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9월 19일 시작된 장로교단 총회가 모두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에서도 '돈'의 위력은 대단했다. 여지없이 '돈'을 많이 뿌린 후보자에게 '승리'가 안겨졌다. 그것이 돈이 가진 '마약성'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서로가 한국교회 장자교단이라고 주장하는 예장합동(총회장:김동권 목사)과 예장통합(총회장:박정식 목사) 총회는 장자교단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다른 중·소 교단에서는 돈 선거와 관련된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데 유독 이들 두 교단에서는 돈 선거와 관련된 소문들이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옛 속담에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랴'란 말이 있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가 됐든지 돈 봉투가 나돌았으니 이런 출처불명의 이야기들이 계속되는 것이리라.

예장합동 총회에서는 부총회장 선거와 관련해 투표 전날인 9월 25일 양 후보 진영에서 각각 30만원과 20만원이 든 봉투를 돌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번 합동 총회에는 목사총대 454명, 장로총대 451명 등 총 905명이 참석했다. 단순계산으로도 부총회장 선거에서만 4억 5250만원이 뿌려진 셈이다.

이전 총회에서는 또 상비부장을 둘러싼 선거 열기도 대단했다. 어떤 후보는 선거 자금으로 1억원을 쓰려고 계획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 후보는 결국 상비부 임원출마 규정이 개정되면서 상비부장 출마 자격을 상실해 출마도 못해보고 고배를 마시는 신세가 됐지만 결과적으로 얼마를 썼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 상비부 출마 규정이 바뀌면서 상비부 임원에 출마하지 못한 삶이 3∼4명이고 보면 이들이 뿌린 돈도 만만치 않은 액수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들 모두는 출마규정이 바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총회 이전부터 이미 상비부장을 향한 길을 닦아온 사람들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건도 있었다. 교단 기관지인 기독신문사 이사장과 사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이사장은 직전 부이사장이 그대로 승계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사장 선거에서는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이가 선출됐다.

재미있다는 대목은 지금부터다. 박빙의 차로 낙선한 후보는 곧바로 낙선인사를 하면서 "선거용으로 쓸 수 있는 2천만원을 신문사 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고 즉석에서 신임이사장에게 2천만원을 전달한 것. 아마 이사들 중에서 씁스레하게 입맛을 다진 사람들도 있었을 지 모른다. "진작에 좀 뿌리지" 하면서 말이다.

총회에 참석한 905명의 총대들은 올해도 짭짤한 수입을 올렸을 게다. 속된 말로 '대목'을 본 것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적어도 예장합동 총회에서는 1년에 한번 찾아오는 '특수'가 사라질 전망이다.

임원 선거방식이 '선거'에서 '제비뽑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제비뽑기가 통과된 것과 관련해 대부분의 총대들은 원칙적인 해석을 내렸다. "돈 선거 폐해에 대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같은 결의 정신이 얼마나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이번 총회에서 총회선거법개정연구위원회(위원장:정문호 목사) 보고는 이렇다.

후보자의 자격
(1) 총회장은 지역순환제로 하되 60세 이상의 목사장립 후 25년이 경과된 자로서 선거일 현재까지 무흠 10년 이상 위임목사로 시무한 총회 총대로 한다.

(2) 부총회장 중 목사부총회장은 전항의 총회장에 준하고, 장로부총회장은 60세 이상의 장로장립 후 20년이 경과된 자로서 선거일 현재까지 무흠 10년 이상 교회를 시무한 총회 총대로 한다.

(3) 기타 임원은 50세 이상의 정·부서기 및 회록 정·부서기의 경우 목사, 그리고 정·부회계의 경우 장로 장립 후 15년이 경과된 자로서 선거일 현재까지 무흠 7년 이상 위임목사 혹은 장로로 시무한 총회 총대로 한다.

선출방법
(1) 회장단은 지역순환제로 하되 다수가 경합할 때는 해당 지역 총대회에서 2인까지 제비뽑아 후보로 결정하며 총회는 그 2인을 놓고 제비뽑아 결정한다(단, 단일후보로 등록될 때에는 총회에서 박수로 결정한다)

(2)기타 임원은 다음과 같다.
  ①각 지역에서 1명씩 도합 3인을 놓고 총회에서 제비뽑아 선정하되 1인 이상으로 경합되는 지역에서는 해당지역 총대회에서 1인을 제비뽑아 후보로 삼는다.
  ②동일지역에 정·부임원이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임원은 정임원에 속하지 않는 타지역의 후보들을 놓고 제비뽑아 결정한다.

이번 합동총회의 결정은 다른 교단의 선거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임원선거는 성경의 방식, 즉 하나님의 선택에 달려있게 됐다. 하지만 이 방식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결국 총대들의 몫이다.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얼마 안가 다시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총회 임원은 성직에 못지않는 중요한 자리다. 이 자리를 돈을 주고 사는 행위를 하나님은 원치 않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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