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씨 ⓒ뉴스앤조이 신철민
요즘 민주당 대선후보 노무현 후보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큰 반향이 되어 인터넷 검색어 인기순위에도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자가 올라가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는바, 돌풍이 아니라 태풍이라고 하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칼럼가는 노무현 돌풍을 사회현상 혹은 신드롬이라고까지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개혁성과 서민성 그리고 동서지역 갈등을 통합하고자 하는 일관성 있는 외관상의 태도들이 부각되면서, 기존 수구적인 정치권에 대해 식상함과 좌절감을 느꼈던 젊은 세대들과 다수 국민들이 카타르시스적인 참신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더 지켜볼 일이고 그의 돌풍이 일과성으로 그칠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그는 개혁의 기대와 요청을 한몸에 받으며 하루하루 욱일승천 상승세의 바람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무현 돌풍 현상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들로서 우리 자신들의 삶의 방향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사실 개혁성, 서민성, 통합성은 그리스도와 그의 제자들의 삶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는 죄성으로 물든 인간성의 근본적인 혁명적 변혁을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에서 그러한 변혁의 근거와 통로를 마련하셨다. 그리하여 성령 안에서 거듭난 사람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근본적인 인간성 변혁으로 말미암아 이전 악을 선호했던 성향과 삶의 패턴과는 다른 삶, 즉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선과 의를 추구하는 새로운 삶을 지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내면이 변혁되지 않고 선을 추구하는 개혁성이 삶 속에서 실천되지 않는다면 참된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기독인에게는 개혁적인 삶이 요청된다. 고인 물은 썩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인에게는 내면적 개혁의 물결이 지속되어야 하며 그럴 때만이 다른 이들과 이 사회에 신선한 감화력을 전하는 소금과 빛으로서의 정체성을 견지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서민성은 낮은 자리에서 처하신 그리스도의 삶 자체였다. 그리스도께서는 주로 엘리트나 주류세력들이 아닌 상처투성이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다. 그리하여 그의 별칭은 '세리와 죄인의 친구'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계속해서 낮은 곳을 향해 나아가셨고 결국 가장 낮은 비천함과 상처의 처소인 십자가에서 모든 죄인들을 향한 완전한 사랑을 나타내셨고, 이 사랑에 결국 사람들은 크나큰 감화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마땅히 스승의 삶을 본받아야 한다. 만약 우리가 특권의식에 사로잡히거나 기득권층에 기생하는 정도의 삶이라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제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고지점령론'이라 불리우는 선교전략의 논지처럼 사회 제영역의 정상을 점령하여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그 영향력 역시도 가난한 마음과 서민성을 잃어버린 엘리트의식에 근거한 것이라면 결국 아무런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말것이다. 배불렀던 중세교회와 높아져 버린 우리 한국교회의 몇몇 상황들이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답지론'의 논지처럼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낮은 곳을 향해 가려는 참된 서민성과 가난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일관된 삶의 속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통합성이다. 현재 우리네 사회에는 죄성으로 얼룩진 분열과 증오의 벽들로 가득 차 있다. 가정 내에서의 여러 갈등,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그러한 불합리한 체계를 타파하려는 페미니즘 사이의 깊은 골, 경제적 기득권층과 경제적 소외계층간의 갈등, 지역간의 감정주의적인 갈등, 우리 동족간의 분단으로 말미암은 아픔들, 그리고 각종 이념과 종교적인 갈등, 또한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 환경과의 갈등과 분열양상 등. 그리하여 이러한 갈등들로 말미암아 피조물들은 고통하며 상처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원래의 세계는 다양성 속의 통일성, 통일성 속의 다양성이 깃든 조화롭고도 화목한 세계였다. 그러나 사탄적인 죄의 침투와 인간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결국 부차적인 질서와 조화들이 깨지고 각종 갈등이 양태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모든 관계들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독생자 그리스도를 화목제물로 보내시고 갈등의 근본원인인 인간의 죄와 그 값을 십자가에서 다 담당하게 하시므로 우리 인간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형성된 하나님과 우리사이의 벽을 철폐시키시고 화목된 관계를 다시 회복시키신 것이다. 그리하여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은 이제 다른 이웃과의 관계 회복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롭게 회복된 우리는 마땅히 그리스도안에서 화목과 통합의 길을 모색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여전히 증오의 벽에 묶여 그 굴레를 탈피하지 못한채 살아간다면 더 이상 그리스도적인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는 것이요, 그 제자도를 따르지 않는 것이 된다. 우리는 "화목케 하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받게 될 것이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하나님의 회복된 자녀들로서 가정과 사회, 우리가 속한 모든 영역에서 여러 화목과 조화로운 통합의 일들을 기도하며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노무현 후보를 통해 보여지고 있는 개혁성과 서민성 그리고 통합성은 그 내면성과 진정성이 아직 다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그 본래의 성향들 자체는 우리들 모두가 추구해야 할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안에 스스로 되어지는 성향들이라기보다는 우리 안에 그리스도께서 충만히 거하실 때 이루어지는 성향들이다. 그러한 속성들이 마치 인간 스스로의 원천적인 힘에 의해 발생되는 것인 양 생각할 때 이미 개혁의 실패의 싹은 트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그러한 예를 문민정부와 또한 국민의 정부의 여러 개혁 실패들로부터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보다도 겸손히 그리스도 안에 거하기를 힘쓰되 참된 개혁성과 서민성, 통합성이 우리 안에 깃들게 되기를 기도하고, 나아가 그런 아름다운 성향들이 모든 영역 속에서 잘 발현되도록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최선의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에 우리 삶 속에 그리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이 사회 속에 하나님나라의 그 아름다운 훈풍들이 가득차게 될 것이다.

* 충신제일교회 박상돈 목사 (http://psd.netian.com)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