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혜 씨. ⓒ뉴스앤조이 유연석
무언가 다짐이라도 한 듯 입술을 꾹꾹 깨물며 참던 그녀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사랑의교회 앞에서 '사랑의교회는 서초동 부지 건축을 중단하라'는 글귀가 쓰인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이성혜 씨(주부·40). 그녀는 사랑의교회 교인으로, 1991년도부터 대학부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그동안 교회 건축에 대해 '이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정현 목사가 목표한 헌금액보다 더 많은 건축 헌금이 모였다며 '할렐루야 주일'이라고 선포했던 지난해 11월 29일, 이 씨는 예배 중 힘들고 안타까운 마음에 결국 눈물을 흘렸고, 20년 가까이 자신을 양육해 준 사랑의교회를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에 대한 애정 때문에 아직 다른 교회에 등록하지는 않았다. 공동의회가 있던 날은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예배에 참석하기도 했다.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이 씨는 낯익은 얼굴이 지나가면 인사를 했다. 하지만 대부분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지나쳤다. 지나친 사람 중에는 이 씨의 남편 제자 훈련을 맡았던 담당 교역자도 있었다. 하지만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남편도 사랑의교회 교인이었지만, 이 씨와 함께 '할렐루야 주일' 이후 사랑의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

한 여성이 이 씨에게 다가왔다. "이봐요, 누가 이러라고 그랬어요. 어디 교회에서 왔어요?"라고 물었다. 이 씨가 "저도 사랑의교회에서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했습니다"라고 답하자, 그 여성은 "건축이 뭐가 잘못됐어요. 기도는 해보고 이러는 거예요? 하나님 음성은 듣고 하냐고요? 아가씨 혼자 조용히 반대하면 될 일을 왜 여기서(교회 앞에서) 이래요"라며 훈계했다. 사랑의교회 관계자가 훈계하던 여성을 저지하고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서 대화는 중단됐다.

이 씨는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저야말로 기도는 해보시고 건축을 찬성하는지 여쭙고 싶네요. 성경 어디를 봐도 건축이 옳다고 말하지 않아요. 제가 교회에서 배운 교육만을 생각해도 건축을 납득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교계 수많은 사람이 사랑의교회를 걱정해서 건축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왜 정작 교인들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마음을 닫는 걸까요. 정말 착잡하네요.

그렇다고 지금 저에게 뭐라고 말하신 분을 미워하지 않아요. 모르기 때문에 저러잖아요. 저분도 피해자에요. 저도 그랬어요. 대학 시절부터 어디에 쓰니 헌금하라고 하면 헌금하고, 좋은 책이니 구독하라고 하면 구독하고, 그렇게 순진하게 신앙생활 했어요. 이번 일이 없었으면 아마 저도 저분처럼 계속 신앙생활 했을 거예요."

대답하던 이 씨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몇몇 교인들의 지나가며 툭툭 던지는 비난성 말도,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던 교역자의 무시도 꾹꾹 입술을 깨물며 참던 이 씨였지만 방금 전의 대화는 울지 않겠다던 그녀의 의지를 무너뜨렸다. 이 씨는 "이런 일일수록 감정적으로 하면 안 되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기자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 1인 시위를 한 박득훈 목사(좌), 이성혜 씨(우). ⓒ뉴스앤조이 유연석
▲ 1인 시위를 바라보는 사랑의교회 교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무관심이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이 씨보다 한 시간 전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백종국·오세택) 박득훈 목사(언덕교회)가 1인 시위를 했다. 박 목사가 서 있을 때도 그랬지만, 1인 시위를 바라보는 사랑의교회 교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무관심이었다. 평일이지만 여러 소모임이 있어서 교회에는 많은 교인이 드나들었다. 대부분의 교인이 한 번 힐끔 쳐다보고 지나가거나 처음부터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종종 나이 드신 교인이 "왜 건축을 반대하느냐", "어디서 왔느냐", "누가 보냈느냐", "할 일이 그렇게 없느냐" 등의 질문을 하며 흥분하기도 했지만, 사랑의교회 관계자들이 교인들을 저지했다.

사랑의교회 교인 중에는 1인 시위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교회 정문 앞에 교회 관계자들과 교인들이 많아서인지 1인 시위자 옆을 지나가며 작게 "화이팅, 힘내세요"라고 말한 교인도 있었다. 어떤 교인은 멀리서 계속 지켜보다가 1인 시위를 교대하고 식사하러 식당에 앉은 박 대표와 개혁연대 관계자에게 따뜻한 꿀물 음료수를 말없이 전해주고는 사라졌다.

기자 없는 기자회견

개혁연대는 이미 예고했던 대로 2월 19일 11시 10분 사랑의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8일까지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한 사람이 한 시간씩 릴레이 1인 시위를 한다"고 밝혔다.

▲ 개혁연대는 2월 19일 11시 사랑의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8일까지 '사랑의교회 건축 항의 및 저지 1인 시위'를 연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지만 기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원래 기자회견은 11시 시작이었지만 10분이 지연된 이유는 취재하러 온 기자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취재 온 언론사는 <뉴스앤조이>를 포함해 총 4곳이었다. 한 카메라 촬영 기사는 "촬영은 하지만 방송이 안 나갈 수도 있다. 아직 위에서 방송하라는 허락이 없다"고 말했다.

개혁연대에서 6년을 일한 관계자는 "연합 단체 등의 문제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에 비하면 개교회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에는 원래 언론이 적게 오긴 했지만, 이 정도로 안 온 것은 처음이다"고 했다. 박득훈 목사는 "지난 8년 동안 여러 번 기자회견을 했지만, 오늘처럼 언론이 취재 안 온 적은 처음이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 취재를 왜 안 왔는지 알아보겠지만, 만약 자발적으로 취재를 안 온 거라면 한국 기독 언론이 얼마나 썩었는지 느낄 수 있는 일이다. 기독 언론마저 '큰 힘으로 큰일을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맘몬의 논리에 빠진 것이다. 만약 언론이 자발적으로 온 게 아니라면, 힘을 누려서는 안 되는 교회가 너무 큰 힘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목도하는 것이다"고 했다.

박득훈 목사는 기자회견 인사말에서,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사랑의교회와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의교회가 2,100억 원 교회 건축을 철회해야 한다. 사랑의교회가 건축비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고, 아이티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그런 선행이 교회 건축이 지니는 심각한 문제를 결코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외모로 판단하지 않고 중심을 본다. 사랑의교회가 건축을 고집하면서 베푸는 선행은 알량한 선행이다. 십자가의 도를 무너뜨리고, 과부의 두 렙돈의 가치를 폄하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사랑의교회가 진정으로 한국교회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크나큰 신학적 오류를 가진 교회 건축을 즉각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남오성 사무국장이 사랑의교회 건축 현황 및 경과를 보고했고, 고영근 협동사무처장(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이 "지금이라도 건축 추진을 중단하고 사랑의교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보다 신앙적으로 건전하게 풀어갈 길을 한국교회와 함께 의논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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