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련은 2월 5일부터 총 8대의 서울 시내버스에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광고를 실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신을 믿지 않는다는 내용의 반(反)기독교적 광고를 실은 버스가 서울 시내 한복판을 달리고 있다. 광고가 실린 버스는 간선 271번과 503번, 지선 2013번과 5714번, 각 2대씩이다. 이 광고를 낸 단체는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반기련)으로, 이들은 2월 5일부터 8대의 서울 시내버스에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광고를 실었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에 실린 반기독교 광고. (반기련 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반기독교적 광고는 영국, 스페인, 미국, 캐나다 등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종종 있었지만, 한국에서 반기독교 광고가 시행된 것은 처음이다. 반기련 측은 "기독교의 배타성이 한국 사회의 종교 다양성을 무시하고, 믿지 않는 시민들에게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말로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공포와 불안을 없애기 위해 무신론 광고를 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인간은 신을 창조하고, 신은 천국과 지옥을 창조했다', '인간의 지성으로 신을 영구 폐기하자', '죄인이 되지 말고 천국과 지옥 상관없이 인생을 누리자' 등의 더욱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했지만, 광고 대행사와 버스 운송 조합 등이 교계의 저항을 우려해 수위를 많이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기독교인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기사가 실린 <오마이뉴스>·다음 아고라 광장·반기련 홈페이지 등에는 '광고를 내리라'는 기독교인들의 글이 상당수 실렸다. 이러한 기독교의 반응에 반기독교 세력은 '내릴 수 없다', '너희는 교회 다녀라, 예수 믿어라 등의 광고를 하면서 왜 우리는 안 된다고 하느냐' 등의 글을 올려 반박하고 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기독교인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목사들은 버스 차고지를 직접 찾아가 광고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버스 광고가 실린 것을 기념하여 직접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려 했던 반기련의 행사도 취소됐다. 광고 대행사도 밀려오는 기독교인들의 항의 전화 때문에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교계와 온라인의 반응과는 달리 길거리 시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직접 사진을 보여 주며 '어떤 광고인 것 같으냐'라는 물음에, 사람들은 주로 '아인슈타인 새 책을 소개하는 것 같다', '영화 광고 아닌가', '명언을 광고하는 것 같다' 등의 대답을 했다. 이 광고가 반기독교 광고라는 설명을 들은 뒤에도 대부분은 '종교적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반기독교적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극소수의 시민만이 한참을 생각한 뒤에야 '반기독교적인 광고 같다'는 대답을 했다.

다음은 반기련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버스 광고를 시작한 취지가 무엇인가.

한국 사회는 다종교 사회이다. 그런데 기독교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만이 옳다는 배타성에 젖어 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은 다른 의미로 보았을 때 일반 시민들에게는 욕이나 마찬가지다. 타 종교인에게도 기분 나쁜 말이다. 어떤 이들은 그 이야기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기독교의 주장에 신경 쓰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살라는 취지에서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로 기대한 효과는 무엇인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말은 믿지 않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기존의 윤리와 도덕적 본성으로도 세상은 얼마든지 유지된다. 오히려 기독교가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종교성에 기대지 않고도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취지다.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는가.

일단 버스 광고는 한 달간 진행된다. 이후로도 버스 광고를 더 할지 아직 미정이다.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해악을 많이 끼친다. 교리를 악용하는 종교 장사꾼들이 사람들을 겁주며 돈을 번다. 목사들은 무소부재한 신을 믿는다면서 왜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보다 이런 목사들이 무신론자라고 생각한다. 결국 돈이 문제다. 특히 십일조 헌금이 이 문제의 중심이다. 십일조는 성서적으로도 맞지 않다. 올해 안에 목사들과 십일조와 교리 등을 놓고 공개 토론회를 제안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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