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형 교회가 건축을 한다고 했으면 이렇게 시끄러웠을까. 공개 포럼까지 열렸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런 공론의 장이 열린 건 한국교회에서 '사랑의교회'가 가지는 대표성과 상징성 때문이다." 12월 22일 열린 사랑의교회 건축 관련 포럼에서 첫 번째로 발제한 신광은 목사(<메가처치 논박> 저자·열음터교회)는 이렇게 포문을 열었다.

신 목사뿐 아니라 포럼을 준비한 사람들이나 청중들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왜 사랑의교회가 한국교회의 대표냐. 다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건 옳지 않다. 사랑의교회는 많은 대형 교회 중에 하나일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극히 옳은 말을 한 그 목사 역시 '그래도 사랑의교회는 그저 그렇고 그런 수많은 대형 교회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추운 날씨, 먼 거리를 무릅쓰고 이날 포럼에 참석했을 것이다.

▲ 참가자들은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목회자도 있었고, 사랑의교회 청년들, 사랑의교회를 떠난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한 달 만에 기사 30개…일주일 만에 열린 포럼

11월 23일 <뉴스앤조이>가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 건축과 관련해 첫 번째로 보도한 이후 한 달 동안 30여 개의 글들이 올라왔다. 하루에 한 개의 기사가 실린 것이다. 이진오 전도사(부천 예인교회·기윤실 전 사무처장)는 "단일 이슈에 대해 이렇게 많은 글이 올라온 건 2000년대 초반 담임목사직 세습이 이슈화한 이후에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처음 온라인에서 지펴진 불씨가 마침내 오프라인으로 옮겨붙었다. 사랑의교회 문제를 그냥 두고 볼 것이냐는 대화가 산발적으로 있다가, 12월 10일 '사랑의교회 건축을 개교회의 일로 보지 말고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로 고민하자'며 이진오 전도사가 공개 포럼을 제안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를 중심으로 14일 한 차례 준비 모임이 열렸고, 불과 일주일 만인 22일에 포럼이 열렸다.

바쁜 연말, 짧은 준비 기간, 급조된 포럼임에도 불구하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독교회관 강당을 가득 채웠다. 그중에는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목회자도 있었고, 사랑의교회 청년들, 사랑의교회를 떠난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모두들 사랑의교회를 '그렇게 그런 대형 교회 중 하나에 불과한 교회'로 여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가자들 마음에는 애증, 기대와 배신, 희망과 절망 등의 엇갈린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발제자 중 한 사람인 전성민 교수는 사랑의교회에서 회심했고, 신앙이 자랐고, 신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학자가 되었다. 청중 중에서 "사랑의교회 제자 훈련의 열매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한동안 목이 메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자기 자신을 그 열매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랑의교회에 질문할 수밖에 없는 지금 교회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마치는 기도를 했던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도 사랑의교회 모습 속에서 우리 각자의 야욕, 한국교회의 욕망을 보게 되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면서 절규했다. 이처럼 참가자들은 사랑의교회를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으로 사랑했고, 그 소중한 가치가 세속적 욕망으로 인해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 박득훈 목사와 참가자들은 사랑의교회 모습 속에서 우리 각자의 야욕, 한국교회의 욕망을 보게 되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면서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기대와 배신, 희망과 절망이 교차

바깥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는 데 비해 안 사람들은 거추장스러운 걸림돌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주최 측은 사랑의교회에도 포럼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측은 기자 간담회에서 모든 교회 입장을 설명했기 때문에 반복할 필요가 없다면서 거절했다. 대신 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와 논의한 의견은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사랑의교회 청년 오갑석 씨(26)는 "대안을 찾고 싶어 참석했지만 여전히 답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이날 분위기는 뜨거웠다. 발제자들은 제한된 시간을 잘 지키지 못했고, 청중들의 질문도 간단하게 줄여야 했다. 그런데도 7시에 시작된 포럼은 당초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참가자들은 공식 행사가 끝난 다음에도 삼삼오오 모여 의견들을 나눴다.

특히 사랑의교회 청년들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열심히 의견을 묻고 들었다. 사랑의교회 청년 오갑석 씨(26)는 "대안을 찾고 싶어 참석했지만 여전히 답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랑의교회 청년부 출신인 한 목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무게 중심이 사람에서 건물로 옮겨 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청년들이 공동의회에서 건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박찬웅 씨(23)는 "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소용없다. 사랑의교회 내부에서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포럼을 진행한 남오성 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은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를 지적하고 힘을 모으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오늘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 카페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볼 것인가(cafe.daum.net/howsarang)'에서 이어 가자"고 했다.

신광은 목사는 사랑의교회가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건축을 감행하는 건 메가처치의 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신 목사는 메가처치 현상에는 수적 부흥을 바라는 개교회성이 내포되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 일치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동식 목사(문화와설교연구원 대표·원당 빛과소금교회)는 사랑의교회 건축으로 한국교회는 건강한 교회 모델을 상실할 것이라고 했고, 양희송 실장(청어람아카데미)은 건축 결정이 온건한 개혁 노선으로 나름 희망과 기대를 받았던 사랑의교회의 위상과 역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황영익 목사(서울남교회·사랑의교회건축대책지역교회협의회 사무총장)는 사랑의교회 건축의 본질은 마케팅 건축이고, 교인 수평 이동을 교회 성장 정책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성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는 사랑의교회 교인들에게 제자 훈련의 성과로 건축이 진행되고 있는지, 평신도의 제사장적인 역할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질문했다. 포럼을 제안한 이진오 전도사는 건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당회·제직회 회의록, 교회 재산, 교인 실제 숫자, 헌금 약정서 등의 세부 내용 공개를 요구했다. 
                                                                                                                                          이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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