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진천과 아산에서 생활하던 교민들이 격리 생활을 끝내고 돌아가는 뉴스를 볼 때는 감동도 느껴지더군요. 지금도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투병자, 의료진들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이런 시점에 교회 강단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다소 민망합니다. 며칠 전 유튜브로 설교를 듣다가 흥미롭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한 내용을 접했습니다. 역사의 우연과 필연을 언급하며, 이번 코로나-19가 기독교를 탄압하는 중국 정부 때문에 발생한 필연적 사건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에 실망했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구조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사고와 사건을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심판과 연결하는 설교를 들은 것이 처음만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말이었습니다.

"참 묘합니다. 바로 뭐냐면 그 종교 규제 조치의 총책임자가 이번에 우한 폐렴에 의해서 죽은 중국의 공무원 가운데 1호가 그 책임자입니다. 여러분 그게 우연일까요?"

제 믿음이 약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독교를 박해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 주시기 위해 종교 규제 조치의 총책임자를 사망자 가운데 첫 번째도 아니고, 공무원 가운데 첫 번째 사망자로 정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참 좋은 분이시고 우리 삶을 예비하시는 분이라고 고백하지만, 이 정도로 꼼꼼한 분이라고 알고 있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 영이나 육이나, 정신 건강에도 더 좋겠지만 몇몇 분은 이런 설교 내용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설교라든지 "서남아시아에 해일과 지진으로 뭐 10만 명이라고 하지만, 그게 20만 명 30만 명 될지 몰라요. 그게 우연히 아니라는 겁니다. 그게 왜 그러냐.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거예요. 가령 8만 5000명이나 사망한 인도네시아 아체라는 곳은 2/3가 무슬림들이고 반란군에 의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죽임을 당했어요. 학살당한 곳이에요. 3~4만 명이 죽은 인도의 첸나이라는 곳은 힌두교도들이 창궐한 곳인데,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죽고 예배당이 불탔어요"라는 설교라든지 말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해 어떤 질병이나 사고로 인명을 빼앗아 가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오히려 이런 사건을 두고 '그들이 우리와 다르게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 혀를 통해 사람들의 완악함이 드러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복음 13장에 이와 관련한 한 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몇몇 사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빌라도가 갈릴리 사람들을 학살하여 그 피를 그들이 바치려던 희생 제물에 섞어 버렸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이 말을 전한 이들도 학살당한 갈릴리 사람들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선 이 말을 전해 듣곤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이 갈릴리 사람들이 이런 변을 당했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리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또 실로암에 있는 탑이 무너져서 치여 죽은 열여덟 사람은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학살당한 이들이 그들의 죄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냐는 사람들 말에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요한복음 9장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이를 보고 누구의 죄 때문에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이냐는 제자들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그의 죄 때문도, 그의 부모의 죄 때문도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재난과 사고를 두고 섣불리 하나님의 뜻, 심판, 저주라 말하는 것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고나 사건의 피해자들에겐 사실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죠. 대신 무서운 예화를 통해 듣는 사람을 겁박할 뿐입니다.

앞서 언급된 설교 가운데 침몰을 이야기한 설교에선 저 대목 후에 이 일로 해경, 청와대를 탓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정부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정권 비호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그 뒤에 쓰나미 발언은 우리나라가 지금 공산화 위기에 놓여 있고, 공산주의는 기독교의 적인데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벌을 받더라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인명 사고들이 그들에겐 함께 느끼는 아픔이 아니라 그저 예화거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강단에 올라 주의 뜻을 전하기 위해 사람들을 협박하는 여러분께 질문 하나만 합시다.

"그거 하나님 뜻 맞습니까?"

오세요 / 오늘보단 내일이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새는 어제보다는 오늘이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한백교회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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