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이라는 진단 결과를 처음 들었을 때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 한 마디는 자꾸만 나를 삶과 죽음의 경계선으로 등 떠밀고 있었습니다.

외로움도 밀려오고 서글픔 같은 게 올라와 사람들 앞에선 소리내어 웃으면서도 가슴속에선 철철 흐르는 서러움에 소리도 못 내고 흐느꼈습니다.

혹이 너무 커서 병원에 너무 늦게 온 것 같다고 의료진들까지 많은 염려를 했었지만 생각보다 빠른 수술과 인파선 까지 번지지 않았다는 또 다른 희망에 감사해서 울고 아픔보다는 고마움으로 더 많이 울었습니다.

운이 좋은 것보다도 의술이 좋은 것보다도 모든 게 사랑하는 분들의 중보기도의 은혜라는 걸 하나님의 세미한 도우심이었다는 걸 철저히 깨달았습니다.

통증으로 잠 못 들고 신음하다가 눈 떠보니 앞자리에 누워 계신 환자 분도 성도님인지 캄캄한 침대에 무릎꿇고 새벽기도 하시는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사모님이 왜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느냐'고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만 같아서 표시 내지 않으려고 숨죽이던 몇 일이 왜 이렇게 부끄럽던지-----

오늘은 용기를 내 병원 안에 있는 예배당까지 힘들게 걸어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앉자마자 쏟아지는 눈물----'아 내가 다시 예배당에 들어올 수 있었다니---' 고맙고 새 생명 주신 은혜가 감사해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간절한 바램이 있다면  다시 시골의 작은 우리교회, 초라하지만 주님의 피 흘림이 있는 마루 바닥에 엎드려 기도하고 싶은 마음 그것뿐입니다.

생각해 보니 건강할 때는 내가 선 사모라는 자리가 너무나 힘들어서 몇 일 만이라도 훌쩍 떠나 평범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부르는 아줌마 소리가 신선한 충격도 되고 그런 사람들 속에 숨어서 얼마동안 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들을 했으니 얼마나 철없는 바램이었나 이제야 철이 좀 든 것 같습니다.

9층에 있다가 5층으로 병실을 옮기고 보니 머리가 다 빠져 말끔히 밀어 버리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과 나란히 누워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몇 일 있으면 수술 상처가 아물고 그때부턴 그렇게 힘들다는 항암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습니다.

다시 내가 사랑하는 성도님들 곁으로, 내 작은 예배당으로 돌아가 예배드릴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나는 다시 사모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떠나 있어서 바라보는 그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건강 있을 때  동동거리며 바쁘게 움직이던 그 일들이 얼마나 귀한 축복인지 눈만 감으면 어느새 그 자리에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주님 내 아픔이
                                    
주님, 내 아픔이 너무 커서
그 아픔이
가족들의 아픔이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내 아픔이 너무 길어서
그 아픔이
교회의 어두운 그늘이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내 아픔이 유별나서
세상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그냥
혼자 아프고
혼자 울기도 지금은
너무 벅차기 때문에----  


* 대덕교회 민형자 사모님이 지난주 유방암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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