리 내어 천천히 2~3회 반복 읽기) △묵상(독서 가운데 울림을 주는 단어와 문장을 고요히 성찰하기) △기도(읽기와 묵상 과정에서 솟아오르는 기도를 드리기) △하나님 안에 고요히 머무름(생각과 기도를 멈춘 후 평안을 느끼기) 순서로 진행된다. 여러 명이 모여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생각을 나눌 수도 있다.

묵상집은 본문과 샘솟는 말씀, 성찰 질문, 오늘의 묵상, 오늘의 기도로 구성돼 있다. 표준새번역으로 수록된 매일의 본문과 함께 샘솟는 말씀(성경 구절)을 음미하고,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성찰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고 묵상하도록 안내한다. 에큐메니컬 정신에 기초해 성공회·감리회·장로교·침례교 등 다양한 교파의 목회자·교인·수도자가 집필에 참여했다.

"오늘 한국 사회는 극심한 불평등 구조로 인한 가난한 자, 소수자들의 탄식과 죽음,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피조물들의 고통, 전쟁과 폭력, 증오의 악순환을 지속시키는 분단 체제로 인해 '온갖 허물과 모든 죄악'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주님께서 우리를 이 시대의 파수꾼으로 부르신다. 그 부르심을 마음을 다하여 듣고, 악인의 회개를 촉구하며, 마른 뼈들이 하나님의 군대가 되는 거룩한 환상(겔 37:1-18)을 증거하는 것이 믿는 자들의 소명이다." (3월 27일, 에스겔 33:10-16)

묵상집은 1권당 5000원이며,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입금한 이들에게 2월 20일 일괄 발송한다. (문의: 한국샬렘 shalemkorea@gmail.com, 02-364-5837)

신청 링크: http://bitly.kr/f348V4zE

교회협은 '갈등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의 공동체로'라는 주제로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십시오>를 펴냈다. 한국전쟁 70년, 5·18민주화운동 40년을 맞아, 사회가 다양성과 포용·상생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번 묵상집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집필에는 정금교 목사(누가교회),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 하희정 교수(감신대), 서범규 목사(교회협)가 참여했다.

묵상집은 매일 두세 문단의 짧은 글로 구성돼 있으며, 고난주간은 묵상 대신 기도문이 수록돼 있다. 고난주간 기도문은 세월호 유가족 예은 엄마 박은희 씨,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 김정희 씨,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 루이스 엔젤로 알폰소, 북한 이탈 주민 최장현 씨, 세종시교육청 최교진 교육감이 썼다.

"사랑의 손길로 연대의 끈을 이어 주신 주님! 그 사랑으로 저희가 오늘도 희망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받으며 힘찬 용기를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오. 동지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항상 지켜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청하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4월 8일 / 차디찬 바닥에서의 탄식 – 김정희)

교회협 묵상집 인쇄판은 모두 소진됐으며,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교회협 홈페이지 바로 가기

한국루터란아워(주대범 이사장)는 <구원과 해방 예수>라는 주제로 사순절 묵상집을 발간했다. 출애굽부터 예수의 부활까지 구속사를 다룬 이 묵상집은 미국 루터란아워미니스트리의 사순절 묵상집을 한국 상황에 맞게 번역해 펴낸 것이다.

현재 이 묵상집은 1000권이 모두 팔려 매진된 상태다. 루터란아워미니스트리 홈페이지에서 영어 묵상집 원문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영어 원문 보러 가기: https://www.lhm.org/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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