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교회를 탄압하기 시작하는데, 예배당을 폐쇄하고 공안을 풀어서 선교사를 협박한다. (중략) 그러니 하나님이 시진핑을 때리고 중국을 때리는 거다. 성경에 보면 전염병은 하나님의 심판이고 저주였다." - 김의철 목사(송도가나안교회)

"성경이 말하는 전염병은 대부분 범죄한 백성과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징벌이었다. 자신과 가정, 국가를 돌아보며 회개해야 할 줄로 믿는다. "- 박경배 목사(송촌장로교회)

"중국의 엄청난 기독교 박해, 특별히 그 기독교 박해의 시범지로 우한이 설정돼서 (중략) 신종 코로나가 우한에서 창궐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성경적으로 합리적인 해석이다." - 정동수 목사(사랑침례교회)

"(중국 정부는) 수천 곳의 교회를 파괴하였다. 교회 지도자들은 체포되어 가혹한 처벌을 받고 교회는 무너지고 성도들은 흩어지니 하나님께서 이 징계를 내리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또한 계시록 15장, 16장에 진노의 대접을 쏟으시는 재앙이 아닌가, 두려워해야 한다." -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일부 목회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두고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목회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두고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세계적 재해·재난·질병이 발생하면 목사들 입에서는 '하나님의 '심판', '하나님의 저주'가 자주 오르내린다. 이방 신을 섬기거나 교회를 핍박한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로 이해하고 당장 회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역시나였다. 한국교회 강단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 정부와 시진핑 주석이 교회에 해를 가해 코로나-19가 창궐했다는 주장이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가 교회와 기독교인을 상대로 해를 가한 일이 있다 보니 심판론·저주론에 무게가 실리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중국에서 사역해 온 선교사들은 코로나-19를 심판론과 연관 짓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심판론에 함몰되면 이번 문제의 근본 원인인 야생 동물 섭취 문제는 사라지고, 막연한 공포 또는 혐오만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2월 17일, 중국에서 선교를 해 온 이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봤다.

먼저 선교사들은 공통되게 중국 정부가 교회를 상대로 핍박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허가를 받지 못한 교회는 허물어지거나 십자가를 강제로 내려야 했다고 전했다. 목회자·선교사 추방도 부지기수로 일어난다고 했다. 다만 선교사들은 중국 정부의 교회를 향한 압박과 코로나-19는 무관하다고 언급했다.

A 목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인권과 종교에 관해 중국 정부의 수용성이 커질 줄 알았는데, 실제적으로 악화했다. 많은 교회가 핍박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교회는 고난을 통해 부흥하고 신앙도 견고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난·질병을 인과응보 자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A 목사는 "하나의 사건을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건 바른 신앙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시진핑 때문에 코로나가 발생했다고들 말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하나님이 시진핑을 코로나에 걸리게 하지, 왜 애꿎은 국민 생명을 앗아가겠나. 나 역시 사역하다가 추방당했고, 그동안 쌓아 온 모든 베이스를 잃었다. 나도 시진핑 안 좋아한다. 그렇다고 이번 일을 하나님의 심판론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쉽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사역해 온 B 선교사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을 때도 하나님 심판론이 횡행했다며, 큰 사건이다 보니 말이 많을 수는 있어도 심판론·저주론은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B 선교사는 "재난은 언제든지 일어나는 것 아닌가.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부 목회자는) 그곳이 무슬림 본산지라서 하나님이 물로 쓸었다고 설교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뭐가 달라지나. 지금 중국이 고통을 받고 있으니 인도주의 입장에서 긍휼히 여기고 빨리 끝나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게 우선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한국교회 문제점은 하나님 이름으로 저주·비난·정죄하는 걸 너무 쉽게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 심판을 앞세운 인과응보 해석은 성숙하지 못하다. 너무 쉽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C 목사는 중국 정부 몰래 예배하다가 쫓겨나는 외국인 선교사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소문대로 지방 소도시에서는 성경과 십자가를 불태운 사례도 있지만, 우한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교회를 경계하는 건 사실이어도, 지금 이 상황에서 심판론과 관련짓는 건 문제라고 했다.

C 목사는 "이와 비슷한 일이 터질 때마다 일부 목사는 중국 정부가 교회를 탄압해서 그렇다고 주장한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하나님이 수많은 인민을 죽이고자 하겠나. 그럴 거면 차라리 시진핑 주석에게 번개를 내리치는 게 편하지 않을까. 지금은 힘을 합쳐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이지, 하나님 심판론과 저주론을 가지고 떠들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D 선교사도 "믿는 사람 입장에서야 심판론을 생각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그쪽으로 몰아가는 건 아니다. 이게 하나님의 심판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심판론·저주론을 제기할 때가 아니다. 사랑으로 중국인을 품고 위로해야 할 시기이다"고 했다.

E 선교사도 "심지어 (하나님 심판론이) 맞다고 해도, 지금은 하나님 백성의 아픔을 어루만질 때이다. 비록 이런 아픔이 있을지라도, 하나님이 중국을 여전히 사랑하신다는 것을 우리는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아픔에 전폭적으로 동참해야 할 상황에 저주론 등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런 설교를 듣는 교인들은 사랑과 포용이 아니라 판단과 저주의 관점만 갖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하나님의 심판론, 저주론을 제기하는 이들과는 다르게 위로와 봉사에 앞장선 교계 단체들도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하나님의 심판론, 저주론을 제기하는 이들과는 다르게 위로와 봉사에 앞장선 교계 단체들도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